[카토커] 'ML 대투수도 1승 어렵네...' 류현진 3전4기 복귀승 이어 100승도 '재수', 승운도 안 따라준다
상대팀마저 한 수 접게 만드는 업적에 실력 역시 아직도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이상하리만큼 승수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은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1홈런) 2사사구 8탈삼진 3실점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시즌 5번째 선발등판에 나선 류현진은 좋은 출발을 보였다. 1회 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 박민우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꽂더니 2구 만에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어 서호철과는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유인구성 체인지업으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베테랑 손아섭에게도 커브 2개를 보여준 후 시속 140km 중반대 패스트볼 2개를 구석으로 찔러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2회에도 중심타선인 권희동에게 실투성 체인지업을 던졌으나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낸 류현진은 박건우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삼진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6번 김성욱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2연속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3회에는 선두타자 김형준에게 중견수 쪽 안타를 맞았지만, 연속 삼진으로 한숨 돌린 뒤 박민우를 내야땅볼로 잡았다.
잘 나가던 류현진은 4회 한 이닝으로 인해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닝 첫 타자 서호철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내줬고, 권희동의 볼넷으로 1사 1, 2루가 됐다. 류현진은 유인구를 통해 박건우를 체크 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6번 김성욱에게 3구째 높은 커터를 던졌다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를 허용해 스코어가 2-3으로 뒤집혔다. 한국 복귀 후 첫 피홈런이자,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전에서 7회 강정호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후 4213일 만의 기록이다.
한화 류현진이 17일 창원 NC전에서 4회 말 김성욱에게 3점 홈런을 맞은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흔들렸던 류현진은 5회와 6회 삼자범퇴로 NC 타자들을 처리하며 다시 궤도에 올랐다. 이어 7회에도 올라온 그는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성욱을 병살 처리해 2아웃을 올렸다. 김형준에게도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얻어냈다.
7회까지 98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 호투를 펼쳤다. 복귀 후 첫 7이닝 소화는 덤이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31구씩 던졌고, 속구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왔다. 스트라이크 비율 70.4%(69구)로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하지만 결국 승리는 없었다. 한계투구수에 달한 류현진이 7회를 끝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화 타선이 8회 초 황영묵의 적시타로 3-3 동점까지는 만들었지만, 리드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화는 8회 말 박민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아 3-4로 패배했고, 류현진은 노 디시전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류현진의 통산 100승 도전 게임이었다. 이번 등판 전까지 통산 194경기에서 99승을 올렸던 그는 1승만 더 한다면 KBO 역대 33번째이자 좌완 8번째(송진우, 장원삼, 김광현, 장원준, 양현종, 차우찬, 유희관), 한화 팀 5번째(송진우, 정민철, 이상군, 한용덕) 달성자가 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간절했던 1승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한화 류현진이 17일 창원 NC전에서 이닝 종료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게임을 포함해 류현진은 5경기에 등판, 27이닝 동안 1승 2패 평균자책점 5.33을 기록했다. 3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이 경기들에서 매번 8개 이상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구위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승운이 좋은 편이 아니다. 복귀전인 3월 23일 LG와 개막전에서는 실책이 겹치며 3⅔이닝 5실점(2자책)으로 강판됐다. 다음 등판인 같은 달 29일 KT전에서는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6회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동점 적시타를 맞아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4월 5일 키움전에서는 KBO 데뷔 후 최다 실점(9실점) 기록을 세우며 체면을 구겼다. 류현진은 3전4기 끝에 직전 등판인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드디어 통산 99승째를 거뒀다. 당시 그는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복귀 첫 승을 거뒀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사진=김진경 대기자당초 류현진에 대한 기대는 훨씬 컸다. 이미 KBO에서 7시즌 동안 98승을 올리며 MVP와 신인왕, 골든글러브 등을 따냈고, 메이저리그 10시즌에서도 통산 78승, 평균자책점 1위(2019년), 사이영상 최종 후보(2019~2020년) 등 많은 업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 9이닝 동안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제구력을 뽐냈다.
기록과는 별개로 느껴지는 구위나 포스는 여전하다. 17일 경기에서 홈런을 쳤던 김성욱도 "제구력이 좋다고 느꼈고, 놀아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선이 헷갈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TV로 선배님을 봤고, 처음 상대한다는 느낌에 설렘도 있었다"면서 "들어와보니 왜 그렇게 잘 던지셨는지 느꼈고, 대단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대투수도 1승 거두기가 힘들다. 그래도 류현진의 실력 자체가 떨어진 건 아니다. 다소 부족했던 승운이 앞으로 더 채워질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