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인간승리' 세차장 알바하던 31세 투수, 올 시즌 ML 첫 노히터... 어머니와 감격의 포옹 '뭉클'
2024시즌 메이저리그(MLB) 첫 노히터가 나왔다. 주인공은 29세에 늦깎이 데뷔를 이룬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넬 블랑코(31)였다.
블랑코는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4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볼넷 2개만 내주면서 노히터를 달성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이날 블랑코는 1회 초 선두타자 조지 스프링어에게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다음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곧바로 삼진 처리했고, 저스틴 터너(3루 땅볼)와 달튼 바쇼(삼진)를 모두 잡아내며 첫 위기를 잘 넘겼다.
이후로 블랑코의 투구는 거칠 것이 없었다. 3회에는 공 6개 만을 던지고 3타자를 아웃 처리했다. 이어 다음 이닝에는 게레로-터너-바쇼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바쇼는 1회 이후 26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처리하는 쾌투를 펼쳤다.
그 사이 휴스턴 타선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1회 말부터 카일 터커(2점)와 야이너 디아즈(1점)의 홈런으로 3점을 올린 휴스턴은 4회 말 제이크 메이어스의 투런포로 달아났다. 7-0으로 앞서던 7회 말에는 터커와 디아즈가 똑같이 각각 2점과 1점 홈런을 폭발시키며 3점을 추가했다.
8회까지 91개의 공을 던진 블랑코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를 투수 땅볼로 잡아낸 그는 캐번 비지오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기록 달성까지 1아웃을 남겨뒀다. 하지만 이전까지 유일하게 출루했던 스프링어가 다시 볼넷을 골라나가며 괴롭혔다. 블랑코는 흔들리지 않고 게레로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날 블랑코는 9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면서(스트라이크 73개) 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만 2개를 허용했다. 포심(30%)과 체인지업(34%), 슬라이더(32%)를 3분할로 던졌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6마일(약 150.6km), 최고 95.1마일(약 153km)까지 나왔다. 블랑코의 호투 속에 휴스턴도 10-0으로 승리, 개막 4연패에서 탈출했다.
블랑코는 원래 개막 로테이션에 들지 못했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와 호세 우르퀴디 등 선발 자원이 이탈하면서 개막을 앞두고 조 에스파다 감독으로부터 5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에스파다 감독은 "우리에겐 좋은 경기력이 필요했고, 블랑코가 발전하면서 믿을 수 없는 선발 등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블랑코는 우여곡절 많은 야구 인생을 보냈다. 강견의 코너 내야수와 외야수였지만 타격 능력이 떨어지던 그는 18세 때 투수로 전향했다. 이후 23세이던 2016년 휴스턴과 5000달러(약 676만 원)의 계약금이라는 조건에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당시 블랑코는 오전에는 투수 훈련을 하면서 오후에는 어머니를 먹여살리기 위해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상황이었다.
이후 2023시즌에는 7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17경기, 52이닝이라는 기회를 받으며 2승 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202경기 중 34번만 선발로 올라왔지만, 휴스턴 구단은 블랑코를 잠재적인 선발 후보로 꼽으며 조련에 나섰다. 그리고 2024시즌 첫 등판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경기 후 블랑코는 "내겐 너무나도 긴 여정이었다"며 지난날을 돌아봤다. 그는 "우여곡절도 있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며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하면서 그 모든 게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