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대반전' 두산이 시라카와에 매달려야 한다…"계약 연장? 나 혼자서 결정 못한다"
말미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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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7 11:29
▲ 두산 일본인 우완투수 시라카와 케이쇼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방문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8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KBO 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사했다. 사진은 시라카와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 등판했을 때 모습이다.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윤욱재 기자] 또 한번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두산과 일본인 우완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의 이야기다.
두산이 시라카와와 손을 잡은 것은 바로 지난달 10일이었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브랜든 와델이 왼쪽 어깨 견갑하순 부분 손상 진단을 받으면서 6주 이상 공백기를 갖게 됐고 마침 SSG와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이 종료된 시라카와와 빠르게 접촉해 총액 400만엔(약 3400만원)에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독립리그 출신인 시라카와는 SSG 시절 5경기에 나와 23이닝을 던져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하면서 나름 KBO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두산 입단 후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시라카와는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6실점에 그치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이 6.15까지 치솟고 말았다.
마침 두산과 시라카와의 계약 종료가 임박하고 있던 시점. 두산이 굳이 시라카와와 계약을 연장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브랜든의 부상이 장기화된 것. 이미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를 소진한 두산으로서는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시라카와가 브랜든이 돌아오기 전까지라도 던져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제 두산은 시라카와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두산이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을 추진하던 차에 시라카와가 '인생투'를 선보이면서 더욱 절실해졌다. 시라카와는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무려 8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오는 20일 계약 종료를 앞두고 KBO 리그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것이다. 투구수는 102개로 완봉승도 노릴 만했지만 두산은 9회말 김강률과 교체를 택했다. 최고 구속 151km까지 나온 빠른 공의 위력이 돋보였다.
경기 후 시라카와는 "항상 어떤 경기든 팀을 위해서, 팀이 이기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준비를 잘 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내용이 좋지 못했고 내 역할을 잘 하지 못해서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라면서 "이번 경기도 평소와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매일 하던 것처럼 기합을 넣고 경기에 나섰다. 다만 감독님께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자'고 말씀해주셨고 독립리그 시절 감독님도 그런 어드바이스를 주셨는데 그것을 마운드에서 실행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라고 말했다.
▲ 두산은 여전히 일본인 우완투수 시라카와 케이쇼와 연장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마침 시라카와가 16일 수원 KT전에서 8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생투를 선보이면서 가치가 더욱 커졌다. ⓒ곽혜미 기자
▲ 두산 일본인 우완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시속 150km대에 달하는 매력적인 강속구를 지닌 선수다. 오는 20일 두산과의 6주 계약이 종료되는 시라카와가 두산과 연장 계약을 맺을지 관심을 모은다. ⓒ곽혜미 기자
▲ 두산 일본인 우완투수 시라카와 케이쇼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방문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완봉승을 거둘 뻔했다. 8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이다. 사진은 시라카와가 지난달 25일 잠실 키움전에 등판했을 때 모습이다. ⓒ곽혜미 기자
KBO 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두고 싶은 욕심은 없었을까. "선수로서 당연히 9회에도 나가서 던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팀의 승리가 가장 우선이다. 또 팀에서 교체 지시가 내려왔다"는 시라카와는 "팀이 승리해서 아주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시라카와의 최종 목표는 바로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입성하는 것이다. 시라카와의 '인생투'가 목표와 가까워지는 촉매제가 될까. 시라카와는 "사실 8이닝을 던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다"라면서 "이번 경기에서의 투구가 내가 목표에 다가서는데 원동력이 될 것 같아서 기쁘고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두산 팬들은 시라카와가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시라카와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정말 잘 들렸다. 너무 행복했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미소를 지은 시라카와는 연장 계약과 관련한 질문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두산에서 더 뛸지 안 뛸지는 나 혼자서만 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저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시라카와가 SSG 유니폼을 입으면서 처음 한국 무대에 입성할 때만 해도 그가 이렇게 한국에서 오래 뛸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그런데 벌써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두산은 시라카와와 한번 더 '동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두산이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을 맺더라도 시라카와는 포스트시즌에서 뛸 수 없다. 여전히 대체 외국인선수 신분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이미 외국인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조던 발라조빅으로,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를 제러드 영으로 교체하면서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를 모두 쓴 상태. 또한 리그 규약상 8월 15일 이후에 계약한 외국인선수는 포스트시즌에 출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두산은 시라카와와 연장 계약을 맺어 브랜든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포스트시즌에는 브랜든을 활용하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이제 결정은 시라카와의 몫이다. 시라카와는 두산에서 더 뛰느냐, 아니면 고국으로 돌아가느냐 선택을 해야 한다. 과연 시라카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