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에 매서운 왼손 펀처 등장! ‘배도’ 신은지, 통영의 특급 조연으로 거듭나다 [컵대회]

정관장에 매서운 왼손 펀처 등장! ‘배도’ 신은지, 통영의 특급 조연으로 거듭나다 [컵대회]

촐싹녀 0 35



정관장에 매서운 왼손잡이 펀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신은지다.

지난 6월 3일, 정관장과 한국도로공사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미들블로커 이예담과 아포짓 신은지가 정관장으로 향하고, 세터 하효림과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 2024-2025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이 한국도로공사로 향하는 트레이드였다.

아무래도 당시 트레이드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하효림이었다. 실업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프로로 돌아온 하효림이 오자마자 팀을 옮긴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반면 신은지는 당시 트레이드의 칩이었지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3-24시즌에 13경기에 나섰지만 주전과는 거리가 좀 있었던, 그저 한 명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신은지가 팀을 옮긴 뒤 치르는 첫 공식전이었던 9월 30일 정관장과 IBK기업은행의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예선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4세트 13-17에서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 서브 득점 1개 포함 무려 9연속 서브를 몰아친 것. 왼손잡이 신은지의 정신없는 펀치 세례는 IBK기업은행의 리시버들을 크게 흔들었다.

비록 4세트를 정관장이 재역전패하면서 신은지의 9연속 서브가 승리를 결정지은 순간으로 남진 못했지만, 분명 이날 경기 중 가장 팬들을 열광시킨 장면 중 하나였다. 5세트에도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 연속 서브를 구사한 신은지는 정관장의 3-2(25-20, 18-25, 25-23, 23-25, 15-11) 승리에 일조했다.

신은지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저에게는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뒤에 치르는 첫 공식전이었다.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며 힘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후 신은지에게 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좀 속상하긴 했다”며 솔직하게 당시를 돌아본 신은지는 “하지만 이건 새로운 기회니까 더 열심히 준비해보자는 생각도 했다. 정관장에 와서 생각보다 적응도 잘할 수 있었고, 이 팀과 내가 잘 맞는다고도 느껴져서 다행이었다”며 이제는 새로운 팀에 잘 녹아들었음을 언급했다. “대전은 아무래도 김천보다 이동수단이 많아서 좋다. 또 집이랑도 더 가까워진 셈이라서 좋다”는 이야기도 덧붙인 신은지였다. 



신은지가 이날 인터뷰실을 찾은 가장 큰 이유인 9연속 서브에 대한 이야기도 안 들어볼 수 없었다. “서브를 때리러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께서 ‘5번 자리에 때려 달라’는 주문을 하셨다”고 고희진 감독의 주문 사항을 소개한 신은지는 “이후에 연속 서브를 때릴 때는 그냥 연습했던 것처럼만 때리자고 생각했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당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신은지는 원래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고 감독의 경기 후 코멘트처럼, 신은지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국제경기와 고교 대회에서 강력한 왼손 서브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던 선수다. 그러나 고 감독은 신은지에게 장기적으로 그 이상을 본다. 고 감독에 의하면 신은지의 팀 내 별명은 ‘배도’, 배구 도사의 줄임말이다. 그만큼 서브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배도’라는 별명을 언급하자 머쓱한 웃음을 지은 신은지는 “청소년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온 지 이틀 만에 페퍼저축은행과 연습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경기가 조금 잘됐다. 그 때 ‘배도’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며 별명이 생긴 계기를 소개했다. 다만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왔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는 “오, (신)은지에게 그런 별명이 있었나? 잘 몰랐다(웃음). 하지만 ‘It’s okay’다. 은지에게 좋은 별명인 것 같다”며 아직 ‘배도’가 모두에게 통용되는 별명은 아님을 얼떨결에 밝혀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의 걸출한 리시버들에게, 또 자신을 그저 평범한 트레이드의 조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신은지는 묵직한 왼손 펀치를 아홉 방이나 연달아 꽂았다. ‘배도’ 신은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다가오는 시즌 정관장의 경기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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