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한선수형이 술 따라주며 칭찬한 건 처음, 배구 인기 위해서라면 유튜브도 할 수 있다” 정지석은 꿈을 꾼다
남자배구 정지석(29·대한항공)은 2023~2024시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배구에 마음고생을 했다. 허리 부상 탓에 남들보다 늦게 정규리그를 시작했고, 그 여파로 제 실력이 안 나왔다. V리그 최고의 ‘공수 겸장’ 아웃사이드히터로 평가받던 정지석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4연속 ‘통합우승’이란 대업에 도전하던 대한항공에도 정지석의 부진은 악재였다. 정지석은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에이스’의 기억을 되찾았다. 그는 통합 4연패의 마지막 한걸음, OK금융그룹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하며 대한항공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이대로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대표팀에 선발된 정지석은 출국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허리 통증을 느꼈다. 왼쪽 다리에 힘이 아예 안 들어갈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고대하던 아시안게임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정지석은 정규리그 초반 2라운드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괜찮은 ‘척’을 했다. 지난 8일 V리그 시상식에서 만난 정지석은 “쫓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안일하게 했던 면이 있다”며 “사실은 늦었다는 조급함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부담감은 경기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정지석은 “심리적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6라운드가 될 때까지 경기력이 오락가락했다”며 “코치님들도 연습 때는 괜찮은데, 실전에서 부진한 저를 보고 굉장히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우리카드와 치열한 선두 다툼 끝에 간신히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당시 정지석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내가 누군지 다시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역시 정지석’이란 말이 나오게끔 반전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했다.
비장한 각오로 코트를 누빈 정지석은 득점(2위), 공격종합(1위), 블로킹(1위), 디그(1위) 등 공수 양면에서 펄펄 날았다. 대한항공은 OK금융그룹과 5전3승제 챔피언결정전을 3차전 만에 끝내고 또 한 번 왕좌에 올랐다.
정지석의 활약은 주장 한선수의 칭찬도 끌어냈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한)선수 형이 술을 따라주며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며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낯설지만 기분은 줗았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