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돈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첫 FA였는데…더 좋은 조건 뿌리치고 정관장 잔류 왜?

우유소녀제티 [카토커] "돈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첫 FA였는데…더 좋은 조건 뿌리치고 정관장 잔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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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FA 자격에서 더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원소속팀에 남은 선수가 있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미들 블로커 박은진(25)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5일 정관장과 계약기간 3년에 총액 3억5000만원(연봉 3억원, 옵션 5000만원) 조건으로 FA 재계약한 박은진은 시장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 젊은 미들 블로커로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만큼 FA로서 가치가 높았지만 박은진은 데뷔 팀인 정관장에 남았다.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의 초청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올스타팀과 친선경기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박은진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 간의 신뢰 등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부모님께 배웠다. 돈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즐겁게 배구를 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계약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공감을 많이 했고, 올해만큼 배구가 재밌다고 느껴본 적을 정도로 이 팀의 분위기와 코치진, 선수들이 너무 좋아 재계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박은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봄배구를 경험했다. 인도네시아 특급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지아) 쌍포와 함께 박은진이 정호영과 함께 정관장 트윈 타워로 중앙을 지배했다. 박은진은 리그 속공 3위(성공률 50.61%), 이동 공격 3위(43.68%), 블로킹 7위(세트당 0.53개)로 활약했다. 이에 힘입어 정관장도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남자부 삼성화재에서 최고 미들 블로커로 활약한 고희진 정관장 감독과의 만남이 박은진의 성장에 큰 촉매제가 됐다. 그는 "고희진 감독님께 블로킹 등 미들 블로커로서 세세한 부분들을 많이 배웠다. 세터 (염)혜선 언니와도 의사소통을 잘하면서 합을 맞추는 재미도 알았다. 동료들과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고희진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까지 케어했다. 박은진은 "올스타 휴식기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아침에 좋은 영상이나 명언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추천해 주셨다. 그 습관을 들이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팀원들과도 단단해진 것 같다. 그때부터 팀도 상승세를 탔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으로 한 럭비 선수 이야기를 꼽은 박은진은 "코치가 선수에게 '필드 끝에서 끝까지 기어서 가보라'고 주문했는데 절반밖에 못 갔다고 하더라. 그러자 코치가 '눈을 가리고 가보라'고 다시 주문하니까 결국 끝까지 갔다는 이야기였다. '한계를 정해 놓지 않으면 더 할 수 있다'라는 명언이었는데, 이 영상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선명여고 동기인 아웃하이드 히터 박혜민, 같은 미들 블로커 후배 정호영의 존재도 박은진이 잔류를 결심한 배경 중 하나.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봤던 사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같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두 선수 덕분에 한 시즌을 즐겁게 보냈고, 이 팀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하게 된 큰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정관장은 FA 시장에서 에이스 이소영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지만 박은진과 함께 박혜민, 리베로 노란이 잔류했다. 여기에 이소영의 FA 보상선수로 경험 풍부한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를 지명하며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낸 메가와도 재계약이 유력해 다음 시즌도 충분히 상위권 전력으로 기대된다. 

정관장이 다시 봄배구, 나아가 그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선 박은진의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에 흔들리고 후반에 잘해서 봄 배구에 진출했는데 새 시즌에는 이런 기복을 줄이고 꾸준히 잘 한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부상 등) 안 좋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을 한 차례 이기기도 했고, 봄배구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엔 꼭 챔피언 결정전까지 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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