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대기만성’ 선수가 우리에게 주는 울림

[카토커] ‘대기만성’ 선수가 우리에게 주는 울림

맛돌이김선생 0 198

 


그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박진섭(29·전북)은 지난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태국과 치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2-0으로 앞서던 후반 37분 골을 터트렸다.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김진수(32·전북)가 올린 크로스를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머리로 떨궈 놓자, 박진섭이 문전에서 강력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날렸고, 태국 골망은 크게 출렁였다.

홈에서 태국과 비겨,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던 축구 대표팀은 박진섭의 쐐기골로 기분 좋은 3-0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박진섭이 터트린 골은 박진섭의 A매치 데뷔골이다. 



1995년생인 박진섭은 이날 A매치 데뷔골로 ‘인간 승리’의 주인공임을 다시 확인했다. 박진섭의 선수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2017년 프로팀과 계약을 맺지 못해 3부 대전 코레일에 입단해 실업 축구로 전업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미드필더로 공식전 30경기 14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올랐고, 이듬해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20년 당시 2부에 있던 대전 하나시티즌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2021년 K리그2 베스트 일레븐 미드필더로 선정됐고, 2022시즌 전북 현대로 이적하며 1부리그에 발을 디뎠다.

박진섭은 지난해 꽃을 피웠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금메달의 주역이 됐고, 병역 특례까지 받았다. 그리고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청소년 시절에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된 적이 없었던 박진섭이었다. 말 그대로 ‘대기만성’의 표본이었다. 이제 그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다음 목표를 현실로 이루려 한다.

대표팀 공격수 주민규(34·울산)도 대기만성형 선수의 대표격이다. 그는 이번에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최고령 A매치 데뷔(33세 343일)로 주목받았다. 주민규의 선수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3년 K리그1 드래프트에서는 지명을 받지 못했고, 번외 지명으로 당시 2부인 고양 Hi FC(현 고양 자이크로)에 입단했다. 2014년에는 2부 서울 이랜드의 창단 멤버로 뛰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오가며 자신의 쓰임새를 넓혔다. 이후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현 울산 HD)에서 지난 3시즌 동안 56골을 몰아넣으며 K리그 대표 골잡이로 우뚝 섰다.

‘대기만성’은 일반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개인이나 조직이 주목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상태였다가 뒤늦게 빛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만성형 선수들은 잠재력과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경기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진섭과 주민규 외에도 대기만성형 선수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의 제이미 바디(37)이다. 프로 선수로 데뷔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바디는 잉글랜드 8부 리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프리미어리그에 27세의 늦은 나이에 데뷔한 바디는 레스터 시티를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또,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등 선수 개인으로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

대기만성형 선수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이다. 분명, 실력이 없는 선수들은 아니지만, 일찍 눈에 띄지 않아서 뒤늦게 빛을 보는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기만성형 선수들은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자신의 장점은 강화한다.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열정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열정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 신뢰도 대기만성형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속성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을 향한 강한 믿음이다.

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교수가 제안한 ‘그릿(Grit)’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릿’은 ‘노력의 꾸준함(Perseverance of Effort)’과 ‘흥미의 지속성(Consistency of Interest)’이 핵심요소이다.

인내에 해당하는 ‘노력의 꾸준함’이란 목표달성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실패나 좌절,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끈기를 뜻한다. 열정에 해당하는 ‘흥미의 지속성’이란 목표와 흥미를 쉽게 또는 자주 바꾸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대기만성형 선수들은 이러한 핵심요소들과 함께 나중에 성공했다. 결국은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 대한 울림을 대기만성형 선수들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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