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이정후 193안타 친다" 전망, 총알 타구로 증명했다… 데뷔전부터 다르빗슈 두들겼다, 현지 '찬사'

[카토커] "이정후 193안타 친다" 전망, 총알 타구로 증명했다… 데뷔전부터 다르빗슈 두들겼다, 현지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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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최고 기대주로 손꼽힌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메이저리그 적응기가 순조롭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물론 팀 동료, 현지 언론, 그리고 팬들에게까지 모두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6년 계약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지른 이유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가운데, "3할을 칠 것"이라는 희망적인 섞인 분석조차 과장이 아님을 첫 경기부터 증명했다. 이정후가 좋은 스타트를 알렸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팀 개막전에 선발 1번 중견수로 나가 3타수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자신의 세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안타를 기록하며 자칫 조급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시즌 초반 일정을 상큼하게 출발했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평가되는 선수이자 샌디에이고의 에이스인 일본인 선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두 차례의 총알 타구를 쳐 내며 좋은 감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팀이 4-6으로 진 게 이날의 딱 하나 아쉬움이었다. 



밥 멜빈 감독의 공언 그대로였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하나인 멜빈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 초반 "이정후가 개막전 1번 중견수가 아니라면 그것도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정후는 그 자리를 지킨다는 이야기였다. 메이저리그 경력 초반 설사 적응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6년 계약을 한 선수였다. 맞을 매는 빨리 맞는 게 좋기도 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팀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순조로운 적응으로 구단의 기대치를 한몸에 모았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에서 0.911을 기록하는 등 순항했다. 가벼운 옆구리 부상 및 햄스트링 부상이 옥의 티였을 뿐, 이정후가 보여준 시범경기 경기력은 나무랄 곳이 없었다. 정확한 콘택트 능력을 증명했고, 여기에 주루·파워에서는 그간 기대보다 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음도 보여줬다. 모든 기대치가 치솟은 시범경기였다. 까다로운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그런 이정후가 개막전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예상대로 이정후는 이날 1번 중견수로 출전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올 시즌 첫 타자였다.

상대는 샌디에이고의 에이스인 다르빗슈 유였다. 이정후는 1년 전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다르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친 경험이 있었다. 다만 김하성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가운데 첫 타석에서는 삼진에 그쳤다. 초구 95.1마일 패스트볼에 반응했으나 파울에 그친 이정후는 2구째 가운데 떨어지는 커브를 지켜봤다. 커브가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이정후의 최대 장점은 2S에 몰린 이후에도 침착하게 인플레이를 만들어내고 삼진이 적다는 것인데 첫 타석은 달랐다. 



다르빗슈는 유인구를 던지지 않고 95마일짜리 패스트볼을 그냥 한가운데 던졌다. 이정후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반응을 못했고, 결국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누구나 변화구 하나를 예상할 수 있었고 실제 다르빗슈는 던질 수 있는 유인구 변화구가 많은 선수지만, 오히려 공격적인 승부가 통했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부터는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가 0-0으로 맞선 3회 닉 아메드의 적시 2루타에 힘입어 1점을 선취한 가운데 1사 2루에서 이정후가 두 번째 타석에 나섰다. 이정후는 다르빗슈의 볼 세 개를 차분하게 지켜보며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4구 포심과 5구 커브를 지켜봐 풀카운트 승부까지 간 가운데 6구째 싱커에 타이밍을 맞춰 스윙했으나 아쉽게 1루수 정면으로 갔다. 그러나 풀카운트 승부까지 치르며 다르빗슈를 괴롭혔다.

1-0으로 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드디어 안타를 쳤다. 이정후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다르빗슈와 상대했다. 초구 커터가 높은 쪽에 들어왔으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이정후는 이후 세 개의 볼을 연달아 고르며 다시 다르빗슈를 괴롭혔다. 이어 6구째 싱커가 높은 쪽에서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결대로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샌디에이고 중견수 잭슨 메릴이 달려나오면서 잡으려고 했으나 미치지 못했고 결국 포기한 채 원바운드 캐치를 선택했다. 빠졌다면 이정후의 주력을 봤을 때 최소 3루타였다.

이정후가 받아친 다르빗슈의 싱커는 94.8마일(약 152.6㎞)로 빠른 공이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레벨의 빠른 공 적응에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이정후는 이 정도 수준의 빠른 공은 언제든지 안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안타의 타구 속도는 99.9마일(약 160.8㎞)로 하드히트 수준을 아득하게 넘어섰다. 경기장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정후의 가족들이 환호했고, 이정후의 첫 안타 공은 안전하게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으로 전달됐다. 



이정후는 2-2로 맞선 7회 1사 1,3루에서 또 일본인 투수를 상대했다. 좌타자인 이정후를 겨냥하고 나선 좌완 마쓰이 유키였다. 마쓰이는 일본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하나로 활약하며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굴하지 않았다. 먼저 2S에 몰렸으나 볼 두 개를 잘 골라낸 뒤 5구째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방면의 뜬공을 날렸다. 희생플라이가 되기에 적당한 비거리였고 이정후의 타점이 그렇게 올라갔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모두 수확하며 개인적으로는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경기 후 밥 멜빈 감독은 좌완을 상대로 침착하게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이정후의 타격을 '생산적'이라며 칭찬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까다로운 왼손투수를 상대로 우리에게 리드를 안기는 중요한 희생플라이를 쳤다. 첫 경기부터 생산적인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기 후 이정후의 표정은 팀이 져서 그런지 아주 밝지는 않았다. 견제사도 있어서 더 그런 듯했다. 이정후는 5회 첫 안타를 친 뒤 도루를 노리다 견제에 걸려 결국 1·2루 간에 아웃됐다. 이날 첫 안타 공과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라인업 카드를 챙겨 집으로 돌아간 이정후는 N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 상황에 대해 "안타를 친 뒤에 정신이 없었다. 더 집중했어야 했다. 바로 견제 아웃됐다. 첫 안타의 기분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면서 "다르빗슈의 습관이 있다. 그걸 보고 스타트를 걸었는데 아웃 되고 말았다. 역시 베테랑이었다. 자신의 습관을 오히려 잘 이용한 것 같다"면서 메이저리그의 만만치 않은 수준을 놀라워했다.

하지만 충분히 좋은 경기였다. 올해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큰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이정후의 경기를 마치 생중계하는 듯했다. 이정후의 선발 라인업 포함을 바롯, 첫 안타, 이정후의 첫 타점을 모두 트윗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전에는 이정후를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까지 만들며 이정후가 팀을 대표하는 새로운 간판 중 하나가 됐음을 알리기도 했다. 경기 후 팬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이 이제 점차 신뢰를 얻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NBC스포츠는 경기 후 이정후에 대해 '이정후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시속 100마일의 라인드라이브성 안타, 그리고 7회에는 샌프란시스코가 1점 리드를 잡게 하는 적시 희생 플라이를 기록했다'면서 이정후의 이날 활약을 칭찬했다. 


경기 직전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대담한 예상을 몇 가지 내놨는데, 그중 이정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매체는 이정후가 올해 3할을 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무리 해외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가 3할을 칠 것이라 예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로 뽑혔던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도 메이저리그 첫 시즌 타율은 0.289로 3할과 거리가 있었다.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타격왕 경쟁 자격을 얻게 되고, 3할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과감하게 예상하면서 '사이트의 다른 곳에서 이미 작성된 예측을 재활용하는 것이 나쁜 행동일까? 하지만 나는 이 예측에 두 배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믿고 있다. 그의 정확한 타율(.314)과 구체적인 성적(614타수 193안타)이 내 예상이다. 그는 올 봄에 보는 것이 즐거웠고,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0.343의 타율도 좋았지만 또한 그가 몇몇 아웃을 당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공을 강하게 때렸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정후의 타율을 호평했다. 부상 없이 600타석 이상을 소화하면 200안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정후는 이날 강한 타구로 안타를 만들어내며 그런 예상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첫 경기에서 즐거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이정후는 30일 오전 10시 40분 펫코파크에서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도 선발 1번 중견수 출전이 유력하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조 머스그로브라는 또 하나의 수준급 선수가 선발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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