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시에, 지난해 3월 부임 후 1년 만에 결별
최근 7연패 포함해 1승 10패 극도의 부진
5년 4개월 이끈 박항서와 극명한 대비
|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 박항서 전 베트남 감독과 베트남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경기 시작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계속된 부진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베트남축구협회는 26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F조 4차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트루시에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부임 1년 만이다.
다가오는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됐다.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크게 성장한 베트남도 기대를 걸었으나 2차 예선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베트남은 2차 예선 F조에서 1승 3패로 조 3위에 머물러 있다. 조 2위까지 최종 예선에 진출하는 가운데 베트남(승점 3)은 2위 인도네시아(승점 7)에 승점 4점 뒤처져 있다. 베트남의 남은 2경기 상대는 첫 승을 거뒀던 필리핀과 조 1위 이라크다. 2위 탈환을 위해선 연승이 필요하나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일본과 베트남의 경기. 베트남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트루시에 감독은 지난해 3월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베트남 사령탑에 부임했다. 초반 3경기에서 홍콩, 시리아, 팔레스타인을 연파하며 기세를 높였으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중국,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에 3연패를 당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0-6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조별리그에서 필리핀을 꺾으며 기사회생하는 듯했으나 이어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기나긴 연패가 시작됐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키르기스스탄에 패했고 대회에서도 3연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3월 A매치에선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와의 2연전에서 무득점 패배했다. 특히 지난 경기는 안방에서 치렀으나 더 큰 점수 차로 패했다. 결국 7연패와 함께 11경기 1승 10패의 수렁에 빠지자 베트남축구협회도 결단을 내렸다. 트루시에 감독의 성적은 14경기 4승 10패.
|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경기에 앞서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전임 박항서 감독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과 23세 이하(U-23) 팀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구 스즈키컵) 우승, 동남아시안(SEA)게임 2연패,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 등을 일궈냈다. 그러면서 무려 5년 4개월간 베트남과 동행했다.
박 감독은 2022 미쓰비시컵 준우승을 끝으로 베트남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당시 그는 차기 목적지 관련 물음에 “베트남에서 잘 마무리했는데 또 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1년여간 휴식을 취한 박 감독은 지난 2월 베트남 3부리그의 박닌FC의 고문으로 취임했다. 계약 조건에는 국내외 대표팀 또는 프로팀에서 감독 제의가 오면 겸임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