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8개만 더 넘기면…최정이 최정상
현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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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02:25
“언젠가는 제 기록을 다 깨지 않겠어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48) 감독은 아끼는 후배 최정(37·SSG 랜더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타격 기록을 모두 깨트릴 후계자가 바로 최정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1995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이 감독은 2017년까지 활약하면서 KBO리그 타자 부문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다. 홈런(467개)을 비롯해 타점(1498개)과 득점(1355개) 등 각종 지표에서 1위를 달렸다. 그러나 2017년 현역 유니폼을 벗으면서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최형우(41·KIA 타이거즈)가 1500타점을 넘기면서 통산 타점 왕좌를 가져갔고, 9월에는 최정이 통산 득점 1위로 올라섰다.
이제 ‘국민 타자’ 이 감독에게 남아있는 타이틀은 홈런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정의 ‘통산 홈런왕’ 카운트다운이 이미 시작됐다. 최정은 지난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7회말 구승민의 공을 받아쳐 좌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앞서 23일 개막전에서 터뜨린 3회 좌월 2점 홈런을 더해 이번 개막 2연전에서만 홈런 두 방을 때려냈다.
최정은 이틀 동안 개인 통산 459, 460호 아치를 그리면서 이승엽 감독의 통산 홈런 신기록을 7개 차이로 뒤쫓았다. 최정의 평소 페이스로 미뤄볼 때 전반기에는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지만, 개막 2연전부터 불방망이를 뽐내며 통산 홈런왕 등극을 일찌감치 가시화했다.
이틀 연속 대포로 SSG의 2연승을 이끈 최정은 “기록이 걸려있어서 부담된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타석에서 매번 똑같이 임하다 보면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깨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출발이 좋은 만큼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말했다.
2005년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최정은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은퇴한 장종훈(1988~2002년)과 양준혁(1993~2007년)이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는데 최정의 기록은 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최정의 홈런 기록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바로 ‘사구(死球)’ 다. 최정은 20년 동안 활약하면서 무려 328차례나 사구를 맞았다. 통산 사구 2위 박석민(39)의 212개보다 100개 이상 많은 기록이다.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로 범위를 넓혀도 각각 고(故) 휴이 제닝스의 287개와 기요하라 가즈히로(57)의 196개가 최다 기록이다. 최정이 유독 사구가 많은 이유는 약점으로 통하는 몸쪽을 공략하기 위해 상대 투수들이 몸쪽 공을 집중적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상대 투수들이 몸 가까이에 공을 붙이려다 사구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정은 몸 맞는 볼로 인해 어깨나 팔·허리 등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근성과 정신력으로 20년 동안 46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또, 통산 타석 부문에서도 올 시즌 1위 등극이 유력하다. 4년 선배인 최형우가 현역 유니폼을 벗은 뒤로 통산 타점 부문에서도 기록 경신이 시간문제다. 최정은 통산 1460타점을 기록 중이다.
최정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나는 어차피 만년 2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달리 이승엽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8년(이 기간 159홈런) 동안 뛰었기에 이 감독의 통산 홈런 기록을 뛰어넘을 순 없다는 겸손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최정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간다. 성실한 자세와 꾸준한 성적만으로도 그는 새 역사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