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쏘니·강’만 있는 게 아니다, 태국전 주역 두 명은
26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차전 태국 원정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3대0 승리를 이끈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은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동갑내기 친구이자 대표팀 동료 이재성(32·마인츠) 얘기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재성이가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옆에 있는 동료들을 빛나게 만들어 주는 선수”라며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늘 헌신적으로 뛰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이번 태국 2연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1일 태국과 홈경기(1대1 무승부)에선 손흥민 골을 어시스트했고, 26일 태국 원정에선 전반 19분 선제골로 경기 흐름을 바꾸었다.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처럼 화려하거나 손흥민처럼 위력적이진 않지만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공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언성 히어로(Unsung Hero·소리 없는 영웅)’라 불렸던 박지성을 떠올리게 하는 활약이다. 이재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이 치른 A매치 19경기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 A매치 86경기 11골을 기록 중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1도움(멕시코전)을 기록한 바 있다. 그때도 골은 손흥민 몫이었다.
이재성 말고 또 다른 영웅은 태국전에선 29세 나이에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린 박진섭(전북)이다. 후반 37분 김민재의 헤더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쐐기 골을 뽑아냈다. 그는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여섯 번째 A매치에서 골 맛을 봤다. 박진섭은 “나도 모르게 기분이 정말 좋아 그런 행동이 나왔다”며 “축구가 정말 좋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진섭은 3부 리그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온 ‘대기만성형’ 선수로 통한다. 2017년 K3리그 대전 코레일에서 실업 축구 선수 생활로 경쟁 무대를 밟은 그는 그해 리그 득점 2위(11골)를 하며 2018년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성했다. 2021년 대전하나시티즌 소속으로 K리그2 베스트11에 뽑히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 이듬해 전북 현대로 이적하면서 K리그1(1부) 무대를 밟았다. 작년 황선홍 감독이 리그 최고 센터백으로 성장한 그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불렀고, 박진섭은 금메달을 걸며 병역 혜택도 받았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대표팀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그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