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믿었던 통역의 배신…'미즈하라 스캔들' 피해자 오타니, 처음 공식 입장 밝힌다
현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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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02:18
] 오타니 쇼헤이(30)가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스캔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LA 타임즈 등은 25일(한국시간) "오타니가 26일 통역사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및 절도 혐의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오타니는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고 전했다.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및 절도 혐의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마주하는 오타니다.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오타니는 충격적인 소식과 마주했다.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던 통역사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손을 댔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자산에도 손을 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오타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미즈하라는 지난 20일 경기 도중 해고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와 심판, 구단과 리그 관계자 혹은 직원들이 야구 경기에 베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적용된다. 각 주마다 법이 다르기도 한데, LA 다저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매체 ESPN은 불법 스포츠 베팅 업체를 운영한 매튜 보이어를 취재하던 중 오타니의 이름으로 돈이 오가는 것을 확인했다. ESPN은 "지난 9월과 10월 오타니의 이름으로 각각 50만 달러가 송금된 이체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야구가 아닌 축구와 기타 스포츠에 베팅하며 보이어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도박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미즈하라는 거짓말까지 했다. 당초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갚아 준 것이라 했지만,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오타니가 도박 빚과 관련해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미즈하라는 ESPN엔 "오타니는 내 도박 빚에 대해 모른다. 오타니가 불쾌해 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오타니가 대신 빚을 갚아주겠다고 했다. 오타니는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 나 역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베팅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 일로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스포츠 종목에 베팅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나는 베팅 업체가불법인 지도 몰랐다. 수백만 달러를 잃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도박에 손을 댔다. 하지만 계속해서 돈을 잃었다. 돈을 딴 적도 없다. 나는 도박을 정말 못한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송금 내역에 오타니의 이름이 적힌 것에 대해서는 "오타니가 빚을 갚아주기로 한 상황이었고, 몇 개월에 걸쳐 대출 명목으로 돈을 입금했다. 오타니가 직접 송금한 이유는 내가 다시 도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입장을 번복했다. 미즈하라는 ESPN에 "오타니는 내 도박 빚을 알지 못했다. 송금도 직접하지 않았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오타니 변호인도 "오타니가 절도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관계가 끝나게 됐다. 미즈하라가 빼돌린 돈은 450만 달러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ESPN에 "인터뷰 했던 내용의 상당 부분이 거짓말이었다. 오타니는 내 도박과 관련애 아무것도 모른다. 빚에 대해서도,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오타니 대변인도 "최근 일어난 일들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통역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통제할 수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해고된 당일에도 클럽하우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미즈하라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또 직접 빚을 갚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학자인 넬슨 로즈 교수는 LA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불법 도박인 것을 알고도 빚을 갚아줬다면, 연방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판례를 살펴보면 이런 행위는 도박을 직접 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처벌을 받는다. 오타니가 직접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줬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오타니의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즈하라에 대한 의혹들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학력을 위조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매체 NBC는 "미즈하라가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를 졸업했다고 알려졌지만, 해당 대학에 확인을 해본 결과 미즈하라의 재적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미즈하라가 학력을 위조했다고 밝혔다.
▲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간) 성명문을 내고 \'사무국은 미디어로부터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연루된 의혹을 알게 된 뒤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날 우리 조사부는 관련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미즈하라의 도박 스캔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23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성명서를 통해 "사무국은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연루된 의혹을 알게 된 이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우리는 관련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공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즈하라와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타니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붙은 서울시리즈 2경기를 모두 소화했고,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또한 빠지지 않고 출전 중이다. 사실 스포츠 도박과 연관됐다고 하더라도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지 않는다. 연방법에 의한 처벌을 받을 순 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벌금 징계만 받게 될 전망이다.
NBC 스포츠는 "메이저리그 도박 정책은 모든 클럽하우스에 게시가 되어 있다. 야구에 대한 베팅은 합법적이든 아니든 1년 동안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에 불법적으로 베팅하는 것에 대한 처벌은 전적으로 커미셔너의 재량에 달려 있다. 스포츠 도박은 38개 주와 콜롬비아 특별구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불법이다"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오타니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미즈하라의 범죄 사실을 보도한 ESPN 역시 "오타니가 불법 도박 업자와 직접 거래했다는 혐의가없다. 미즈하라의 베팅이 야구 종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도 없다. 현재로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오타니를 경기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징계와는 별개로 오타니는 가장 믿고 의지했던 '친구' 미즈하라를 잃었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오카지마 히데키 통역을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야구계에 발을 담갔고, 2013년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활동하면서 오타니와 인연이 닿았다.
오타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미즈하라. 오타니는 2017년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은 후 미즈하라를 전담 통역으로 채용했다. 미즈하라는 미국에서 오타니의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캐치볼을 받는 등 훈련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미즈하라를 두고 '10도류'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만큼 오타니의 생활에 미즈하라가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오타니도 미즈하라를 잘 챙겼다. 미즈하라의 연봉은 50만 달러(약 7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가족들도 서로 왕래가 잦았다. 서울시리즈에도 오타니는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동행했는데, 미즈하라 역시 자신의 아내와 함께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다나카와 미즈하라의 아내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국으로 끝나게 된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관계. 오타니도 미즈하라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즈하라와 관련된 사진을 모두 지웠다. 오타니는 새로운 통역을 고용했다.
한편 일본 언론도 오타니의 미즈하라와 관련된 공식 인터뷰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닛칸 스포츠'는 25일 "오타니가 언론에 공식 입장을 전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도 "오타니가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게 좋은 일이다. 좀 더 사태가 명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닛칸 스포츠'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배팅과 관련해 어느정도 입장을 밝힐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오타니가 지금까지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공식 인터뷰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미국 세청과 FBI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유력 매체 '요미우리 신문'은 오타니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경기에 출전했는데,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에인절스 선수들과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