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 나갈 선수입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활짝 웃으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꼭 안아줬다. 모두가 기다렸던 이강인의 어시스트에 이은 손흥민의 골. 이강인은 두 팔을 벌린 손흥민에게 달려간 뒤 폴짝 뛰어올라 품에 안겼다. 아시안컵 후 한국 축구를 강타했던 '탁구 게이트'의 완전 봉합을 의미하는 장면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4차전 원정 경기에서 태국을 3대0으로 완파했다. 홈 3차전 1대1 무승부의 아픔을 씻고, 3승1무 승점 10점 C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손흥민은 경기 후 플래시 인터뷰를 통해 "며칠 전 태국과 경기를 했는데 내용은 만족스러웠지만, 부정적인 시선들이 우리를 조금 불안하게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더운 날씨,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의 헌신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팬들도) 분명 보셨을 것이다. 우리는 한 팀이 돼 멋진 경기를 했다. 늦게까지 응원해주신 덕분에 무실점 승리를 했다"고 말했다.

전반 19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9분 이강인과 손흥민의 합작골이 터졌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4강 탈락과 함께 '탁구 게이트'로 흔들렸다. 요르단과 4강을 앞두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한 사건이다. 이강인은 직접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강인은 대표팀 합류 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다시 이강인을 감쌌다.

손흥민은 "많은 분들이 걱정했다. 축구를 하다 보면 승부욕도 강하고, 서로 요구하는 부분이 있어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강인 선수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계기로 훌륭한 사람으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100% 확신한다. 수도 없이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 나갈 선수다. 5000만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이강인에게 힘을 실어줬다.

계속해서 "오랜만에 강인 선수를 끌어안았는데 너무 귀엽고, 앞으로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체감 온도가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거기에 동남아 특유의 습한 날씨가 괴롭혔다. 잔디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시안컵 4강 탈락에 이어 태국과 홈 3차전 무승부까지, 한국 축구의 분위기는 바닥을 쳤다.

손흥민은 "분명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이런 와중에서도 선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덥고 습한 날씨, 환경이 다른 잔디로 어려운 경기를 했을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고, 1% 더 희생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