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챔피언십 포인트’ 올린 대한항공 MB 김민재 “‘혹시나 주겠어’하고 뛰었는데 진짜였어요”

존잘남 [카토커] ‘챔피언십 포인트’ 올린 대한항공 MB 김민재 “‘혹시나 주겠어’하고 뛰었는데 진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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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유독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다. 비시즌부터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고, 한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도 두 차례 교체했다. 챔피언 등극 순간에도 선발 멤버가 아닌 교체 투입된 선수들까지 힘을 모았다.

지난 2일 챔피언결정전 3차전도 5세트 혈투가 펼쳐졌다. 대한항공은 5세트 13-13에서 정한용 시간차 공격으로 14-13로 앞서갔다. 이후 유광우 대신 조재영을, 김규민 대신 막심 지갈로프를 투입했다. 막심 서브 이후 상대 신호진 오픈 공격 상황에서 조재영 유효블로킹-임동혁 디그-정지석 연결-임동혁 후위공격을 시도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상대 곽명우 디그한 공이 바로 넘어왔고, 막심 디그 이후 조재영이 세트를 시도했다. 조재영은 김민재를 바라봤고, 김민재가 속공을 성공시키며 챔피언십 포인트를 기록했다. 세터 포지션을 경험했던 미들블로커 조재영 그리고 김민재의 호흡이 빛났던 깜짝 득점이었다.

<더스파이크>와 만난 김민재는 3차전 5세트 마지막 득점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내게 올라올 확률은 20%였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주겠어’라고 뛰었는데 진짜 줬다. 마지막 장면에 조재영-김민재가 담겨있어서 좋다”면서 “훈련을 할 때도 준비를 했던 부분이다. 준비를 안 하면 감독님한테 혼난다. 재영이 형이랑 연습할 때도 쉬는 시간에 속공 뜨라고 하면서 토스를 몇 번씩 했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즌 마침표를 찍은 김민재다. 그는 “처음에는 득점인 줄 몰랐다. 때리고 그냥 좋았다. 이후 재영이 형을 찾아서 포옹을 했다. 눈물이 차올랐다가 내려갔다. 여태까지 고생한 것이 생각났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를 들은 정한용은 “나도 눈물이 차올랐는데 참았다. 울면 놀림을 받는다. 비시즌 내내 단톡방에 우는 사진 올라오면서 놀림을 받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근데 동혁이 형은 바닥에 누워서 울었다”고 했다.

2003년생의 196cm 미들블로커 김민재는 V-리그 세 번째 시즌을 치렀다. 봄배구 무대에 직접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김민재는 “작년에는 중요한 경기 마지막에 못 뛰어서 아쉬웠는데, 올해는 챔프전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남달랐다. 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승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이뤘다”며 기쁨을 전했다.

김민재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시즌이었다. 비시즌 대표팀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것. 형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대한항공은 김민재가 빠진 사이 노련한 김규민-조재영을 먼저 기용했고, 김민재가 부상 복귀 이후 김규민과 짝을 이루게 했다. 김민재는 “처음에 다쳤을 때 시즌 생각 밖에 안 났다. 팀에 와서는 빨리 운동을 해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근데 복귀한 후에도 내 마음대로 안 됐다.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운동하면서 기회를 얻었고, 자신감도 얻으면서 잘 풀렸던 것 같다”고 밝혔다.

1999년생 아포짓 임동혁도 김민재를 도왔다. 두 선수는 나란히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진학이 아닌 프로행을 택하기도 했다. 김민재도 ‘든든한 형’ 임동혁을 의지했다. 김민재는 “동혁이 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준비만 잘하면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했다. 마음 놓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했다”면서 “동혁이 형이 경험도 많고, 나와 같은 고졸 출신 선수다. 둘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에 한 번씩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민재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배구 선수로 나섰다. 구력은 짧지만 운동 능력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스펀지처럼 잘 흡수를 하는 선수다. 지도할 맛이 난다.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재는 “중학교 때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배구를 잠깐 했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처음으로 배구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리고 이 팀에 와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야간에도 나가서 훈련을 했다”면서 “그래도 배구가 재밌고 즐거웠다. 훈련도, 경기를 뛰는 것도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었다. 나와 같은 어린 친구들에게도 즐기면서 배구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자연스럽게 팀 적응을 마친 김민재는 베테랑 형들을 보고 배우는 점도 많다. 김민재는 “운동할 때 규민, 재영이 형이 많이 알려준다. 경기 중에도 피드백을 많이 줘서 도움이 된다. 상대 세터 습관을 알려주기도 하고, 상대 선수 코스를 한 번씩 얘기해줘서 좋았다”며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도 기회를 많이 받고 있다. 차별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코트 안에서도 재밌게 배구를 한다. 분위기도 좋을 수밖에 없고 자신감도 올라오면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형들과도 선은 지키면서 장난도 많이 친다. 눈치도 안 보게 되면서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수평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힘겨운 시즌을 버텼고,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도 얻었다. 김민재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근데 막상 가려고 하니 MBTI 중 P라서 계획하기가 어렵다. 계획을 짜줄 사람이 필요하다. 한용이 형이 J다. 메모지에 하나하나 다 적어놓는 스타일이다”고 하자, 정한용은 “민재랑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한 번쯤 가면 재밌을 것 같다”고 답했다.

V-리그 새 역사를 쓴 대한항공이다. 2024-25시즌에는 5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김민재는 “누구도 깨지 못할 역사를 써내려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민재의 성장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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