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이 정도면 인정' 김재환까지 부활! "강정호 너무 고맙다" 양의지도 놀란 '킹캉스쿨 효과'
"(강)정호에게 너무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네요."
타격의 달인 손아섭(36·NC 다이노스)는 부침을 겪자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35세 나이에 생애 첫 타격왕이 됐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김재환(37·두산 베어스)도 마찬가지였다. 1년 선배 양의지(38)의 소개를 통해 강정호(38)와 연락이 닿았고 시즌 종료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미국 강정호 아카데미로 향했다.
아직 평가가 이른 감이 있지만 쾌조의 시작을 하고 있다. 16경기에서 타율 0.298(57타수 17안타) 4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8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무엇보다 타구의 질이 달라진 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일 한화 이글스전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8회말 1사 1,3루에서 좌투수 김범수를 상대로 존 바깥쪽으로 향하는 시속 148㎞ 속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결대로 밀어친 타구는 시속 173.9㎞의 총알 같이 날아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지난해 10홈런에 그쳤던 김재환의 좌중간 방면 홈런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좀처럼 뜨지 않은 타구는 극단적 시프트에 막혔고 김재환은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시즌 종료 후 마무리 훈련 참가를 자청한 김재환은 휴식도 반납하고 곧바로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향했다. 강정호와 특별한 접점이 없었지만 지난해 손아섭의 반등을 목격했고 강정호와 중학교 동기인 양의지를 통해 미국행을 결정했다.
한국-미국을 거쳐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로 향한 김재환은 당시 "새로운 걸 찾았다기보다는 오히려 작년에 새로운 걸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부진이 길어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엉뚱한 걸 시도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김재환은 "아, 내가 예전에 이렇게 쳤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좋았던 때의 감각을 다시 일깨운 것이다.
김재환의 밀어친 홈런에 이승엽 감독은 감격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김재환의 다채로워진 타구 방향에 좋은 평가를 남겼던 그는 "김재환이 4번 타자 답게 멋진 결승 홈런을 때렸다.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김재환을 상징하는 그 스윙을 모두에게 보여줬다"며 "진짜 진짜 좋은 스윙이었다. 쉬운 코스도 아니었는데 정말 훌륭한 스윙이었다"고 말했다.
김재환의 반등의 숨은 공로가 있는 양의지는 10일 결승 홈런을 날린 뒤 취재진과 만나 "(김)재환이가 야구장에 나와서 정말 밝게 야구하는 게 형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다. 작년엔 정말 힘들어했다"며 "대화도 많이 했는데 더 잘해서 올해는 30홈런 이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호에게 너무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끼는 후배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함께 괴로웠고 타선의 동반 상승세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을 부풀렸다.
양의지는 "힘들어할 때 별 얘기를 안 했다. 야구 얘기는 잘 안 하고 '괜찮다'고 얘기는 했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옆에서 보기에 쉬는 날에도 나와서 운동하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가 결과가 안 좋으니 그랬는데 지금은 결과도 좋고 결정적일 때 예전처럼 멋있는 홈런을 쳐줘서 그걸로 인해 팀의 사기도 올라가고 좋은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는 KBO리그 타자들의 타격 자세를 분석하는 영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은퇴했지만 이후 타격 교습가로 변신했고 많은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분석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손아섭을 완벽히 살려냈고 김재환도 시즌 초반부터 좋은 내용으로 선전하게끔 이끌었다.
선수로서는 끝이 좋지 않았지만 타격 교습가로서 성공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걸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보다 많은 타자들이 강정호의 지도를 받기 위해 미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