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군 입대까지 미룬 고군택 "韓 이어 아시아 무대도 제패할 것"
인터뷰 - KPGA 다승왕 고군택
작년 3승 거두며 일약 스타덤
일본·아시안 투어 시드권 따내
"韓·日 등 모든 대회서 우승 목표
해외 골퍼들에 위축되지 않을 것"
원래대로라면 고군택(25)은 지금 군복무 중이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입대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2023년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을 따내며 일찌감치 시드 걱정을 덜어낸 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역 의무를 마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번에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지난해 9월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며 시즌 3승을 거뒀다.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가 공동으로 주관한 대회에서 우승한 덕에 KPGA투어 시드 5년과 함께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따냈다.
이 대회를 며칠 앞두고 신청했던 입대 희망 신청을 곧바로 취소했고, 일본과 아시안투어로 무대를 넓혔다. 고군택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한국, 일본, 아시안투어에서 모두 우승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며 “4승 이상을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고군택은 지난해 KPGA투어가 배출한 대표 스타다. 2020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투어데뷔 4년 차, 49번째 출전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따냈다. 이어 7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9월 신한 동해오픈까지 휩쓸며 3승을 따냈다.
자신의 ‘커리어하이’였던 지난 시즌에 대해 고군택은 “저를 바꾼 가장 큰 경험은 첫 승”이라고 말했다. 매 대회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우승 ‘한방’이 없어 기대주에 그쳤던 그를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바꿔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무승의 기대주’에서 ‘KPGA 다승왕’으로 변신한 데에는 피나는 연습이 있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고군택은 백스윙과 그립을 수정하며 비거리를 10m 이상 늘렸다. 또 드로와 페이드 구질을 모두 구사하는 골퍼로 거듭났다.
그의 가능성을 믿고 후원해준 스폰서의 힘도 컸다. 대보그룹은 ‘미완의 기대주’였던 고군택을 2022년부터 후원했고, 그는 다승으로 보답했다. 대보골프단은 한국 프로골프에서 남녀 선수 모두를 후원하는 몇 안 되는 골프단이다.
고군택은 “철저한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 구단은 선수들에게 특별한 소속감과 힘을 준다”며 “서원밸리CC에 오면 직원분들이 가족처럼 반겨주고, 대회장에 응원도 와주셔서 선수로선 정말 든든한 지원군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군택은 올해 대보그룹과 2년 계약을 갱신했다.
고군택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해외 투어에서의 우승이다. 지난겨울 아시안투어 대회에 출전하며 적응기를 보냈다. “몇 번의 경험을 거쳐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에 LIV골프 선수가 많이 출전하면서 대회 수준이 크게 올라갔다”며 “잔디에 적응하고,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위축되지 않는 마음가짐이 과제”라고 말했다.
해외무대에서 만난 인상적인 선수로 호아킨 니만(칠레)을 꼽았다. 올해 들어 LIV골프에서 2승을 올리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수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이 같은 활약을 평가받아 마스터스 토너먼트, PGA 챔피언십 초대권을 따냈다.
고군택은 “경기를 마친 뒤 비가 오는데도 니만이 연습그린을 떠나지 않고 계속 퍼터를 잡고 있더라”며 “LIV 선수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완전히 부서졌다. 잘 치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고군택의 골프 인생에 또 한 번의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올해의 활약에 따라 ‘반짝스타’에 그칠지, KPGA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고군택은 “지난해 3승을 올리며 생애 처음 큰 주목을 받았는데 정말 행복했다”며 “골프팬들이 계속 저를 주목해주시도록 올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