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세리언니 봤죠" 세리키즈 신지애 버디쇼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3R
5홀 연속 버디 등 8언더 맹타
공동 33위서 공동선두로 점프
통산 65승·LPGA 12승 정조준
올해 파리올림픽 출전 목표
'공동 55위-공동 33위-공동 선두.'
파리올림픽 출전과 자신의 우상인 박세리의 이름을 건 대회 초대 챔피언을 향한 무서운 집념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8위이자 '세리 키즈' 대표 주자인 신지애가 무섭게 타수를 줄이며 기어이 공동 선두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신지애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냈다. 특히 2번홀부터는 '5개 홀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물오른 샷 감각을 과시했다.
중간합계 9언더파 204타를 만든 신지애는 재미동포 앨리슨 리(미국)와 함께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려놨다. 공동 3위 그룹과는 2타 차다.
신지애의 무서운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회다. 대회 첫날에는 이글 1개와 버디 1개를 잡았지만 보기를 5개나 쏟아내며 공동 55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둘째 날 버디만 3개를 잡고 순위를 공동 33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무빙 데이'로 불리는 셋째 날 기어이 8타를 줄여내며 공동 선두까지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우승도 가능하다.
비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첫날 평균 235야드에서 이날 3라운드에서는 평균 254야드를 기록했다. 또 3라운드 데이터를 보면 그야말로 '무결점'이다. 이날 코스에는 강풍이 불었지만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적중률 100%를 기록했다. 또 그린 주변 벙커에 3차례 빠졌지만 모두 파로 막아내 '샌드세이브' 확률도 100%, 여기에 퍼트도 단 25회에 불과했다.
프로 통산 65승과 11년 만의 LPGA 투어 우승을 노리는 신지애는 "오늘은 바람이 강하게 불 것이라고 예보돼 버디를 많이 잡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나갔다"며 "3번홀부터 버디가 나왔고 전반적으로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 코스는 장타자보다는 일관성을 가진 골프선수에게 잘 맞는다. 그래서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뒤 "페어웨이를 잘 지켜야 했고, 바람이 많이 불어 캐디와 바람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 한국 팬들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강풍 속에서 던진 버디 자신감. 이유가 있다. 똑바로 치는 샷으로 '초크 라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신지애는 악조건 속에서 더 빛을 발한다. 강풍과 악천후로 악명 높은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2008년과 2012년 2차례나 우승했고, 2019년 일본 투어 어스몬다민컵과 지난해 호주에서 열린 빅오픈에서도 강풍을 뚫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신지애는 이날 15번홀에서 박세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후반 첫 버디를 잡은 뒤 18번홀까지 버디 2개를 더 잡아냈다. 그는 "세리 언니를 본 뒤로 버디 3개를 잡았다. 내일은 더 많이 지켜봐주면 좋겠고, 이왕이면 일찍 나오면 좋겠다"고 웃었다.
신지애는 이 대회 우승이 간절하다. 현재 세계랭킹은 18위. 오는 6월 말까지 세계랭킹 15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파리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대회도 박세리에게 부탁해 초청 출전했다. 신지애는 "올림픽 출전 의욕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일본 투어보다 랭킹포인트가 많은 LPGA 투어 대회에 나오기 위해 세리 언니에게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한 뒤 "내년이 프로 20년 차인데 올해 올림픽에 나가는 새로운 목표를 찾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LA오픈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인뤄닝(중국)은 18번홀(파4)에서 치명적인 트리플보기를 범해 넬리 코르다(미국) 등과 중간합계 7언더파 206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한국 선수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신지은이 공동 15위에 올랐고 '루키' 임진희가 공동 26위, 이미향이 공동 3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