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박인비 “엄마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 낼 수 있는 환경 만들고 싶어”

우유소녀제티 [카토커] 박인비 “엄마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 낼 수 있는 환경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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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대축제 파리올림픽 개막까지 10일로 107일을 남겨 뒀다. 많은 선수가 올림픽 메달이라는 영광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만큼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인물이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박인비(36)가 그 주인공이다.

박인비는 이미 골프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 우승하기도 힘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7승을 거두는 등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세계 골프 역사상 처음으로 ‘골든 그랜드슬램’까지 완성했다.



이런 박인비가 올림픽을 기다리는 이유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최대 23명으로 구성된 선수위원은 스포츠 선수의 최고 명예직으로 꼽힌다. 8년 임기의 선수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는 물론 IOC 회원국에 비자 없이 국빈 대우를 받으며 방문할 수 있는 등 IOC 위원과 같은 권한을 갖게 된다.

선수위원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4명이 선발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2008년 문대성 전 선수위원이 당선된 데 이어 2016년 유승민 위원이 선출돼 활동 중이다. 유 위원의 임기는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박인비를 비롯해 ‘사격의 전설’ 진종오와 ‘배구여제’ 김연경 등 슈퍼스타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박인비는 지난 8월 이들을 제치고 IOC 한국 선수위원 후보로 결정됐다. 박 후보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4명을 선출하는 IOC 선수위원 자리를 놓고 옐레나 이신바예바(육상·러시아) 등 월드스타 32명과 8대 1의 경쟁을 치른다. 한국 최초의 여성 IOC 선수위원을 꿈꾸는 박 후보는 8일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엄마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놨다. 다음은 박 후보와 일문일답.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나. 딸이 벌써 돌이 다 돼 가는데.

“육아를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남편도 도와주고 있다. 엄마가 돼 보니 가끔 혼자 육아를 하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딸이 곧 돌(4월21일)이다. 돌잡이엔 골프공과 모형 클럽도 놓을 계획이다. 크면 골프도 당연히 시켜 볼 생각이다. 선수가 꼭 되라는 건 아니지만 골프는 해야 한다고 본다. 그 밖엔 골프 예능 프로그램도 촬영 중이고 인터뷰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IOC 선수위원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사실 사전 선거 활동을 하기엔 많은 것이 제한적이다. IOC가 모든 후보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만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정해 뒀기 때문이다. 선수위원 투표는 파리올림픽 기간인 7월18일 시작되고 결과는 8월7일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제’로 불리며 골프 선수로서 이룰 건 다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데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16년 리우올림픽 무대를 경험하면서 대회에 매료됐다. 금메달을 따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올림픽에 관한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IOC 선수위원이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언제든 할 수 있지도 않다. 마침 우리나라 선수위원 임기가 끝날 때가 되면서 뭔가 우연히 시기가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한국 선수위원 후보에 선정됐다.

“면접은 살면서 볼 일이 없었는데 평생에 처음이어서 낯설었다. 오래 준비했던 분들도 계시는데 내가 후보로 선정돼 놀라기도 했다. 차근차근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15분 정도 진행된 영어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미국에 살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해서는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 준비는 정말 열심히 했다. IOC는 어떤 일을 하는지, 올림픽의 역사는 어떤지 공부를 많이 했다. 스피치 스킬도 꾸준하게 익혔다.”



―어려웠던 질문도 있었을 텐데.

“5분간 자기소개를 하는 게 힘들었다. 3∼4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외워서 열심히 자기소개를 끝냈는데 5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전 세계 선수들의 마음을 사야 IOC 위원이 될 수 있다. 어떤 선거 전략을 갖고 있는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선수위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길진 않았지만 올림픽 선수촌을 경험하면서 불편했던 점이나 보완했으면 하는 점들을 바꿔 보고 싶다. 잠자리와 화장실 사용, 식사 등도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선수촌 컨디션을 높이고 싶다. 특히 여성 선수들을 위한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나 아이가 있는 선수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는 식이다. IOC에서도 여성 인권에 대해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여성 선수들에게 어필하면 좋을 것 같다.”

―전임 선수위원들로부터 조언을 많이 구했을 것 같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과 몇 번 만나 대화를 나눴다. 유 위원은 자신이 선수위원에 당선됐던 8년 전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선수위원에 대한 대중과 국가의 관심이 높아졌고,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며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 이런 이야기는 방심하지 않고 단단히 마음먹는 계기가 된다. 현장에서 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얼굴 비치고, 한 선수라도 더 만나서 투표할 수 있게 만들도록 하려고 한다.”

―육아도 골프도 남편 등의 도움을 받지만 선수위원 선거는 스스로 해 나가야 한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게 어렵다. 골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매니저나 코치, 남편 또 캐디 등 너무 많은 크루와 함께 다녔다. 하지만 이제 혼자 가야 하는 자리가 많다. 아직 낯설기도 하지만 이제는 홀로 서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살아남는 법을 배워 나가려고 한다.”

―골프 선수로서 수많은 우승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

“딱 두 대회가 떠오른다.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와 2016 리우올림픽이다. 에비앙 마스터스는 슬럼프를 겪고 남편과 함께 스윙을 교정한 뒤 처음으로 한 우승이다. 이 대회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고 전성기가 시작됐다. 또 올림픽은 대회 자체가 주는 영광이 컸다. 부상 때문에 힘들었고 올림픽에 나가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만약 그때 출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힘들었던 건 10번도 넘는 것 같다. 오버파에 80대 타수도 치고 예선에도 탈락했던 슬럼프 기간이다. 너무 고통스러운 채로 하루 5시간 동안 골프를 쳐야 했던 게 괴로웠다.”



―리우 때를 경험 삼아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골프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분명 낯설 것이다. 분위기가 메이저대회와 또 다르기 때문이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 1년에 1∼2번 하던 도핑 검사도 무조건 수시로 받아야 한다. 선수들이 새로운 분위기를 즐기되 너무 낯설어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길 바란다. ‘나라를 대표하는 골프 선수’로서 느낄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올림픽 출전 기회 자체만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골프 경기가 치러지는 한 주를 보내면 된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선수들이 어떤 메이저대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과 성취감도 느꼈으면 한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신지애 선수가 요즘 잘하고 있는데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아직 은퇴하지 않았는데 정확한 신분은 어떻게 되나.

“지금은 반 걸쳐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선수위원 선거 끝나고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딸을 데리고 투어 생활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재미로 골프를 치며 대회를 즐길 수 있는 성격은 못 된다. ‘예선 탈락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먹히지 않는다. 2년이나 쉬었기 때문에 복귀하게 된다면 정말 예전보다 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장타를 펑펑 날리는 요즘 젊은 선수들 모습을 보면 용기도 섣불리 나지 않는다.”

―제2의 박인비를 꿈꾸는 어린 선수가 많다.

“만약 나에게 10대로 돌아가서 골프를 치라고 한다면 실패와 성적을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는 무조건 잘 쳐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마음에 도전하지 않고 때론 피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오직 그때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다. 이 도전과 실패는 훗날 투어 생활,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레슨이 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후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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