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이정후 없으면 ‘예비 메이저리거’ 김혜성이 친다…최약체 평가받은 키움, 파죽의 7연승 비결은
맛돌이김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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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 18:15
감독은 ‘평정심’을 강조하고 주장은 “10등이 1등을 이기는게 야구”라고 한다.
키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김혜성의 끝내기 홈런으로 4-3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30일 고척 LG전부터 7경기 연속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시즌 개막 전 최약체로 꼽힌 팀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키움은 비시즌 동안 전력 보강이 거의 없이 누수만 생겼다. 심지어 굵직한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주축 타자인 이정후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하며 떠났다. 선발 투수 안우진은 지난해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한 뒤 수술대에 올랐고 군입대했다.
내부 자유계약선수(FA) 선수였던 이지영과 임창민은 각각 SSG와 삼성으로 떠났다. 지난해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원종현, 정찬헌 등은 아직 합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 키움 전력에 플러스가 된 건 군대 문제를 해결한 조상우 정도였지만 불펜 투수 하나가 이 많은 누수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했다. 야수 중에서는 김휘집, 이주형 등이 부상을 입었고 투수에서는 선발진 합류 예정이었던 장재영이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다.
키움이 개막 후 4연패를 당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였다. 이대로 시즌을 치르다가는 ‘승점 자판기’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키움에게는 이유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주변의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겨낸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시즌 주장을 맡은 김혜성은 “재작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을 때에도 돌이켜보면 시즌 전에는 5강권에도 못 들어간다는 평이 많았다”라며 “외부 평가는 신경쓰지 않고 우리 목표대로 열심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키움이 반등하기 시작한 건 ‘디펜딩챔피언’ LG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면서부터다. 지난달 30일 LG를 상대로 선발 투수 하영민을 내세워 8-3으로 승리하며 시즌 첫 승리를 달성하더니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일단 방망이가 거세지기 시작하면서 무서운 팀으로 변했다. 예상 외로 이주형의 복귀가 빨라지면서 더욱 힘이 붙었다. 이주형은 복귀전인 지난 2일 삼성전에서 4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고 덕분에 타선이 더욱 견고해졌다. 이날 경기까지 7경기에서 키움이 뽑아낸 득점은 56득점으로 한 경기당 평균 8득점에 성공했다. 연승 기간 동안 무려 76개의 안타가 쏟아져나오면서 상대 마운드를 두들겼다.
이번 시즌 가장 큰 고민이었던 선발진도 예상 외로 안정감있는 피칭을 했다.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헤이수스의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투수 하영민, 김선기 등이 호투했다. 개막 엔트리에 신인 투수를 4명이나 포함시켜야했던 키움은 젊은 투수들이 마운드 허리에서 겁없는 피칭을 하면서 분위기를 탔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결코 들뜨지 않았다. 홍원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고 연승이든 연패든 시즌 중에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중요한 건 연패 기간이든 연승 기간이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저희들이 해야될 부분을 계속하는게 중요하다”라며 ‘평정심’을 거듭 강조했다.
선발진이 안정화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시즌 구상할 때 선발 투수에 대한 걱정이 제일 많았다. 하영미이 첫 단추를 잘 뀄고 김선기가 이어갔다. 결국 투수진은 선발 싸움이다. 5회까지 안정된 투구를 펼치느냐에 따라 공격력도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했다.
일단 한 경기만 집중하자는 마음이 연승의 발판이 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게임에만 집중하자’고 선수들에게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에서 계속 전달하는 메시지다”라고 했다. 이날 승리 후에도 “선수들 모두 끝까지 집중하면서 승리 향한 집념 보여줬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혜성 역시 마찬가지다.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치고도 침착한 김혜성은 “좋은 분위기가 우리 팀의 저력”이라며 “연패에 빠졌을 때에는 (이)원석 선배님 등 선배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다보니까 분위기 반전이 되면서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주장으로서도 “144경기 다 잘 할 수는 없다보니 최선을 다하면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다”고 선수단에 전달한게 모두의 마음이 됐다.
최약체라는 예측을 깬 것에 대해서는 “야구 몰라요”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10등 팀이 1등을 이기는게 야구다. 외부 평가 신경쓰지 않고 선수들끼리 자신이 해야할 것에 집중해서 분위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