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23-24시즌 파이널은 외인밭? 강성형 감독만 '한국의 태양'

[카토커] 23-24시즌 파이널은 외인밭? 강성형 감독만 '한국의 태양'

촐싹녀 0 208


 

이번 23-24시즌 챔피언결정전 대결구도를 살피자면, 지난 시즌처럼 '한국의 태양'과 '외국의 태양'이 붙는 구도는 아니었다. 


22-23시즌은 대한항공과의 챔프전 결전을 앞두고 "한국에는 한국의 태양이 떠야한다"는 발언을 남긴 최태웅 전(前) 현대캐피탈 감독과, 사상 최초 역스윕 우승장이 된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각각 남녀부 국내파 사령탑으로 파이널 무대에 섰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오히려 남녀부 네 팀 중 세 팀의 외인 감독들이 결승전을 점령했고, 이 가운데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국내 감독인 강성형 감독 체제로 운영됐다. 


 

강성형 감독은 지난 2015년 남자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감독 대행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당해 정식 감독으로 승격, 2017년까지 KB손해보험을 지도했다. 다만 당시에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2시즌 연속 6위에 그치며 물러났다. 


이후 2017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을 맡아 아시아선수권 준우승을 일궈낸 후 2019년 여자 대표팀 수석코치로 건너와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했다. 이 당시 여자배구를 지도한 경험은 현대건설을 이끄는 풍부한 밑거름이 되었다.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수석 코치로 라바리니 전 감독과 함께 했던 강 감독은 시즌 후 현대건설의 지휘봉을 잡으며 21-22시즌, 여자부 리그에 정식 데뷔했다.


 

이때부터 현대건설의 1위 질주가 시작됐다. 현대건설은 강 감독 부임 당시 컵대회 우승으로 시작해 21-22시즌, 비록 코로나19로 멈췄지만 '괴물 용병' 야스민과 함께 여자부 15연승 대기록을 작성하며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을 달았다. 


이 연승 대기록은 22-23시즌에도 이어졌지만 야스민의 부상 이탈, 고예림의 부상 등으로 팀워크가 급격하게 무너졌고 결국 시즌은 플레이오프 전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도리어 이 플레이오프 패배는 쓴 약이 됐다. 현대건설은 챔프전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선수가 많다. 주전세터 김다인은 자신의 첫 챔프전 출전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첫 반지를 얻었다. 강성형 감독은 이번 파이널 무대 운영이 눈에 띄었는데 흥국생명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주목하며 포지션 운영을 효과적으로 해냈다. 아시아쿼터 선수인 위파위를 영입해 수비로 팀의 기반을 강화시킨 점도 주목포인트다. 


이외에는 전부 외국인 감독이 결승에 올라와 V-리그에도 대외인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했다. 


 

남자부 전인미답의 4연패를 달성하며 새로운 왕조를 구축한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은 결승 무대 감독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1987년 생으로, 팀 주전 선수인 한선수보다도 두 살이 적다. 그러나 지난 21-22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세 시즌간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을 단 한번도 놓친적이 없다.


토미 감독의 기본 모토는 백업과 주전의 전력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대한항공이 시즌 중 전력 공백이 생겨도 안심할 수 있는 큰 이유이자, 배구판을 관통하는 핵심 중 하나다. 토미 감독은 토종 아포짓 임동혁을 시즌 중 선발로도 종종 기용해 키워냈다. 링컨이나 무라드 등 외인이 다치거나 흔들리면 임동혁이 활약한다. 임동혁은 이번 챔프전 3차전에서 막심이 주춤하자 18득점을 올려 정지석과 함께 팀 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이외에도 정지석이 부상으로 결장했을 당시 정한용을 괄목할만한 기량으로 키워낸 점도 눈길을 끌었다.


 

OK금융그룹 역시 23-24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감독 체제로 돌아섰다. 전임 석진욱 감독이 빠져나간 자리에 일본 산토리 선버즈를 이끌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을 데려왔다. 오기노 감독은 매 인터뷰때마다 '원 팀(One Team)'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존 OK금융그룹은 외인인 레오의 파워에 의존하는 공격 배구를 펼쳐왔다. 잘 들어가면 상대를 흔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범실 리스크가 컸고, OK금융그룹의 국내진은 당시 레오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봄배구에 나서지 못했다.


오기노 감독은 부임 즉시 서브를 뜯어고쳐 범실을 줄이고 송희채를 친정팀으로 데려와 리시브를 잡았다. 수비를 강화시켜 일본식 배구 색깔을 덧입힌 것이다. 신호진이 레오 대신 목적타를 받아내며 공격에 효과적으로 가담한다. 위급할 때는 레오의 점유율을 대폭 높이는 응급처치를 쓰기도 하나, 국내진 기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며 간혹 나오는 '몰빵 전술'도 곧잘 통했다. 


이 점에 힘입어 OK금융그룹은 창단 첫 컵대회 우승컵을 들고 8년만의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진출했다. 오기노 감독 역시 국내 부임 첫 성적을 챔프전 진출이라는 큰 수확으로 증명했다.
 


 

반면, 2시즌 연속 준우승을 거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이 세 명의 외국인 감독 중 가장 불명예스러운 성적을 안았다. 챔피언결정전 6연패(22-23시즌 포함)로,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이 잠시 감기에 걸렸던 지난 시즌 1,2차전을 제외하면 연달아 모두 패배했다. 


김연경의 화력을 내세웠지만 그 외에는 받쳐주는 부분이 없었다.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은 매번 저지조차 벗지 않고 주전들의 경기를 바라보는 붙박이가 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부임 초, 백업 선수들을 키우는데도 어느정도 목표가 있는듯 보였지만 어느 순간 조용히 무산됐다. 국가대표팀에 다녀온 후 어깨부상을 입은 김다은 등을 비롯해 쓰는 선수보다 못 쓰는 선수가 더 많았다. 


여기에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까지 무릎을 앓는 악재가 발생했다. 김연경과 아시아쿼터 선수 레이나의 공수 분전을 제외하고는 토스, 용병 이슈, 블로킹, 수비, 리시브, 서브 모든 면에서 대부분 흔들렸다. 


직전 시즌은 한국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1,2차전을 이기고도 역스윕 패배를 당한 불명예를 커리어에 새겼다. 김연경은 올 시즌 현역 연장까지 선언하며 재도전했지만 두 번의 도전에도 준우승컵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이처럼 강 감독을 제외하고 올 시즌 최종 시험대에는 외인 감독 세 명이 나란히 올라 시즌 성과를 가렸다.


24-25시즌은 남자부에 외인 감독들이 추가로 들어선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최 전 감독을 시즌 중 경질 후 프랑스 대표팀을 이끈 필립 블랑 감독을 선임했다. KB손해보험은 후인정 전 감독이 물러나고 스페인 대표팀을 이끈 미겔 리베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로써 남자부는 남자부 3개 구단 중에 4개 구단이 모두 외인 감독 체제로 간다. 신영철 감독이 떠난 우리카드는 아직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자부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남는다는 전제하에는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홀로 외인 체제다. 페퍼저축은행은 아헨 킴 전 감독과 조트린지 전 감독을 떠나보내고 장소연 감독을 세우며 다시 국내파로 돌아왔다. GS칼텍스는 차상현 전 감독이 떠나고 이영택 감독을 선임했다. 이외에는 재계약 등으로 기존 감독들이 잔류, 큰 변동 이슈가 없다.


한편,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마친 23-24시즌 V-리그는 오는 8일 시상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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