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포수 타율 1위가 SSG? 이런 복덩이가 굴러올 줄이야… 타율보다 더 빛나는 '팀 플레이어'

밤톨이 [카토커] 포수 타율 1위가 SSG? 이런 복덩이가 굴러올 줄이야… 타율보다 더 빛나는 '팀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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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저런 선수 보기 쉽지 않은데…"

지난 2월의 플로리다에서는 SSG 선수들이 팀을 두 개로 나눠 자체 연습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숭용 SSG 감독의 눈길을 끈 장면 하나가 나왔다. 한 포수가 2사 상황에서 타격을 했고, 이닝이 그대로 끝나자 서둘러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포수 장비를 착용 중이었다. 포수 장비 착용에는 시간이 걸리기에 누군가가 대신 나와 이닝을 준비하는 투수의 공을 받아줘야 했다. 시즌 중에도 흔하게 발생하는 장면이다.

백업 포수가 나갈 수도 있고, 혹은 불펜 포수가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 자청해서 나온 선수가 바로 이지영(38‧SSG)이었다. 이지영은 이번 캠프에 참가한 SSG의 네 포수 중 최선임 선수다. 이 경우는 이지영과 같은 최선임이 나서기보다는 백업 포수나 다른 선수가 나가서 공을 받아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지영은 흔쾌히 뛰어나가 투수의 이닝 준비를 돕다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숭용 감독은 "저런 선수를 보기가 쉽지 않다"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뒤로 미루지 않고 작은 것 하나하나 솔선수범하는 베테랑의 자세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이지영은 이번 오프시즌 최대의 반전 중 하나로 뽑힌다.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지영은 원 소속팀인 키움이나 타 구단과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직접 나섰다. SSG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고, 당시 김민식의 FA 협상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SSG는 일단 이지영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하며 포수 한 자리를 채웠다. SSG는 이지영 영입을 위해 연봉과 현금을 포함해 6억5000만 원과 3라운드 지명권을 썼다.

그런 이지영은 팀의 복덩이임이 증명되고 있다. 캠프 당시부터 안정적인 기량은 물론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지영은 대만 캠프부터 본격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시작해 마지막 순간까지 포수진 경쟁의 '폴 포지션'을 놓치지 않았다. 경험에서 나오는 마운드 운영은 물론, 타격감도 꾸준하게 유지하며 그를 영입한 팀의 얼굴을 밝게 만들었다.

정규시즌에 들어와서도 맹활약이다. 지난 주말 삼성과 3연전에서 10타수 6안타를 기록하는 등 초반 타격감이 예사롭지 않다.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수준이지만 초반 7경기 타율은 무려 0.474(19타수 9안타)에 이른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26이다. 1일 현재 리그에서 20타석 이상을 소화한 포수 중 타율이 가장 높다. 장타가 펑펑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콘택트 능력, 존과 관계없이 공을 걷어내는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더그아웃에서도 후배들을 잘 이끌며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포수진의 타격이 좋지 않아 울상을 지었던 SSG는 갑작스레 들어온 복덩이의 활약에 깜짝 놀라고 있다. SSG는 이지영이 좋은 활약을 하고 있음은 물론 팀의 미래이자 차세대 주전 포수인 조형우도 타율 0.444(9타수 4안타)로 힘찬 출발을 알렸다. 두 포수의 합산 타율은 0.464로, 리그에서 단연 1위다. 포수 타율이 4할을 넘어가는 팀은 SSG가 유일하다. 리그 평균(.277)보다도 훨씬 높다. 장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하위타선에서 연결고리만 해줘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SSG는 조형우가 미래의 주전 포수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걸린다. 조형우의 경우 올해 성적을 본 뒤 승부가 된다고 판단하면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기다린다는 게 구단의 방침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올 시즌이 끝난 뒤 입대할 수도 있다. 결국 이지영이 중심에 서 팀 포수진을 잡아줘야 한다. 이적시장 시작 때까지만 해도 이지영이 SSG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은 구단에서도 구상에 없었던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화된 열매는 생각보다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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