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태극전사, 다시 하나로…비 온 뒤에 땅 굳어

[카토커] 태극전사, 다시 하나로…비 온 뒤에 땅 굳어

촐싹녀 0 180


 

한국 축구가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을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결과 못지않게 중요했던 다시 하나가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지난달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로 불리는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충돌 소식은 아시안컵 4강 탈락과는 별개로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중요한 요르단과의 준결승 외나무다리 승부를 앞두고 벌어진 선수단 내분 소식의 후폭풍은 거셌다. 손흥민은 이 과정에서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하극상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강인이 직접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에게 사과하고, 화해했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임 감독의 경질, 어수선한 팀 분위기는 길을 잃은 A대표팀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장면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고민 끝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에게 3월 태국과 월드컵 2차예선 2연전에 한해 임시 사령탑을 맡겼다.


 

결과적으로 황 감독은 21일 서울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1위의 태국과 1-1로 비겼지만 26일 방콕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임무를 충실히 마무리했다.


3승1무(승점 10)가 된 한국은 C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을 확실시했다. 6월 싱가포르, 중국과 5차전, 6차전을 남겨뒀다.


무엇보다 내분이 있었던 선수단을 다시 하나로, 원팀으로 뭉치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소집에선 태국전 결과보다 중요했던 게 선수단 내분 수습이었다.


향후 몇 년 동안 한국 축구를 함께 이끌어야 할 손흥민-이강인 쌍두마차를 계속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방치할 수 없었다. 둘의 화해와 별개로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봉합하는 게 과제였다.


황 감독은 강도 높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을 엔트리에 포함시키며 정면 돌파를 결정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부르지 않고 다음으로 넘기면 위기는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이번에 안 부르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서 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운동장에서 최대한 빨리 푸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소집에 응한 뒤, "아시안컵 기간 너무 많은 사랑,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해 주셨는데, 그만큼 보답해 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려서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번 기회로 많이 배웠다. 모든 분의 쓴소리가 나한테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고, 많은 반성을 하는 기간인 것 같다.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였다.


이강인은 단단한 다짐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특히 손흥민과 다시 하나가 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6일 열린 태국과 2차예선 4차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9분 이강인과 손흥민이 골을 합작했다. 이강인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손흥민이 받아 왼쪽 측면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연결해 태국의 골네트를 갈랐다.


 

손흥민은 득점 후, 자신에게 달려와 뛰어오른 이강인과 포옹한 뒤, 환하게 웃었다. 이강인도 활짝 웃으며 주장의 골을 축하했다.


"오랜만에 (이)강인이를 끌어안았는데, 너무 귀여웠다"며 활짝 웃은 손흥민은 "많은 분이 걱정해 주셨는데, 축구를 하다 보면 서로 승부욕이 강해서 요구하는 부분이 있고 다툼도 생긴다. 강인이도 이번 경기로 많은 팬에게 다시 사랑 받고, 훌륭한 선수이자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다. 5000만 국민이 자신을 보고 계신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단기 사령탑'으로 중책을 잘 마무리한 황 감독은 이제 2024 파리올림픽을 겨낭한다. 다음 달 열리는 올림픽 최종예선을 통해 세계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다시 단단히 하나가 된 선수단과 달리 그라운드 밖은 여전히 시끄럽다.


 

선수들에게 다시 힘을 불어넣어준 모습과 달리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협회장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매우 차갑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논란부터 하극상 논란, 전지훈련 중 돈을 걸고 한 카드놀이, 유니폼 뒷거래 의혹 제기 등 계속되는 잡음에도 뚜렷한 입장이나 대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태국과 홈경기가 열린 관중석에서 "정몽규 나가"를 연달아 외쳤고, 정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를 비판하는 걸개를 걸기도 했다. 깃발을 흔들다가 경호원들과 부딪히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한국 축구의 그라운드 안과 밖을 보는 팬들의 온도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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