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선수 김주성이 감독 김주성을 만난다면 "와.. 까다로워서 같이 못하겠다"
원주 DB 김주성 감독이 13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로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창간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3.13/
남자프로농구 원주 DB 김주성 감독(45)은 "솔직히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라며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DB는 2023~2024시즌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KBL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했던 DB는 시즌 전 잘 해야 포스트시즌 진출권 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주성 감독은 정식 감독 데뷔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역대 다섯 번째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주성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 여러 차례 트로피를 들어올린 레전드 출신이다. 2002년 DB의 전신 원주 TG에 입단해 2018년 은퇴할 때까지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선수로 정규리그 우승 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에 앞장섰다. 지도자도 DB에서만 했다. 코치와 감독대행을 거쳐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는 "기쁜 건 같은데 느낌은 다르다. 선수 때에는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감독이니까 그렇게 하기가 조금 그렇다"며 웃었다.
물론 선수 때가 편했다. 김주성 감독은 "그 땐 운동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다. 감독은 선수한테 마냥 잘 해주기만 해서도 안 된다. 감독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 이해가 된다"고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아프고 컨디션이 나빠서 잘 되지 않았던 적도 있다. 이런 부분을 빨리 캐치해서 달래줄 부분은 달래줘야 한다. '나를 그저 좋게만 보시지는 않았겠구나' 느끼기도 했다. 또 감독은 선수는 당연하고, 스태프와 숙소 생활, 숙소 직원들까지 챙겨야 하는 입장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신인 시절 우승을 차지한 김주성이 허재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 감독은 초보인 자신을 선수들이 잘 이끌어준 덕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우리는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선수들이 너무 잘 해줬다. 아무리 감독이 뛰어나도 선수들이 코트에서 훈련한 내용을 경기력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린다. 우리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의지와 절실함이 강했다. 내가 가르친다고 되는 것들이 아니다"라며 고마워했다.
작년 컵대회가 터닝포인트였다. KT에 106대108로 패해 예선 탈락했다. 김 감독은 당시만 떠올리면 아찔하다. 그는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봄농구'고 뭐고 그냥 다 망하겠다 싶었다. 앞에 어두운 길이 보이는데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만 들었다. 내가 선수들을 너무 편하게 해줬나 싶었다. 거의 반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태였다. 이광재 DB 코치는 "그렇게 전설의 4시간 미팅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김주성 감독은 "복귀하자마자 비디오미팅을 길게 했다. 그리고 훈련 강도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오지 못할 것 같은 선수들은 지금 나가라고 했다. 강력한 훈련을 예고했다. 4일 정도 정말 힘들게 시켰는데 다들 소화해줬다"며 기특해했다. 이 코치 역시 "선수들이 모두 불평 한마디 내뱉지 않고 묵묵히 해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주성 감독이 꼽은 '신의 한 수'는 바로 강상재였다. 김 감독은 "(김)종규가 대표팀에 나간 상황에서 주장이 필요했다. 강상재가 중간보다 살짝 어린 축이었는데 듬직하고 눈이 많이 갔다. 다소 소심한 성격이라고 봤는데 기본적으로 가진 실력에 깊이가 느껴졌다. 주장이 되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위아래로 선수들을 끈끈하게 결집시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상재는 경기 내적으로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팀 사정에 따라 오프시즌 동안 10㎏ 가까이 감량하며 파워포워드에서 스몰포워드로 변신에 성공했다. 올 시즌 강력한 최우수선수 후보다. 그는 "컵대회 끝나고 선수들이 휴가를 전부 반납했다. 감독님께서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해 아쉬워하신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비롯해서 선배 형들이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김주성 감독은 말보다 행동을 좋아한다.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은 직접 보여주면 그만이다. 김 감독은 "내가 초보라서 말로는 깊게 들어가기가 어렵더라. 대신 나는 젊으니까 아직 잘 뛴다. 세세하게 팔 동작이나 스텝 또는 공격 들어갈 때 사소한 행동 등을 시범을 보일 수 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해보려고 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응도 좋은 모양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나보고 즐긴다고 이야기하더라. 나도 가끔 심취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김주성이 지금의 김주성 감독과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면 어떨까. 그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어...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밑에 있고 싶지 않다. 너무 세세한 편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감독은 "예전 감독님들께서 얼마나 어렵게 선수들과 심리전을 하고 밀당을 하셨는지 알겠다. 요즘 친구들은 또 다른 면이 있지 않나. 나도 큰 그림만 던져주고 싶기는 하다. 나에게 보다 길게 팀을 만들 기회가 온다면 그런 방식도 좋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숙제 '봄농구'가 남았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상의해야 한다. 나 혼자서는 이렇게 못했다. 이광재 한상민 코치와 농구 이야기를 하면서 열띤 토론도 하고 언성도 높였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잘 잡아준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주전들 체력 안배하면서 플랜을 잘 짜겠다"며 통합우승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