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오타니 천적’ 증명한 키움 후라도…한국에서도 2K 제압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삼진을 잡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에겐 평생 추억이 될 만한 승부였다. 메이저리그(MLB) 대표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의 일대일 승부에서 거둔 완벽한 압승. 연신 방망이를 헛돌린 타자는 쓴웃음을 지었고, 천적 관계를 다시 입증한 투수는 미소로 기쁨을 대신했다.
후라도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4이닝 5피안타 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MLB에서도 으뜸가는 최강 타선을 상대로 고전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냈다. 뒤이어 불펜 마운드까지 흔들린 키움은 3-14로 졌다.
그러나 후라도는 이날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올 시즌부터 다저스의 중심타자로 뛰는 오타니를 상대로 연거푸 삼진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후라도는 1회초 수비에서 2번 지명타자 오타니와 만났다. 초구와 2구로 계속 파울을 유도한 뒤 볼 2개를 던져 2볼-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이어 시속 148㎞짜리 높은 싱커로 오타니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2회 펼쳐진 다음 대결에서도 승리는 후라도의 차지였다. 1볼-2스트라이크에서 같은 코스로 147㎞짜리 직구를 던졌는데 역시 오타니가 공략하지 못했다. 스윙 직후 몸이 흔들릴 정도로 힘을 실었지만, 결과는 다시 헛스윙 삼진이었다.
사실 후라도와 오타니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라도가 2018~2019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뛸 때 오타니와 여러 차례 만났다. 그런데 이때 역시 11타수 2안타 3삼진으로 오타니는 후라도의 공을 쉽게 건들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한국에서 펼쳐진 맞대결에서도 천적 관계는 지속됐다.
이날 경기 후 만난 후라도는 “오타니는 MLB 최고의 스타다. 특히 매년 발전하고 있는 놀라운 선수다. 그런 오타니와 승부한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였다”고 상대를 먼저 띄웠다. 그리고는 “몇 년 전과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결과는 내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흐뭇하게 소감을 말했다.
비록 오타니는 침묵했지만, 이번 경기에선 다저스의 강타선이 이름값을 했다. 9이닝 동안 17안타를 몰아쳐 키움 마운드를 괴롭혔다. 이날 키움에서 가장 많은 2안타를 때려낸 3루수 송성문은 “역시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함께 경기한 것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리즈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연 다저스는 18일 오후 7시 야구국가대표팀과 일전을 벌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그저 오늘이 좋은 날이 아니었을 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서서히 시차 적응을 하면서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처음 치르는 경기였다. 팬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경기 내내 응원을 하는 치어리더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