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소영 선배’ 빠진 정관장, 수원갈비 약속 지킬 수 있나
[데일리안 = 김태훈 기자] "우리 팬들이 수원에서 갈비 먹을 수 있도록...“
여자부 정규리그 3위로 ‘봄배구’를 하게 된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고희진 감독의 약속이다.
18일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는 ‘도드람 2023-24 V리그’ 남자부 1~4위, 여자부 1∼3위팀 감독,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가 펼쳐졌다.
특유의 입담으로 가장 이목을 끌어당긴 인물은 역시 고희진 감독.
정관장은 고희진 감독 지휘 아래 7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아시아 쿼터’ 메가(인도네시아)의 기대 이상 활약과 4라운드 이후 공격 성공률이 부쩍 오른 외국인 선수 지아가 안정을 찾으면서 팀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베테랑 세터 염혜선의 안정적인 볼배급과 노란의 리시브도 수준급이었다. 미들블로커(센터) 콤비 정호영(190cm)-박은진(187cm)의 존재도 든든했다.
하나로 뭉쳐 집중력 있게 치고 올라간 시기는 역시 ‘소영 선배’ 이소영 가세 이후다.
3라운드까지 정관장은 7승(11패)에 그쳤지만,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이자 ‘에이스’ 이소영이 본격 가세한 4라운드 이후 무려 12승(3패)을 챙겼다. 공격 성공률-퀵오픈-시간차 공격-속공 부문에서 1~2위를 다툰 정관장은 시즌 막판 흥국생명-현대건설을 연파하는 등 7연승을 질주했다.
정관장 팬들은 “봄배구가 문제가 아니다. 챔피언도 노려볼 수 있는 분위기”라며 모처럼 좋은 성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관장은 팬들이 참가한 우승팀 투표에서 무려 72%의 득표율을 찍었다.
미미디어데이에서 고희진 감독은 “매일 아침 먹는 홍삼이 큰 힘이 된다”고 웃으며 “훈련이 답이다. 선수들이 정말 많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쌓았다. 포스트시즌도 몰아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터의 안정감에 따라 경기 양상이 바뀔 것으로 본다. 정관장을 응원하는 팬들이 수원에서 갈비를 먹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은 1위 현대건설의 홈이다. 플레이오프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현대건설이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고 감독 특유의 입담으로 녹여낸 말이다.
그러나 이소영 없이 김연경이 버틴 흥국생명을 넘는 것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 배구 전문가들의 평가다.
어깨 수술로 인해 시즌 중반에야 합류한 이소영은 코트 안팎에서 ‘캡틴’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지만, 6라운드 GS칼텍스전 착지 과정에서 왼쪽 발목이 꺾였다. 통증을 호소하며 빠져나간 이소영은 정밀검진에서 발목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최소 4주 이상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 의지가 강하더라도 출전이 어려운 상태다.
이소영은 공격과 블로킹, 디그, 리시브 등 공수 양면에서 정관장을 지켜내는 버팀목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선수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소영 공백을 메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소영 이탈이라는 악재를 안은 정관장 선수들이 하나로 더 뭉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절정을 맛보다 최대 악재와 마주한 정관장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흥국생명과의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는 오는 22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