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쓰러진 나성범 "다치지 말자"던 굳은 각오, 결국 공염불이었나
"다치지 말자"던 각오는 결국 공염불이었나.
나성범(35·KIA 타이거즈)이 또 부상에 쓰러졌다. 나성범은 18일 병원 검진에서 오른 햄스트링이 부분적으로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 전 시범 경기에서 불편함을 느꼈는데 구단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셈이다. 2주 후 재검진 예정이어서 23일 열리는 개막전(광주·키움 히어로즈전) 출전은 물 건너갔다. KIA는 "복귀 시점은 재검진 뒤 판단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햄스트링은 엉덩이와 무릎 관절을 연결하는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이다. 허벅지 안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이 엔진이라면 햄스트링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재발 우려가 큰 부위여서 한 번 다치면 골치 아프다. 나성범도 이번이 최소 세 번째 햄스트링 부상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오른 햄스트링 손상 문제로 10~12주 진단을 받아 시즌 아웃된 경험이 있다.
나성범은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 다치지 말라고, 보실 때마다 아프지 말라고 강조하신다"며 "종아리도 그렇고 햄스트링도 많이 다쳐서 상체보다 하체 위주로 스트레칭하고 보강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 햄스트링뿐만 아니라 개막 직전 종아리를 다쳐 6월 말 복귀했다. 연쇄 부상 탓에 정규시즌 일정(144경기)의 약 40%인 58경기만 뛰었다. 타율이 0.365(타격 1위 손아섭·타율 0.339)로 높은데 순위표에는 빠졌다. 253타석을 소화, 규정타석(446타석)에 한창 부족했기 때문이다.
갑진년(甲辰年) 목표를 묻는 말에도 나성범은 "다치지 말자"라며 "일단 다치지 않아야 기록이 나오고 시합도 뛸 수 있는 거"라고 재차 강조했다. 호주 캔버라, 오키나와 캠프를 무리 없이 소화한 그는 시범 경기(8경기)까지 뛰었다. 이범호 KIA 감독도 나성범의 몸 상태를 체크하며 부상 방지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부상 악령을 털어낸 듯 보였지만 이번에도 햄스트링이 말썽이다.
KIA 타선엔 초비상이 걸렸다. 나성범은 올 시즌 KIA 4번 타자가 유력했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소크라테스 브리토-이범호로 이어지는 4~6번 타순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의 장타를 극대화하면서 베테랑 최형우의 부담을 덜어줄 최선의 라인업이라고 판단했는데 나성범의 이탈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령탑 데뷔'를 앞둔 이범호 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