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다저스 상대로 강속구 쾅쾅…“멋진 투구” 적장도 반했다
“세계 정상급 타자들을 상대로 대담하게 던지더라. 무엇보다도 주눅 들지 않는 표정이 기특했다.”
세계 최정상급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맞아 거침없는 돌직구를 뿌린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의 투구를 지켜본 인천고 계기범 감독의 평가다. 지난 3년간 김택연을 지도한 계 감독은 19일 통화에서 “(김)택연이는 중학교 때부터 공을 ‘때릴’ 줄 아는 투수였다. 어제 경기를 보니 구위 자체는 여전히 뛰어났다”면서 “메이저리그 타자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더라. 연속 삼진을 잡는 장면을 보면서 내가 다 뿌듯했다”고 밝혔다.
아직 KBO리그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19세 신인이 메이저리그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두산의 오른손 새내기 투수 김택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루키 김택연은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평가전에서 6회 말 구원투수로 나와 아웃카운트 2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최고 시속 151㎞의 빠른 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먼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중일 감독이 지휘한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출전한 김택연은 2-4로 뒤진 6회 오원석을 대신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앞서 나온 곽빈과 이의리, 오원석 등 KBO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김택연은 149㎞짜리 직구로 첫 타자 에르난데스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계속된 1볼-2스트라이크에선 이날 가장 빠른 151㎞의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다음 타자 아웃먼에겐 볼 3개를 연달아 던졌지만, 빠른 볼 2개를 꽂아 풀카운트를 만든 뒤 149㎞의 직구로 아웃먼의 배트를 헛돌게 했다.
김택연이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에르난데스와 아웃먼은 지난해 각각 26홈런과 23홈런을 기록한 거포 외야수다. 이들이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자 다저스 담당 기자들이 앉아있던 취재석은 잠시 술렁였다. 다저스를 이끄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김택연을 두고 “멋진 투구였다. 특히 팔을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류중일 감독은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기특하게 자기 볼을 던졌다.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택연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영건이다.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비롯해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으로 던지면서 KBO리그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북고와의 4강전에선 7과 3분의 1이닝 동안 4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해 인천고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김택연은 지난해 9월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특급 신인의 재능을 눈여겨본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을 1군 스프링캠프에 불러들였다. 한 달 넘게 구위를 체크하며 가능성을 평가했고, 시범경기에선 마무리 보직을 맡기며 실전 테스트를 거쳤다. 일단 올 시즌 클로저는 경험이 많은 정철원이 맡기로 했지만, 김택연도 핵심 필승조로 두산의 불펜을 지킬 전망이다.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특별한 비공식 데뷔전을 치른 김택연은 “대표팀으로서 처음 치르는 경기였다. 피해가기보다는 후회 없이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던지기 전에는 무척 긴장했다. 그러나 어차피 다저스 선수들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운드에선 ‘칠 테면 쳐봐라’라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덧붙였다. 김택연은 올 시즌 입단 동기인 한화 이글스 황준서, 롯데 자이언츠 전미르, KT 위즈 원상현 등과 신인왕 경쟁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