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팔꿈치 수술만 5번…오뚝이 이영준 "후회도, 미련도 없다"
왼손 투수 이영준(33)이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뒤 키움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이영준은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21일 저녁 본지와 연락이 닿은 그는 "모교인 단국대 김유진 감독님께서 불러주셔서 코치로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며 "한 달 정도 된 거 같은데 너무 재밌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데뷔한 이영준은 2020년 두각을 나타냈다. 그해 52경기에 등판, 25홀드로 KT 위즈 주권(31홀드)에 이어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매특허 컷 패스트볼(커터)을 앞세워 신데렐라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롱런하지 못했다.
부상이 문제였다. 반복된 팔꿈치 통증 탓에 재활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키움에서 방출된 결정적인 원인도 '부상'이었다. 이영준은 "뼛조각 제거 수술을 포함하면 대학 시절부터 팔꿈치 수술만 한 5번 정도 한 거 같다. 그중에서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만 2번"이라며 "병원 검진에서 (팔꿈치에) 부분 파열이 났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바로 공을 놓은 건 아니다. 3월 입단 테스트를 제안한 구단이 있어서 몸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팔꿈치가 또 말썽이었다.
이영준은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12월에 주사를 맞고 1월에 준비하는데 너무 아프더라. (테스트를 받기로 한) 구단에 연락해 어려울 거 같다는 얘길 했다. 어느 정도 통증이면 참고하겠는데 그럴 정도가 아니었다. 공을 세게 못 던지겠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키움에 있을 때 주사도 맞고 많이 쉬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잘 안되더라"라며 "'난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을 하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한국시리즈(KS)도 던져봤고 홀드 2위도 했다. 좋은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 후회 없이 내려놨다.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최고의 순간은 'KS'이다. 이영준은 2019년 KS에서 핵심 왼손 필승조로 맹활약했다. 특히 시리즈 2차전 8회 5-3으로 앞선 8회 1사 1·3루에서 등판, 두산 베어스 왼손 거포 김재환과 오재일을 연속 삼진 처리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영준은 "프로에서 우승을 한번 맛보고 싶었다. 우승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히어로즈의 핵심 왼손 불펜으로 활약한 이영준. IS 포토
프로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마야구에서 새출발한다. 이영준은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너무 재밌다. 공부하는 입장인데 선수들과 좋은 경험 했으면 한다"며 "(힘든 순간) 운동할 수 있게 장소를 마련해주신 이한진 코치님, 좋은 제의 해주신 김유진 감독님께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 때 큰 도움을 줬던 팀이 키움이다. 키움에 정말 고맙고 잊지 못할 기억과 선물 만들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더 야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죄송스럽기도 하다"며 "양가 부모님은 물론이고 아내(김혜림)에게도 고생 많이 했다는 얘길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