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빛바랜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주민규 “점수는 50점, 다음 목표는 데뷔골”
주민규(울산 HD)가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도 끝내 웃지 못했다. 파격적인 선발 기회까지 받고도 공격 포인트와 인연을 맺지 못했고, 한국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 첫 발탁(33세 333일)에 이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33세 343일) 역시 빛이 바랬다. 주민규는 “다음 경기도 머리 박고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주민규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 태국전에 선발로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튀르키예전에 32세 168일의 나이로 출전했던 한창화의 기록을 무려 70년 만에 새로 쓴 것이다. 앞서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 첫 발탁에 이은 또 다른 진기록이었다.
2021년과 2023년 K리그 득점왕, 세 시즌 연속 K리그 베스트11 선정 등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꾸준하게 활약을 이어가고도 그는 유독 태극마크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도 번번이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황선홍 임시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날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선 그는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05)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2선 공격 자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전반 19분엔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흐른 공을 문전으로 쇄도하며 기회를 노렸으나 슈팅이 빗맞아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주민규는 직접 슈팅보다는 연계 플레이에 집중했다. 수비수를 등진 채 공을 받아 동료들에게 연결했다. 하프라인 부근까지 깊숙하게 내려와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한 뒤 다시 전방으로 파고드는 등 존재감을 보였다. 전반 중반 이후 한국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 역시 주민규를 거친 연계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통한 시점과도 맞닿았다.
손흥민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대한민국과 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상대문전에서 수비를 등진 주민규가 공을 넘기자 달려들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4.03.21/주민규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대한민국과 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패스를 하고 있다. 상암=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4.03.21/
이후 주민규는 후반 17분 홍현석(KAA 헨트)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황선홍 감독은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주민규와 정우영을 빼고 홍현석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투입해 볼 점유율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교체 과정에서 실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구상이 꼬였다. 주민규의 A매치 데뷔전도 62분 출전으로 막을 내렸다. 내심 노렸을 데뷔전 데뷔골은 무산됐고, 다음 경기를 통해 데뷔골을 바라보게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주민규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 위해 정말 수없이 많이 노력을 하고 상상을 하고 꿈도 꿔왔다. 그 꿈이 현실이 된 것에 대해 굉장히 기뻤다. 하지만 승리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큰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만족하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역대 최고령 데뷔전 기록을 세운 그는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 최고령이라고 하는데, 사실 33살밖에 안 됐는데 40살 먹은 것처럼 ‘최고령’이 붙으니까 느낌이 좀 그렇더라. 그래도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이라는 게 1등이지 않나.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많은 팬들의 응원의 힘을 받아서 아드레날린이 나오면서 더 신났던 것 같다”고 했다.
전반 아쉽게 기회를 놓친 장면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황인범의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흐른 공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다. 주민규는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저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저한테도 불규칙하게 왔다. 사실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A매치 데뷔전 점수로는 50점을 줬다. 주민규는 “이겼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사실 1-1로 비겼기 때문에 큰 점수를 못 줄 것 같다. 50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태국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음 경기도 머리 박고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규는 “아무래도 공격수다 보니 다음 목표는 ‘데뷔골’”이라며 “그동안 팬분들이 어쩌면 저보다도 더 간절하게 응원해 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팬분들한테도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팬분들한테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야 한다. 진짜 간절하게 뛰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