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태국에 비긴 황선홍호, 기다리면 나아질까
하루 전 상암벌(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선 실망감이 묻어났다.
한국 축구를 흔들었던 내분 사태를 넘겼다는 안도가 흐른 것도 잠시, 우리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황선홍 임시 감독(56)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3차전에서 태국과 1-1로 비겼다. 낙승이 기대됐던 태국(1승1무1패)과 비긴 한국은 승점 7점(2승1무)에 만족해야 했다. C조의 또 다른 경기에서 중국(1승1무1패)과 싱가포르(1무2패)가 2-2로 비기면서 2위권과 승점차 3점을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과보다 고민을 남긴 것은 내용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22위)보다 무려 79계단이 낮은 태국(101위)을 상대로 경기력에 한계를 노출했다.
한국이 이날 남긴 숫자는 화려하기 짝이 없다. 78%라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26개(유효슈팅 8개)의 소나기슛을 쏟아냈다. 상대인 태국이 22%의 볼 점유율 속에 슈팅 6개(유효슈팅 2개)에 그친 것과 비교됐다. 득점 기회를 따지는 지표인 기대 득점(xG)에서도 한국이 3, 태국이 1.1로 나왔다.
한국이 이날 경기에서 숫자의 차이만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것은 전술과 선수 모두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방적인 공세를 살리지 못했다. 과감한 중앙 침투가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지자 무의미한 측면 공략에 천착된 게 문제였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은 이날 태국을 상대로 39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득점을 만들어낸 것은 전반 42분 손흥민(토트넘)의 선제골이 유일했다. 이외에는 크로스가 상대 골문으로 올라가기도 전에 가로 막히거나 상대 수비와 공중볼 경합(한국 성공률 46%)에서 실패해 유의미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득점 찬스를 만들어도 선수들이 살리지 못했다. 3골을 뽑아낼 수 있는 찬스에서 1골에 그쳤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국 축구국가대표 김진수와 이재성이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태국전에서 손흥민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2024.3.21 권도현 기자
물론, 시간의 한계는 있었다. 황 감독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상대 수비를 제대로 공략할 세부 전술에선 선수들이 익숙한 부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의 득점이 호흡이 잘 맞는 이재성(마인츠)의 영리한 플레이와 맞물려 나온 게 그 증거일 수 있다. 실제로 이재성이 교체된 뒤에는 한국의 공격이 더욱 단조롭게 변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국이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은 허리 라인이다. 황인범(즈베즈다)과 백승호(버밍엄시티)이라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미드필더들이 새 조합을 짰는데, 아직 서로에게 익숙지 않다보니 실수가 속출했다.
황인범이 이날 경기에서 상대에게 공을 뺏긴 회수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4회였다. 황인범이 워낙 많은 플레이(패스 횟수 최다 157회·볼 소유권 확보 최다 12회)에 관여하다보니 생긴 일이라지만, 공을 뺏길 때마다 우리의 흐름이 끊기거나 위험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황인범과 백승호가 서로를 보완하면서 안정감을 되찾아야 한다. 태국 방콕으로 무대를 옮겨 치르는 26일 4차전에선 나아져야 하는 대목이다.
황 감독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황 감독은 “시간이 짧았다는 게 핑계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졌다. 밸런스가 극과 극을 달리는 부분이 있는데, 정상적인 경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원정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