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낭만을 현실로…한국도 ‘오타니 앓이’
15일 아내와 입국 뒤 고척돔 밟아
자기관리·배려·융화 등 ‘육각형 인간’
“타자로만 뛰는 올해 더 기대되기도”서울 고척스카이돔의 오타니 쇼헤이 로커. 오타니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경제]
‘10년 7억 달러(약 9300억 원)’.
오타니 쇼헤이(30)가 지난해 12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하며 사인한 계약 규모다. 축구의 리오넬 메시를 넘는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 그러나 세계인이 오타니에 열광하는 것은 ‘가장 비싼 선수’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왜 오타니인가. 전문가들은 ‘야구 실력과 야구장 밖 매력의 완벽한 조합’에서 이유를 찾는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MLB)에 투타 겸업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기 전까지 투수로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올렸고 타자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을 기록해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모든 능력치에서 만점에 가까운 이른바 ‘육각형 선수’인데 오타니는 야구 외 항목에서도 거의 만점인 ‘육각형 인간’으로 불린다. 193㎝의 큰 키와 선한 인상, 자기관리, 배려, 융화, 기부 등이다.
오타니가 고교 때 짠 만다라트(목표 달성을 위한 전방위적 계획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예의·배려·감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마음의 파도를 만들지 않기’ ‘사랑 받는 사람’ 등 멘탈과 인간성에 대한 것이다. 범접할 수 없는 슈퍼 스타이면서도 착한 이웃 청년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야구 외의 덕목을 야구 이상으로 기르고 보살폈기 때문일 것이다.
고3 때 전국고교선수권(고시엔) 예선 결승 패배 다음날에도 1·2학년 후배들을 위해 운동장의 잡초를 뽑았던 오타니는 지난해 일본의 모든 초등학교에 총 6만여 개의 야구 글러브를 기부했다. ‘이 글러브를 사용한 아이들과 미래에 함께 야구할 수 있기를’이라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다저스 계약을 계기로 매년 7만 달러 기부도 약속했다. 어릴 적 시작해 MLB에 가서도 쓰레기 줍기를 계속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흘린 행운을 줍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운 행운을 한없이 부풀려 이웃에 돌려준다.
15일 입국하는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농구 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 오승현 기자
NHK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오타니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맛있는 것을 먹고 야구하고 많이 자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고 했다.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함께 입국한 아내는 오타니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닮아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오타니는 실력과 외모만 만화를 찢고 나온 게 아니라 만화 속 낭만을 통째 현실로 갖고 와 사람들에게 설렘을 전파한다.
이번 서울 시리즈의 해설을 맡은 메이저리거 출신 김선우는 “오타니는 투타 겸업 등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면서 100여 년 전의 전설 베이브 루스를 소환한다”며 “자라온 삶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고 그 놀라움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 여파로 올해는 타자로만 뛰지만 그래서 더 기대되는 기록들도 있다. 야구는 몰라도 오타니는 안다는 사람도 많다. 상품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공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