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무려 4번의 무릎 수술에도...' 활짝 웃은 염어르헝 "재활 후 첫 직관, 다음 시즌엔 꼭 도움 될게요…
4번의 무릎 수술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국 여자배구의 희망으로 불리는 염어르헝(20·페퍼저축은행)이 긴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음 시즌 건강하게 코트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지난 19일 홈팀 페퍼저축은행과 원정팀 현대건설의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열린 페퍼스타디움 관중석에는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지난달 29일 오른쪽 무릎 외측 대퇴골의 연골 손상 및 연골 하골 손상으로 반월상연골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염어르헝이었다. 이날은 어르헝이 재활만 하다가 처음으로 경기장을 방문한 날이었다. 경기 시작 1시간 20분 전부터 찾아 관중석에 앉자, 몸을 풀러 나오던 페퍼저축은행 선수들도 미소와 함께 어르헝을 반겼다.
스타뉴스와 현장에서 만난 염어르헝은 "지난달 29일에 수술을 받았고 오늘(19일)이 재활한 뒤로는 첫 경기장 직관이다. 이제는 재활이 끝날 때까지 팀과 같이 다닐 것 같다. 재활은 정말 잘 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어르헝은 한국 여자배구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형 유망주다. 몽골 태생의 그는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한국 배구에 발을 디뎠다. 2021년 염혜선(33·정관장)의 부모에게 입양, 지난해 9월 미성년자 특별 입영 귀화를 거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2022~2023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했고 키 194㎝의 좋은 신체조건과 배구에 대한 빠른 이해도로 성장이 기대됐다.
그러나 매번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목포여상 시절부터 양쪽 무릎이 좋지 않았다. 어르헝은 "고등학교부터 치면 이번이 네 번째다. 오른쪽 세 번, 왼쪽 한 번이었다. 그래서 수술을 결정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팀에 들어온 지도 꽤 됐는데 그동안 뭔가 한 것이 별로 없어 부담됐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도 어린 선수의 마음을 가장 신경 썼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어르헝의 부상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지난해도 오른쪽 무릎 수술로 2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던 어르헝은 올 시즌 9경기 9세트에 출전해 6점을 올리며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1세트를 뛰고 나면 무릎이 부어 있는 걸 느꼈고 광주와 서울의 여러 병원을 돌아다닌 결과, 연골을 제거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소견이 나왔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술 결정 당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무릎도 잘 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수, 감독님, 선수 부모님이 함께 논의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술이 낫다고 판단했다. 재활 기간은 6개월에서 9개월이 잡혔다. 그 9개월 동안 재활뿐 아니라 체중 감량이나 전반적인 것들을 모두 체크해 내년 시즌에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4번의 수술에 힘들고 지칠 법도 했지만, 어르헝은 경기 내내 밝았다. "저희 (승리)할 수 있을 거에요"라는 말을 남긴 어르헝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응원을 보냈다. 세트가 끝나면 나오는 경기 분석지를 보면서 함께 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르헝은 "그동안은 재활하면서 '내가 과연 뭘 하고 있는 걸까' 하고 힘들어 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다. 복귀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자연스레 표정도 밝아지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프로 2년 차의 어르헝이 남긴 기록은 통산 11경기 12세트 6득점이 전부. 얼마 안 되는 기억이지만, 그에게 있어 긴 재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었다. 어르헝은 "1세트씩만 뛰긴 했지만, 그 경험이 내겐 정말 도움이 됐다. 그렇게라도 들어가 경기를 경험하지 않았으면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이 못 뛰긴 했지만, 앞으로 1세트, 2세트 그렇게 한 경기, 한 시즌 차근차근 늘려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은 경기 후 조 트린지 감독도 "좋은 팀을 상대로 경기를 잘 풀어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만족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1위 현대건설을 상대로 31-29 접전을 펼친 끝에 2세트를 따내는 등 선전했다. 야스민 베다르트가니(등록명 야스민)의 3세트 막판 발목 부상이 아니었다면 올해 첫 승점과 승리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어르헝은 "직접 운동할 때 보면 TV로 볼 때랑은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잘하는데 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속상할 때도 있다"면서 "나도 다음 시즌에는 정말 몸 관리 잘하고 운동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일단 한 세트씩만 들어가더라도 들어가서 제 몫을 해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