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1993년 그날처럼 ‘도하의 비극’ 우승후보 日 대망신, 전반 ‘유효슈팅 0개’ 굴욕
'어게인' 1993년 이었다. 일본이 도하에서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A대표팀은 19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1대 2로 패했다. 일본은 1승 1패(승점 3)를 기록하며 2위로 추락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부터 이어오던 연승행진도 '11'에서 막을 내렸다.
일본은 이라크에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1993년 이었다. 두팀은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격돌했다. 당시 일본은 2-1로 앞서다 경기 종료 직전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해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눈앞에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놓쳤다.
당시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오열했다.
대표팀 미드필더였던 모리야스 감독도 있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18일 카타르 도하의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도하의 비극' 기억을 꺼내야 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1993년 이라크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패했다. 오래된 기억이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마지막에 추가 시간을 잘 관리하면 된다. 지난 경기에서도 잘 조절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그때 태어난 선수가 많지 않다. 또한, 지금 선수들은 유럽에서 뛴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였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도하의 비극'을 떨쳐냈다. 그는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당시 모리야스 감독은 "종료 1분 전쯤 '도하의 비극'이 떠올랐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선수들은 새로운 모습의 축구를 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2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모리야스호'는 아시안컵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최종 명단 26명 중 20명이 유럽파다. 첫 경기에서도 유럽파의 힘을 보여줬다. 베트남을 4대2로 잡고 승리했다. 일본은 이날 경기를 통해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하겠단 각오였다. 모리야스 감독은 "베트남전 뒤 선수들은 더욱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 준비가 잘 돼 있다. 우리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뚜껑이 열렸다. 일본은 부상이던 구보 다케후사를 선발로 내세우는 초강수를 뒀다. 이라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라크는 킥오프 4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문전 혼전 상황이었다. 일본의 골키퍼 시온이 상대 공격을 펀칭으로 막아냈다. 방향이 좋지 않았다. 박스 오른편의 위험 지역으로 떠오른 공을 후세인이 달려들어 재빨리 헤더로 밀어넣었다. 이라크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전반 추가 시간 후세인이 추가 득점했다. 일본은 전반을 0-2로 밀린 채 마감했다.
일본은 후반 반격을 노렸다. 초반부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일본의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오히려 이라크에 아찔한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일본은 후반 추가 시간 엔도의 득점이 나왔지만, 승패를 뒤집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일본은 조 2위로 추락했다. D조 2위는 16강에서 E조 1위와 격돌한다. E조에 속한 대한민국과의 한-일전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