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도하의 비극 시즌2' 일본, 이라크에 1-2 충격패...16강 한일전 정말 성사되나
커뮤팀장
1
701
01.20 11:05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일본이 제대로 쓰러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일본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D조 2차전에서 FIFA 랭킹 63위 이라크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일본은 1승 1패, 승점 3점으로 조 2위에 자리했다. 이라크가 2승, 승점 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마지막 3차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반드시 꺾어야 하게 됐다.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유로 스포츠'와 '옵타', 'ESPN' 등 여러 매체는 일본을 우승 후보 1순위, 한국을 2순위로 꼽았다. 최종 발탁된 26명 중 무려 20명이 유럽파인 만큼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탄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본은 지난 1차전에서 베트남을 4-2로 제압했다. 전반전 세트피스로만 두 골을 허용하며 1-2로 끌려가기도 했지만, 미나미노 다쿠미의 2골 1도움과 나카무라 게이토의 역전골, 우에다 아야세의 쐐기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불안한 모습도 나왔으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걱정하지 않는다.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 평소처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지난 경기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같은 팀이랑 내일 다시 경기한다 해도 더 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일본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아사노 다쿠마가 최전방을 맡았고, 미나미노 다쿠미-구보 다케후사-이토 준야가 2선을 구성했다. 히데마사 모리타-엔도 와타루가 중원을 책임졌고, 이토 히로키-다니구치 쇼고-이타쿠라 고-스가와라 유키나리가 수비진을 꾸렸다. 스즈키 자이온이 골문을 지켰다.
이라크가 경기 시작 5분 만에 깜짝 선제골을 터트렸다. 스즈키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애매하게 쳐냈고, 공이 멀리 가지 않고 떨어졌다. 이를 아이멘 후세인이 그대로 머리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베트남전에 이어 이번에도 스즈키의 불안한 공 처리가 화근이 됐다.
일본이 위험한 플레이를 저질렀다. 전반 7분 이토 히로키가 이라크 유세프 아민을 막으려다가 무릎으로 상대 턱을 가격했다. 공과는 상관없는 충돌이었으나 주심은 반칙조차 선언하지 않았다.
일본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동점골을 노렸으나 결실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 22분 코너킥에서 나온 엔도의 슈팅은 높이 떠올랐고, 전반 26분 나온 위협적인 크로스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32분엔 아사노가 부정확한 크로스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날렸다.
이라크가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후세인이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다시 한번 머리로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터트렸다. 공은 스즈키 발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결국 일본은 두 골 차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수세에 몰린 일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다니구치를 빼고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후반 9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는 등 계속해서 흔들렸다. 이번에도 스즈키가 엉성한 플레이를 저질렀다.
일본이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취소됐다. 후반 11분 아사노가 골문 바로 앞에서 수비와 경합 도중 넘어졌다. 주심은 곧바로 반칙을 선언했으나 온필드 리뷰 후 이라크 수비가 공만 건드렸다고 정정했다.
일본이 첫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후반 15분 이타쿠라가 왼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머리에 맞혔다. 그러나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쉽게 잡혔다.
이라크가 3-0을 만들 뻔했다. 후반 22분 모하나드 알리가 박스 안에서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낸 뒤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대 왼쪽으로 빠져 나갔다.
일본은 이후로도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뒷공간을 노출하며 이라크의 매서운 역습에 휘청이곤 했다. 결국 일본은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에서 엔도가 추격골을 넣긴 했으나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2024년판 '도하의 비극'이다. 일본은 지난 1993년 10월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비겼다. 그 결과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대신 한국이 극적으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며 도하의 기적을 썼다.
일본은 30년 전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전날 "오래된 기억이다. 시간이 흘렀고, 나도 선수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라며 "지금 일본 선수들은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뛰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싸울 수 있는 모습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 '풋볼존'도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 축구는 큰 발전을 이뤘다. 2022년 이곳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쓰러뜨렸다"라며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 반드시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됐다. 일본은 전반에만 후세인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패배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소셜 미디어에서 도하의 비극이 인기 키워드에 올랐다"라고 전했다.
이제 일본은 16강에서 한국과 만날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이 이대로 조 2위를 차지하고,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한다면 양 팀은 16강에서 만나게 된다. 한국도 일본처럼 미끄러지지 않는다면 운명의 한일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성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