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새로운 3R 신화’ 박봉진, FA 5번 만에 기량 인정받다

[카토커] ‘새로운 3R 신화’ 박봉진, FA 5번 만에 기량 인정받다

촐싹녀 0 50



[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이번 달에는 FA(자유계약선수) 계약 5번 만에 억대 보수를 받게 된 3라운드 신화로 손색없는 박봉진(193cm, F)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15년 드래프트 3라운드 10순위 지명
한 번 나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1년 일찍) 드래프트에 나갔다.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아) 안 뽑힐 수 있겠다 싶어서 내년에 열심히 해서 다시 나와야지 했는데 (모비스에) 뽑혔다(웃음). (3학년 때 나온 건) 조금이라도 일찍 가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때 부모님과 상의도 하고, 당시 이상윤 감독님께서도 한 번 나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하시며 나갈 수 있게 해주셨다. 저에게 감사한 분이다.
제가 특출한 건 없었다. 키도 작고 포지션도 4번(파워포워드)이었다. 유일하게 잘 하는 열심히 뛰고 리바운드를 잡는 걸 좋게 보신 거 같다. 모비스와 연습경기를 몇 번 했는데 그 때 좋게 봐주신 거 같다. 프로 감독님께서 (대학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많이 가실 수 없어서 저는 연습경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비스에서 전자랜드로 이적
(모비스와 2016-2017시즌 종료 후 계약이 끝났을 때) 그만 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D리그에서 열심히 한 걸 좋게 봐주셔서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로 갔다. 그 당시 할 때만큼은 후회 안 남기고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며 농구를 했다. (그 때 은퇴를 했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했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었다. 좋게 풀려서(웃음)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전자랜드로) 처음 갔을 때 유도훈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장점을 만들고, 수비에서 외국선수를 막을 수 있으면 경기를 뛸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모비스에서) 1년 열심히 했고, 결과가 1년 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부족한 건 사실이라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기에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거 같다.





입대 전부터 익힌 3점슛

쉬는 날도 슛 연습을 하고, 지금도 연습한다. 연습은 많이 했다(웃음). 연습도 연습인데 제가 늘 망설이는 경향이 많았다. 미루는 적도 많았고, 자신감이 없었다. 하자, 하자 해도 경기에 들어가면 망설여 지기도 하고, 주춤거리기도 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작년에는 강혁 감독님께서 저에게 우스개소리로 슛을 안 던지면 뺀다고 하시며 던지는 걸 더 요구하시니까 그 때부터 마음 편하게 더 자신있게 쐈다.
제가 슛을 던져야 우리 팀 동료가 편해진다. (상대팀에서) 저를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제가 버려지면 다른 선수에게 수비가 몰려서 그 선수도 더 힘들어진다. 제가 제 가치를 인정 받으려면 수비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서 기회면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3경기→35경기 늘어난 지난 시즌
(3경기 출전한 2022-2023시즌에는) 제가 경쟁에서 진 거라고 생각한다. (35경기 출전한) 지난 시즌에는 강혁 감독님께서 코치님 시절부터 저를 좋게 봐주셔서 다시 해보자고 하시고, 할 수 있다고 매번 말씀을 해주셔서 믿고 했었다. 제가 농구를 하면서 지난 시즌이 제일 재미있었고, 좋은 기억만 남은 시즌이다. 선수라면 경기를 많이 뛰는 것도 좋은데 팀의 일원으로 도움이 된 것도 있고, 지금도 강혁 감독님께서 잘 되어서 (DB로) 가서 좋다고 해주시고, 대구(한국가스공사) 선후배들의 연락도 자주 오는 등 돈독하게 지내서 기억에 남는다.
농구로 봤을 때 기록이 좋은 게 아니지만 모두 다 커리어 하이(평균 2.2점 2리바운드)여서 재미있게 농구를 했다. (원동력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되게 많이 믿어 주셨다. 과할 정도로 기회를 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믿어 주셨고, 팀 분위기도 되게 좋았다. 누가 잘 하든 서로 좋아해줬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


3라운드 출신 최다 5회 FA 계약
5회라는 수치를 생각하지 않았다. 매년, 매년 마지막이라고 여겼다. 이번에 3년 계약을 했지만, 올해 못 하고 내년 경쟁에서 밀리면 그만 둘 수도 있다. 계약 횟수보다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훈련한다. (최다 기록)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저는 후회없이 노력하자는 걸 모티브로 삼았다. 쉬는 날 쉬기도 해야 하지만, 저는 쉬면 불안하기도 하고(웃음), 남들 쉴 때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 그런 걸 좋게 봐주셔서 오래할 수 있는 거 같다. 3년을 제안해주신 DB에 진짜 감사드렸다. 계약기간이 이 팀에서 저를 원하는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안정감이라고 해야 하나, 1년 하고 그만 둘 수 있고(그랬는데), 계약기간이 3년이라서 조급하기보다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3라운드 신화

3라운드 신화라고 할 수 있지만, 부족한 건 사실이다. 남들에게 없는 게 저에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다. 3라운드 신화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제가 부족해서 더 열심히 했는데 그 결과가 이어져서 뿌듯하다.

후배들에게 조언
제가 가끔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자기가 만족하지 말고, 남들이 인정을 해줘야 한다. 자기가 이만큼 했으니까 난 했어라기보다 쟤는 저만큼 열심히 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해야 한다. 자기가 만족하는 수준이라면 자기 합리화라서 남들이 인정할 때까지 하라고 말한다. 저는 주위에서 해주는 열심히 한다는 평가가 안 부끄럽게 열심히 하고 있다.
무식할 수 있는데 친구를 만난 뒤에도 저녁에 몇 시든 운동을 했다. 야간 운동도 웬만하면 꾸준하게 하고 있다. 몸이 재산인데 아파도 이겨내자는 마음이 많았다. 더 독하게 했었다. 저도 하기 싫은 날도 많고, 푹 쉬고 싶은 날도 많다. 저는 항상 몸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제가 (코트에) 들어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언제 들어갈지 몰라서 제 몸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강박이라면 강박일 수 있지만(웃음), 늘 그렇게 생각해서 남들 하기 싫어하는 걸 더 해보려고 했다. 뛰는 걸 개인적으로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저는 그것부터 하려고 했다. 쉬는 날 집에 가고 싶지만, 힘들 때 부모님 생각도 많이 하고, 팬들도 계셔서 해야 한다며 훈련했다.






BONUS ONE SHOT
10월 24일 한국가스공사와 첫 대결

박봉진은 “제가 부족함도 많이 느끼고, 성준모 코치님께서 계셨는데 슛부터 많이 알려주셨다”며 “슛도 슛인데 수비도, 농구의 길도 많이 배웠다. 시스템이 체계적이어서 도움수비, 수비 위치 등 거의 다시 배웠다”고 자신을 뽑아준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서 보낸 시절을 떠올렸다. 모비스에서는 계약기간 1년을 채운 뒤 전자랜드로 이적해 전자랜드를 인수한 대구 한국가스공사까지 줄곧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가스공사는 박봉진의 노력을 알아주고, 올해 FA 시장에서 원주 DB와 계약기간 3년, 보수 인상률 100%(1억 4000만원)를 기록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곳이다.
DB는 가스공사와 오는 10월 24일 홈에서 첫 맞대결을 가지고, 11월 14일 대구를 방문한다. 박봉진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가스공사를 상대팀으로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박봉진은 “개인 SNS에 올린 적이 있다. 대구는 저에게 좋은 기억만 있었던 곳이다. 너무 감사한데 지금 소속은 DB라서 어떻게든 이길 거다(웃음). 이겨야 한다. 그래야 한다”며 “그게 서로 더 좋다고 생각한다. 저를 데려온 DB에 보답을 하는 거고 제가 다른 곳에서 잘 하는 게 가스공사에도 좋은 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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