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19년 만에 탄생한 남자부 非 1라운더 신인왕, 삼성화재 이재현이 V-리그에 일으킨 ‘파란’
중부대 시절 이재현은 대학 무대 최고 세터로 꼽혔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직전에도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맹활약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대회 세터상 역시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3학년 신분으로 야심 차게 도전한 얼리 드래프트 결과는 냉정했다. 내심 기대한 1라운드 지명에서 한참 벗어나 2라운드 7순위까지 밀렸다. 그런 탓에 2023-24시즌이 시작되기 전 누구도 그의 신인왕 수상을 점치지 않았다. 그를 믿은 건 오직 단 한 명, 자기 자신이었다.
“첫 단독 인터뷰, 잘 부탁드릴게요”
<더스파이크>와 단독 인터뷰는 처음인 걸로 알고 있어요.
네, 잡지로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사실 시즌 때를 제외하면 단독 인터뷰 자체가 처음이에요. 다른 선수들의 잡지 인터뷰 소식이 인스타그램에도 많이 떴고, 또 제가 학창 시절 <더스파이크>를 챙겨보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내심 ‘어떻게 하면 잡지에 실리는 거지?’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한 번쯤 인터뷰 주인공이 돼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막상 제가 잡지에 실린다고 하니 신기하면서 긴장도 되네요(웃음). 제 첫 단독 인터뷰 잘 부탁드릴게요.
지난 시즌 신인왕의 기쁨을 누렸었죠.
감사합니다. 사실 수상 소감 연습을 꽤 했었어요. 시상식 당일 차를 타고 상을 받으러 가는 길에도 미리 적어둔 수상 소감을 외웠답니다(웃음). 그런데 막상 시상대에 오르니 긴장이 조금 되는 거예요. 분명히 지금 말하고 있는데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지만 나중에 다시 보니까 한 번 말실수한 것 빼고는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생애 한 번뿐인 기회인데 이 정도면 나름 괜찮지 않았을까요.
미처 못한 말이 있으면 이 기회에 한 번 더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말하려니까 또 긴장되네요.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감독님과 코치님들, 동료들 그리고 구단주님까지 같이 제가 받을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모두가 저를 많이 믿어주셨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경기를 소화한 것 같습니다. 다들 옆에서 굉장히 많이 응원해 주셨고, 너무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 2년 차를 맞이하는데요, 다음 시즌에는 그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에 재현 선수가 신인왕을 받으면서 두 시즌 연속 삼성화재에서 신인왕이 나왔죠.
네, 직전 시즌에는 (김)준우 형이 신인왕을 차지했죠. 제가 신인왕을 받는다고 하니까 준우 형이 웃으면서 장난쳤던 기억이 나요. “왜 네가 신인왕이야, 나 자존심 상해” 이러더라고요(웃음). 저희 팀이 좀 끈끈하고 형 동생 사이 같은 느낌이 있어서 앞에서는 다른 형들도 비슷하게 장난쳤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뒤에서 따로 있으면 누구보다 많이 축하해 주더라고요. 분위기가 되게 좋았어요.
전체 1순위 입단 동기 이윤수 선수의 반응에 감동했다던데.
(이)윤수는 중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에요. 연현중 시절 같이 배구를 배웠어요. 사실 삼성화재 입단 당시에도 윤수가 저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제가 옆에서 봐도 가진 게 정말 많은 선수예요. 아쉽게도 시즌 초반 부상도 있었고 해서 코트에는 많이 못 올랐죠. 내심 저도 왠지 모를 미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윤수는 제 첫 선발 소식에 그런 기색 없이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 주더라고요. 오히려 저보다 더 기뻐했던 것 같아요. 신인왕을 받았을 때도 윤수가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 주던 표정이 기억나요.
드래프트 동기들한테도 연락이 많이 왔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가 있을까요.
드래프트 동기들과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편이긴 한데, 동갑은 거의 없고 한국전력에 있는 (신)성호 형과는 고등학교 때도 잠깐 같이 합을 맞춘 적 있어서 특히 친해요. 프로에 와서도 자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요. 신인왕 소식에 아니나 다를까 직접 또 축하 인사를 보내주더라고요. 무심하게 툭 던지듯이 “네가 받을 줄 알고 있었다”라고 했는데, 오히려 기억에 더 많이 남는 것 같아요(웃음).
“첫 선발, 물러설 곳 없는 상황이었죠”
지난해 드래프트 직전 중부대 소속으로 고성대회에서 우승하고 세터상까지 받았죠. 내심 1라운드 지명을 기대했을 것 같아요.
1라운드 지명을 예상한 것까진 아닌데,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처음 2라운드 7순위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는 ‘앞으로 기회를 많이 못 받으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죠. 하지만 거기에 연연하진 않았고, 그냥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프로 무대를 먼저 경험한 형들도 “라운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선수 생활이 결정된다”라고 늘 말해줬었고요. 또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을 테니 스스로 부담은 안 되잖아요. 또 제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유형의 선수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팬분들에게 조금씩 계속 나아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죠. 1라운드 지명이 아닌 선수가 신인왕을 받은 건 2005시즌 당시 하현용(현 KB손해보험 코치) 이후 19년 만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저 이전에 신인왕을 받은 형들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았잖아요. 경기를 아주 많이 뛰거나 나올 때마다 엄청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상을 받고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상’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상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죠.
12월 5일 현대캐피탈전을 기억하나요.
그럼요. 제가 프로 데뷔 이후 첫 득점을 기록한 날입니다. 그때 소감을 말하자면 그냥 정말 짜릿했어요. 사실 서브를 때리고 나서 미들블로커 형들에게 공이 가려졌거든요. 그래서 코트 안에 공이 떨어진 걸 확인 못했어요. 근데 찰나의 순간이긴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도 공이 안 보이길래 ‘됐다’ 생각했죠. 정말 오래 기다린 득점이었어요. 이전에도 득점이 날 만한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더 애가 탔던 것 같아요. 한 번은 네트에 걸친 서브를 상대가 몸을 날려 받아낸 적도 있어요. 그래서 옆에서 자꾸 동료 형들이 언제 서브 에이스 보여줄 거냐고 했는데, 12월 5일 이날에 제가 “오늘 느낌 좋아요. 진짜 하나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면 1월 19일도 무슨 날인지 알겠네요.
당연하죠. 제가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날이잖아요. 상대는 우리카드였고요. 사실 이날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참 많아요. 단순한 선발 출전이 아니었거든요. 당시 (노)재욱이 형, (이)호건이 형이 둘 다 부상이었어요. 세터 중에서는 아예 저 혼자 경기장에 온 거죠. 그래서 선발 출전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잘 못해도 바꿔줄 사람이 없으니 정말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었죠. 책임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내가 해내야 한다’라고 외치고 코트에 들어갔어요. 다행히 경기는 이겼습니다(웃음).
우리카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한태준 선수와도 인연이 있다고요.
(한)태준이가 프로 연차는 저보다 높지만, 수성고 때는 제 후배였어요. 같이 밥 먹고 자란 사이니 꽤 오래되고 깊은 인연이죠. 그때를 돌이켜보자면 태준이는 정말 어린 나이부터 특출났던 것 같아요. 후배지만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프로에 와서 태준이를 만나게 됐을 때 후배 앞에서 정말 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카드만 만나면 열의가 타올랐죠(웃음). 아까 말씀드렸지만, 첫 선발전도 우리카드와 경기였는데 3-2로 진땀승을 거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좋은 자극제가 돼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첫 선발 당시를 ‘물러설 곳 없는 상황’으로 떠올렸는데, 김상우 감독은 노재욱 선수의 부상에도 “이재현은 노재욱과는 또 다른 나름의 장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말했거든요.
감독님이 평소에 저에게 믿음을 많이 주셨어요. 물론 제가 정말로 잘해서 좋은 말들을 들려주신 거라곤 생각 안 하지만, 감독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첫 선발 경기 전에 “(한)태준이도 경기 뛰고 하는데 너라고 못할 게 뭐가 있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사기가 팍 올랐죠(웃음). 또 그 당시가 동료들과 리듬이 점점 잘 맞기 시작할 때라 선발 기회가 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첫 선발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떨쳐내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형들도 이 감정을 알다 보니 저한테 좋은 말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특히 지금은 입대한 (이)상욱이 형이 저한테 “재현아, 누가 너한테 코트에서 뭐라고 하면 나한테 말해” 이렇게 말해줘서 되게 든든했어요. 다른 형들도 코트에서 자기가 다 처리해 줄 테니 믿고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형들한테 끈끈한 동료애를 되게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쏜살같이 지나간 데뷔 시즌이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아마추어 때와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점에서 수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블로킹 높이부터 일단 비교가 불가능하죠. 심지어 외국인 선수도 있고 하니 공 때리는 힘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교 때는 다들 수준이 비슷하다 보니 제가 실수해서 공이 상대편으로 넘어가더라도 집중해서 공을 받아내면 다시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거든요. 프로는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그냥 한 번 공을 내주면 끝이었어요. 그래서 경기 중에 ‘이 한 번으로 무조건 끝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프로에 와서 가장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을 꼽자면요.
입단 동기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팀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정말 가족 같은 사이에요. 제가 처음 코트에 들어갔을 때나 선발로 뛰었을 때 숙소에 오면 항상 저를 제일 반겨주던 사람들입니다. 엄청 끈끈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가장 먼저 털어놔요. 또 훈련하다 보면 저희 중에 누가 종종 혼나는 일도 있잖아요. 그럴 때도 서로 “괜찮아 잘했어”라고 말해주면서 빨리 이겨냅니다. 반대로 누가 잘돼도 서로 자기 일인 양 축하해 주고요. 믿어주는 동기들이 있어서 데뷔 시즌을 무사히 마친 것 같아요.
“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이제 2년 차예요. 팀에서 처음 보내는 비시즌인데, 경험해 보니 어떤가요.
개인적으로는 시즌보다 비시즌 훈련이 훨씬 힘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즌 도중에는 제가 가진 습관을 급하게 고치면 일시적으로 기량이 더 떨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갖고 있는 걸 살리는 쪽으로 갔는데, 최근에는 저를 완전히 개조하는 느낌이에요. 아마추어 때는 보이지 않던 부족한 점들이 프로에 오니 보이더라고요. 원래 있던 단점들이 아마추어 시절에는 공격수가 세터에 맞추는 경우가 많아서 가려진 거죠. 프로 무대에서는 세터가 공격수에 맞춰야 하고요. 10년 넘게 배구를 해오면서 생긴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려니까 사실 많이 힘들어요. 그렇지만 저는 노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게 다 좋아지는 과정이니까 꼭 이겨낼 거예요.
어떤 점을 고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토스 자체보다도 공격수들에게 셋업 연결을 해줄 때 위치 선정이에요. 공 밑에 빠르게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 점이 아직 많이 부족해요. KB손해보험 (황)승빈이 형이 이걸 정말 잘하는 거 같아서 플레이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롤모델이죠(웃음). 저는 경기 중에 여유도 부족한 편인데, 승빈이 형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더라고요. 제 단점이 승빈이 형한테는 대부분 장점인 것들이에요. 배울 점이 많아서 비시즌 훈련하는 동안 많이 참고하려고 하고 있어요.
반대로 장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장점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예전부터 항상 팀에서 사기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담당했어요. 어쨌든 배구는 팀 스포츠고 기세 싸움도 중요하잖아요. 성격적인 면은 운동하기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세터긴 하지만 서브에도 강점이 있다고 느껴요. 서브를 치러 들어갈 때마다 직접 득점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세터로서는 조금 어려운 볼이 저한테 오더라도 끝까지 집중해서 예쁘게 토스를 올려주려고 하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코치님들도 저보고 이 점이 괜찮다고, 강점으로 만들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마 전 다녀온 하동 하계 전지훈련은 어땠나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실 이번 비시즌은 제게 정말 힘든 시기예요. 습관을 고치는 것도 그렇고, 데뷔 시즌에 신인왕을 받고 나니 왠지 모를 부담도 생기더라고요. 2년 차 때는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지쳐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하동 전지훈련에 다녀오고 나서는 그런 게 싹 사라졌어요. 맛있는 것도 먹고, 형들이랑 단합하는 시간도 보내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다 풀려있더라고요. 최고였습니다.
팀 분위기에도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원래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전지훈련을 다녀와서 그런지 요즘 다들 의욕이 더 넘치네요(웃음). 그리고 사실 저희가 지난 시즌에는 저희가 어떻게 보면 아쉽게 봄배구 진출이 안 됐잖아요. 승패 기록은 다른 팀들보다 앞섰는데, 풀세트까지 가서 이긴 경기가 많다 보니 승점에서 밀렸죠.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물론 6등이 만족할 만한 성적은 절대 아니지만, 지지난 시즌보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다들 정말 열의 넘치는 모습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신인왕 수상 소감을 말할 당시 다음에는 ‘베스트7’에 들겠다고 당차게 외치기도 했죠.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좋으니까요(웃음). 일단 ‘2년 차 징크스’를 깨보려고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거기 때문에 피해 갈 순 없을 것 같고요. 이겨낼 겁니다. 그리고 선발 출장 기회를 늘리고 싶어요. 아직 선발로 나가면 확실히 부담감은 있는데, 막상 먼저 들어가면 재밌기도 한 거 같아요. 코트에 오르는 시간을 더 많이 늘리고 싶습니다.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언젠가 ‘베스트7’에 들 날이 오지 않을까요. 꼭 다음 시즌이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터로서 높은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호흡도 중요할 텐데, 서로 손발이 잘 맞는 편인가요.
따로 시간을 내서 동료 공격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신인 때는 형들이 저한테 많이 맞춰줬지만, 세터로서 각 선수 특성에 맞춰 볼을 올려주는 능력도 필수잖아요. 그렇기에 사실 호흡 면에서는 제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나름 형들마다 어떤 높이의 공을 선호하는지, 어떤 타이밍에 들어오는지 파악이 돼서 손발이 점점 잘 맞아들어가고 있어요.
다음 시즌이 끝나고 <더스파이크>와 다시 인터뷰하게 된다면, 기사 제목은 뭐였으면 좋겠나요.
다음 시즌이 끝났을 때 무엇보다도 팬분들이 저를 삼성화재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수로서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신인 딱지를 뗀 상황이지만, 다음 시즌 동안 이재현이 코트에 있으면 든든하다는 느낌을 꼭 주고 싶어요. 물론 말로만 바라지 않고 저도 정말 많이 노력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기사 제목은 ‘신인 딱지를 떼고 삼성화재의 미래로 발돋움한 이재현’으로 하겠습니다(웃음).
이재현이 답합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원래는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던데.
네, 맞아요. 어린 시절 축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하기 전에 원래는 축구가 하고 싶다고 아버지한테 먼저 말씀드렸었어요. 제 인생에서 뭔갈 하고 싶다고 말한 게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크게 반대하시진 않으셨어요. 아버지도 운동을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다만 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학교에서 배구 동아리를 하시고, 지금도 동호회에 꾸준히 나가실 정도로 배구를 많이 좋아하세요. 그래서 당시 어린 저를 축구는 밖에서 하는 운동이라 피부도 타고 안 좋다고 어머니와 함께 구슬리셨죠(웃음). 그 말에 넘어가서 결국 배구를 선택하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제가 지구력이 떨어지고 순발력이 좋은 편이라 오래 뛰어야 하는 축구보다는 오히려 배구가 저한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실 배구를 더 먼저 접했어요. 3살 때부터 아버지가 배구 동호회 활동을 하러 가시면 저도 따라가곤 했거든요.
세터라면 중요한 순간마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해결사가 있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이재현 선수라면 누구에게 토스를 올려줄 건가요.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가 눈에 많이 들어오긴 하죠(웃음). 그렇지만 (김)정호 형도 그 못지않게 해결 능력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직은 제가 잔 실수를 범할 때가 많은데, 정호 형이 코트에서 많이 커버해 주는 스타일이라 정호 형한테 공을 주면 실수한 티가 덜 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코트에서 정호 형을 많이 신뢰해요.
선수로서 좌우명도 있을까요.
인생을 살다 보면 항상 선택의 순간이 오잖아요. 뭘 선택하든 분명 후회는 남을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후회가 덜 남는 선택을 하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세터다운 좌우명이네요?) 그렇죠(웃음). 중요한 순간에 누구한테, 어떻게 공을 올려야 후회가 덜할지 판단하는 게 세터의 역량이죠.
성격이 정말 밝고 쾌활한 것 같아요.
평소에도 밝고 활동적인 면이 있긴 해요. MBTI도 ESTJ로 나오더라고요. 원래는 ESFP였긴 한데, 요즘 좀 바뀌었어요. E라서 그런지 형, 동생들한테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나가서 밥 먹거나 영화 보는 것도 즐겨요. 여러 사람과 스스럼 없이 지내는 편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누구인가요.
가족이죠. 특히 동생들을 많이 좋아해요. 제가 장남이고, 동생만 다섯 명이에요. 막내는 이제 다섯 살이고요. 언제 어디서든 동생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려고 많이 노력해요. 코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동생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은 ‘신인왕 이재현’에 대해 다뤘는데요, 마지막에 기억되고 싶은 ‘선수’ 이재현이 있을까요?
실력으로도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항상 착실하고 성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거든요. 그리고 그때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한참 먼 미래긴 하지만 신인왕 인터뷰도 <더스파이크>였으니, 은퇴 인터뷰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