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코트 위 자신감은 코트 밖 노력에서, 36경기를 위한 6개월간의 굵은 땀방울

[카토커] 코트 위 자신감은 코트 밖 노력에서, 36경기를 위한 6개월간의 굵은 땀방울

촐싹녀 0 105

 


높이 도약하기 위해선 강한 도움닫기가 먼저다. 비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코트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2024-25시즌 개막까지 이제 약 3개월.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36경기를 위한 6개월간의 피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시즌 때와는 또 다르다는 비시즌 훈련. 둘 사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성별에 따른 특징은 없는지 우리카드와 현대건설을 통해 살폈다.

비시즌 훈련이 시즌 때와 다른 이유
‘주기화’ 개념 먼저 알아야

남자 선수들의 비시즌 훈련과 관련해 우리카드 소속의 이경태 트레이너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트레이너는 프로 구단에서만 1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이다. 2015년 GS칼텍스에서 본격적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현대캐피탈 등을 거쳐 지난 5월 우리카드에 합류했다. 그에 따르면 선수들의 비시즌 훈련은 시즌 때와 큰 차이가 있다.

그 이유를 그는 “두 시기 간 목적이 다른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선 ‘주기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주기화란 간단히 말해 원하는 시점(시즌)에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시기별로 목표를 나눠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거예요. 흔히 우리가 비시즌이라고 부르는 기간도 실은 여러 단계로 구분할 수 있어요. 배구에서는 보통 정규리그가 있는 10월부터 3월까지를 시즌으로 보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요. 이때까지 가능한 몸을 많이 끌어올리는 게 비시즌 동안 할 일이에요. 한창 경기가 있을 때는 선수들이 점차 컨디션이 떨어지고 근손실이 날 수도 있는데, 시즌에는 이를 최대한 막는 데 초점을 잡습니다”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비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않으면 시즌 때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비시즌 훈련은 시즌 때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연 설명하자면 주기화는 크게 5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적응기, 준비기, 최대 근력기, 전환기, 유지기 순이다. 적응기는 시즌 종료 후 휴식을 취하면서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는 시기다. 준비기에는 기초 근력을 다지면서 체력과 지구력을 함께 키운다. 말 그대로 ‘준비’ 단계다. 이후 최대 근력기 때는 고강도 훈련으로 몸을 최대한 올린다. 그러고 난 뒤 앞선 과정을 통해 향상된 신체 능력을 종목에 맞는 형태로 다듬는 전환기를 거친다. 예로 배구 선수는 점프를 많이 뛰는데, 단순히 스쾃 무게를 많이 든다고 꼭 점프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플라이오 메트릭 등 근파워 및 순발력 훈련과 실전 훈련까지 병행해야 비로소 점프력이 좋아진다. 여기까지가 비시즌 훈련이다. 이때 쌓아 올린 것들을 잘 이어 나가는 게 유지기, 즉 시즌 동안 할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카드에서는 선수들을 어떻게 훈련 시키고 있을까. 이 트레이너는 먼저 “시즌이 끝나면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휴가를 줘요. 구단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휴가 때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스트레스 관리도 훈련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예요. 대신 많은 소통을 통해 선수들의 몸 상태가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않게 돕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런 뒤 “선수들의 휴가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비시즌 훈련에 돌입하는데요, 처음엔 낮은 강도로 진행합니다. 맨몸으로 자기 체중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잠들어 있던 근육을 깨워줌과 동시에 관절의 안정성과 가동성을 충분히 확보합니다. 부상 방지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건너뛰어선 안 됩니다. 익숙해지면 점차 무게를 늘려가요. 민첩성 훈련과 같은 기능성 훈련도 점차 훈련 루틴에 추가하고요. 그러다 시즌이 다가오면 최대 근력 수준에 육박하는 고강도 훈련까지 수행합니다. 이 시기 훈련은 선수들이 느끼기에 시즌 때보다도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해야 시즌에 맞춰 선수들 컨디셔닝이 제대로 되고, 경기 중 부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 트레이너는 “저희는 오는 9월 있을 KOVO컵에 맞춰 훈련하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 조금씩 강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포지션별로 훈련을 나눠 진행하는 걸 들 수 있겠네요. 예를 들자면 미들블로커는 블로킹, 세터는 토스를 잘해야 하잖아요. 선수들에게 그런 부분들에 좀 더 특화된 프로그램을 짜서 제공하고 있어요”라며 자세한 상황도 알렸다.

이밖에 선수들의 체중 관리에 대해서는 “체중 같은 경우도 처음엔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제한선을 넘어서지 않게끔만 옆에서 잡아줍니다. 식단 밸런스가 크게 무너졌거나 스스로 조절하는 걸 힘들어하는 선수들만 따로 더 소통해요. 이후 시즌이 다가올수록 선수들이 점차 각자 적정 몸무게에 가까워지도록 옆에서 관리합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트레이너는 우리카드가 3년 전 야심 차게 도입한 ‘GPS 장비’도 소개했다. GPS 장비는 그 이름에 걸맞게 선수들의 모든 데이터를 추적한다. 심박수는 기본, 여러 통계 자료를 제시해 선수마다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몸무게까지 파악할 수 있다. 그는 “팀에서 GPS 장비를 도입한 지 3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장비로 운동의 강도나 양, 선수의 심박수 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뿐만 저희는 아침마다 선수들의 수면 패턴, 근육의 피로도까지 정밀하게 분석해요. 이런 자료들은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라며 “요즘 현장에서는 다들 데이터를 따라가는 흐름이에요. 예전에는 이만큼 스포츠 과학이 발전하지 않아서 선수들이 힘들다고 말하면 정확히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기 어려웠어요. 지금은 그런 부분들까지 숫자로 표현되는 시대라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훈련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휴식과 운동을 적절히 배분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했다.

성별보다는 종목 간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정리하자면 비시즌 컨디셔닝은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점점 강도를 올려 훈련한다. 이후 끌어올린 신체 능력을 실전 훈련을 통해 종목에 맞는 형태로 전환하는 단계를 거친다. 모두 생략해선 안 될 중요한 과정이다. 조급한 마음에 처음부터 고강도로 진행하다간 관절의 가동성과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자칫 부상에 시달릴 수 있다.

또한 이 트레이너에 따르면 예전에는 훈련 강도라는 것이 다소 주관적인 개념이었는데, 최근에는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선수가 실제 느끼는 강도를 수치화된 데이터를 통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전에 비해 더 디테일한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 남자부와 여자부 간 차이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공윤덕 현대건설 수석트레이너와 얘기를 나눴다.

공 트레이너는 축구 국가대표팀에서만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넘게 근무했다. 이후 남자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지난해 현대건설로 둥지를 튼 베테랑이다. 그 또한 “쉽게 보면 비시즌은 시즌 동안 경기를 잘 치르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는 주기화 이론에 입각해 훈련을 짜고 있습니다. 같은 비시즌이라도 시기마다 훈련 구성에 차이를 둬요. 관절의 가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시점, 근력을 올리는 시점, 어질리티(민첩성)를 높이는 시점 등을 구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시기에는 이 운동만, 또 어떤 시기에는 저 운동만 하고 그런 건 아니고요. 종합적으로 진행하되, 시기별로 비중의 차이를 두는 거죠. 시즌에 맞춰 전체 영역이 골고루 함께 발달할 수 있게끔 합니다”라고 이 트레이너와 유사한 얘기를 전했다.

이어 현대건설에서는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에는 “시즌이 끝난 뒤 선수들이 휴가를 보낼 때도 주 2~3회 정도는 스스로 운동하도록 지침을 제공해요. 선수들이 원래 몸 상태의 50% 정도는 유지한 채로 비시즌 훈련에 돌입하게끔 합니다. 그리고 처음 비시즌을 맞이할 때는 맨몸운동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 근 활성화를 먼저 해요. 이후 점점 강도를 높입니다. 근력 운동의 경우 50%로 출발해서 90% 내외까지 점진적으로 부하를 높여요. 그 사이에 근 기능, 파워, 가동성 운동도 계속 병행해 줍니다. 완전히 분리하기엔 볼 훈련도 해야 해서 시간이 부족해요. 또 이거 했다 저거 했다 그러면 선수들도 매번 새로 적응해야 하고요. 그래서 근력을 먼저 다 올려놓고 나중에 다른 걸 하기보단, 중간에 운동 형태를 바꿀 필요 없이 처음부터 조금씩 나눠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중요시하는 부분입니다”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그는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다치면 끝이잖아요. 저희는 비시즌 때 퍼포먼스도 퍼포먼스지만, 부상 방지에도 공을 많이 들여요. 선수가 주로 당하는 부상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 파악해 수시로 그에 맞는 보강 운동을 시킵니다”라는 얘기도 들려줬다.

끝으로 남자부와 여자부 간 훈련 방식의 차이는 없는지 질문하자 공 트레이너는 “남자 배구단에서 일한 경험은 없지만, 아마 큰 틀은 비슷할 거예요. 다만 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네요”라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런 다음 “성별보다는 종목 간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는 축구 쪽에서 일했는데, 축구 선수들 같은 경우 지구력과 유산소 훈련에 비중을 더 두는 편이에요. 90분 동안 오래 뛰어다녀야 하잖아요. 이와 달리 배구는 그보다는 적게 뛰고, 대신 단시간에 폭발적인 점프를 여러 번 해야 하니 무산소성 파워 훈련에 중점을 맞춥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같은 배구 안에서도 구단마다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선수들의 몸이 최고로 올라오는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도 시즌을 보내는 데 있어 한 가지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어요. 아시겠지만 정규리그 라운드가 다 합해서 대략 6개월 정도 돼요. 꽤 길거든요. 처음부터 100%로 돌입해 치고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하면 선수들이 후반에 힘이 빠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야 해요. 물론 가능하다면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00%를 유지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방향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지난 시즌 왕좌에 올랐던 현대건설에서는 어떤 전략을 들고나왔는지 되묻자 그는 “선수들이 초반부터 제 기량을 발휘하게끔 준비해 시즌을 맞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다들 마지막까지 체력 수준을 잘 유지한 것 같아요. 좋은 결과도 얻었고요”라며 미소 지은 뒤 “트레이너 스태프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원래는 의무팀, 체력팀, 기술팀 이런 식으로 각자 소속이 다 다른데, 서로 시너지를 내려고 함께 회의하고 그랬거든요. 또 감독님도 저희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 주시고, 선수들도 열심히 따라와 줘서 훈련이 더 매끄럽게 잘 진행된 것 같아요”라고 말을 마쳤다.



베테랑 선수들도 입을 모으는
비시즌 훈련의 중요성

이번 주제와 관련해 우리카드 이강원, 현대건설 황연주와도 짧게 말을 섞었다. 두 선수 다 각 구단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선참이자, 자기관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이강원은 2012-13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황연주는 2005시즌 원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프로 데뷔해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두 선수에게서 공통으로 나온 얘기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보더라도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은 모두 평소 몸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 특히 비교적 개인 시간이 많은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둘은 입을 모았다.

두 선수는 모두 부상 방지를 위해 팀 훈련 외에도 따로 개인 보강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황연주는 종종 쉬는 날에도 혼자 운동한다고. 그는 “사실 팀에서 시키는 운동만 해도 쉽지 않아요. 또 팀 훈련을 하다가 다른 선수들보다 무게가 안 들리거나 안되는 동작이 있으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그걸 하기 싫다고 놔버리면 거기서 멈추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아무리 힘들어도 다 이겨내려고 했어요. 조금 투덜거리긴 했지만요(웃음). 그러다 어느새 습관이 잡혀서 언젠가부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몸 관리를 하게 됐어요”라고 살짝 웃었다.

구체적인 비시즌 운동법은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긴다는 이강원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그는 “비시즌 때 매번 무거운 무게로만 운동하면 시즌 때 몸이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가벼운 무게로 동작을 빠르게 가져가는 것도 컨디셔닝에 있어서 중요한 것 같아요. 선수는 결국 경기장에서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하루 무겁게 했으면 다음 날은 빠르게 이런 식으로 번갈아 훈련합니다. 그러다 시즌이 임박하면 빠르게 쓸 수 있는 근육을 기르는 데 시간을 좀 더 투자해요. 시즌 때는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몸에 부담이 많이 되기 때문에 전에 만든 걸 잃지 않는 정도로만 운동하고요”라고 친절히 알려줬다.

그러면서 “저도 처음부터 개인 운동을 열심히 한 건 아니에요. 어느 순간 선수 생활을 오래 하려면 몸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왜 어릴 때 진작 이렇게 안 했을까 하는 후회도 있네요. 지금 프로를 꿈꾸고 계신 학생분들은 나중에 저처럼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공부하랴 훈련하랴 힘드시겠지만, 조금씩만 시간을 내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훗날 큰 변화가 있을 거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두 선수는 체중 관리에 있어서도 서로 닮은 점을 보였다. 둘 다 현재 비시즌임에도 몸무게를 시즌 때와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고자 먹고 싶은 음식을 참아가며 다음 시즌을 향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웬만한 의지로는 어려운 일이다.

오는 2024-25시즌 이들과 트레이너들이 코트에서 어떤 합작품을 만들어 낼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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