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사인 훔치기?'...왜 훔쳐. 대놓고 보는 152억 포수 양바오의 너스레 [유진형의 현장 1mm]

[카토커] '사인 훔치기?'...왜 훔쳐. 대놓고 보는 152억 포수 양바오의 너스레 [유진형의 현장 1mm]

맛돌이김선생 0 100
두산 양의지(오른쪽)와 롯데 황성빈이 롯데 고영민 코치의 사인을 함께 보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이렇게 대놓고 사인을 본다고?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는 상대 팀의 작전 지시에 관한 사인을 간파해 이용해 먹는 걸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인 훔치기는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확인한 뒤 타자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사인 훔치기를 의심한 선수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양 팀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양의지는 달랐다. 양의지는 훔치지 않고 대놓고 봤다.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7-7 동점인 상황에서 롯데의 7회초 공격이 시작됐다. 롯데는 1사 후 노진혁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찬스를 잡았고 롯데 더그아웃은 바빠졌다. 다양한 작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황성빈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3루에 있는 고영민 작전.주루 코치의 사인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런데 그 사인을 보고 있던 사람이 또 있었다. 상대 팀 포수 두산 양의지였다. 

롯데 고영민 작전.주루코치가 사인을 보내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롯데 황성빈(왼쪽)이 두산 양의지의 너스레에 웃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양의지는 황성빈 옆에 붙어서 고영민 코치의 사인을 함께 지켜봤다. 유니폼만 달랐지 같은 팀 동료가 함께 서서 작전 지시를 받는 모습이었다. 양의지가 이런 너스레를 떨 수 있었던 건 롯데 고영민 코치, 김태형 감독과는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옛 동료이며 스승과 제자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황성빈도 그런 관계를 잘 알기에 양의지의 너스레에 웃음보가 터졌다.

한편 두산 양의지는 KBO 역대 최고의 '공수 겸장' 포수로 뽑힌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올 시즌도 여전한 파워와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 위로 올라가 흔들리는 투수를 바로 잡아주고 분위기를 바꾸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리고 서글서글한 미소로 상대 선수와 장난치며 자칫 격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잡기도 한다. 

두산 양의지가 8회말 만루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날도 치열한 승부 속에 양의지는 여유롭고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두산은 경기 초반 믿었던 알칸타라가 무너지며 1-6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양의지가 3회말 2사 1루에서 롯데 박세웅의 3구째 119km 커브를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넘기는 추격의 투런포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 홈런으로 그는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8회에는 왜 152억 리그 최고의 포수라 불리지는 보여줬다. 9-8 근소하게 앞서있던 8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양의지는 롯데 박진의 2구째 145km 패스트볼을 밀어쳐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다. 이 홈런으로 사실상 경기는 끝이 났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랜드슬램 포함 3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 4득점 2볼넷으로 롯데 마운드를 폭격한 양의지는 13-8 역전승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두산 양의지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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