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에 올리 쿠에바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아주 더 자기 마음대로 던지겠어(웃음).”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감독은 이날 선발투수인 윌리엄 쿠에바스(34)가 ‘피치컴’ 송신기를 차고 경기에 나선다는 얘기를 전하며 “사인을 직접 내니 더 자기 마음대로 던지겠다(웃음)”고 말했다.

이 감독에게 올 시즌 쿠에바스는 말 그대로 애증의 선수다. 그는 지난해 12승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전반기 17경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해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쿠에바스를 향한 이 감독의 믿음이 꺾여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쿠에바스의 ‘에이스’ 궤도 복귀를 이끌고 있다.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제자의 호투를 유도하는 모습이다.

쿠에바스는 17일 경기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 5삼진의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5승(8패) 사냥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 감독의 쿠에바스 조련은 계속됐다. 5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직접 방문해 흔들리는 멘털을 잡아줬고, 6회말을 마친 뒤에는 경기 중 베이스 커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애정 섞인 질책을 하기도 했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피치컴을 허리에 착용 후 투구를 펼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쿠에바스는 “5회말엔 감독님이 마운드에 올라와 ‘너 바꾸려는 거 아니다. 한 템포 쉬게 해주려고 올라왔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6회말에 베이스 커버를 안 간 건 내 잘못이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장난을 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에바스는 이 감독과의 올 시즌 관계를 묻는 질문엔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항상 진중한 모습이라 엄격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은 정말 가족같이 생각해 주신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장난기가 많고 좋은 분”이라고 강변했다.

쿠에바스는 투수 출신인 이 감독의 조언이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경험이 많은 투수 출신 지도자 아니신가. 훈련, 전력분석 미팅 등에서 해주시는 조언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의 페드로 마르티네스 아니신가. 감독님 말씀을 잘 따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