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팀 1위에도 트럭 시위 등장... 기아 타이거즈 비판, 왜?
[주장] 이범호 감독 성장 중... 일비일희하지 않는 여유 필요현재 프로야구 1위인 KIA 타이거즈가 홈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충격적인 시리즈 스윕패(같은 팀을 상대로 연속으로 하는 경기에서 모두 패하는 것 - 기자 말)를 당했다. 홈 경기장에서는 이범호 KIA 감독을 비난하는 트럭 시위까지 벌어져 씁쓸함을 자아냈다.
지난 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경기에서 KIA는 두산에 0-1로 패했다. KIA는 지난 7월 30일 1차전에서 7-12, 31일 2차전에서는 6-30으로 대패하며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을 허용하는 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연이틀 난타전을 벌였던 양 팀은 이날 각각 발 발라조빅(두산)과 네일(KIA)의 호투를 앞세워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6회 초 두산 공격에서 1사 1루에 네일이 강승호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로 병살플레이를 유도했으나, 2루수 홍종표의 포구 실책에 이어 중견수 박정우의 송구 실책까지 나오면서 주자 김재환이 홈을 밟아 선제 득점이 나왔다. 두산은 이 1점을 끝까지 지켜내며 3연승으로 4위로 올라섰다.
▲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으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4.8.1 |
ⓒ 연합뉴스 |
두산 선발 발라조빅은 6.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이며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KBO리그 첫 승을 거뒀다. 마무리 김택연은 이날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지며 시즌 12세이브(2승 1패 4홀드)를 올렸다. 반면 KIA 네일은 6이닝 5피안타 1실점(무자책)으로 호투하고도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KIA는 여전히 단독 1위지만, 팬들은 경기 후 온-오프라인에서 팀의 경기력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 전에는 일부 KIA 팬들이 이범호 감독의 경기 운영을 비판하는 문구를 붙인 트럭 시위도 있었다. 트럭 시위가 전체 팬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하위권 팀이나 큰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아닌 이상 리그 1위 팀 감독이 트럭 시위의 대상이 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이는 지난 7월 31일 '6-30 대패'의 충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1일 경기를 앞두고 홈팬들에게 전날의 졸전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지만, 연패를 끊지는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김종국 전 감독의 사임으로 갑작스럽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감독으로 승격됐다. 이 감독은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팀을 1위로 견인하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KIA 팬 사이에서는 이범호 감독의 경기 운영을 놓고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두산과의 3연전서 총체적 난국 드러나... 과도한 비판 우려도
▲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5-10로 패한 KIA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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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IA는 1위라는 팀 순위에도 불구하고 종종 굴욕에 가까운 졸전을 펼치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6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13점 차를 지키지 못하고 난타전 끝에 15-15 무승부를 거뒀고, 6월 28일 광주 키움전(6-17 패)에서는 3회 '한 이닝 10실점'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두산과의 최근 3연전에서 투타와 수비 등 총체적 난국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30실점을 허용한 31일 2차전에서는 더 이상 내보낼 투수가 없어 9회 야수 박정우를 투수로 내보내는 웃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롯데 등 특정팀을 상대로 한 부진, 투수교체 타이밍과 불펜 혹사 등 이범호 감독의 미숙한 경기 운영을 바라보며 쌓였던 팬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된 경기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난을 우려했다. KIA는 최근 연패에도 60승 2무 41패를 기록하며 2위 LG에 무려 5게임 차이로 여전히 여유 있게 선두에 있기 때문이다. 7월 성적도 15승 7패 승률이 무려 .682였다. 비록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로 주춤하고 있지만, 아직 1위 자리가 흔들릴 위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어떤 강팀이라고 해도 시즌 내내 잘하기는 어려우며 몇 번씩 고비를 맞이할 때가 있다.
전통적으로 팬들의 지나친 압박과 조급증은 KIA가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2009년 당시의 조범현 감독, 2017년의 김기태 감독 등도 해당 시즌 팀을 통합 우승까지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많은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좋게 보면 KIA 팬들의 열정과 기대치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가 좋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나쁠 때만 모조리 '감독 탓'이라고 몰아가며 비난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선수단에도 자칫 과도한 압박이 될 수 있다.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역시 최근 일부 팬들의 주동으로 이승엽 감독과 구단 프런트를 비난하는 트럭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팬들의 참여의식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수단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하려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을 지키지 않고 팀이 어려울 때 마다 감정적인 비난이나 화풀이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KIA는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범호 감독이 성장 중인 초보 감독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경기 내용이나 팀의 방향성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팬들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지나치게 일비일희하지 않는 여유도 필요하다.
KIA는 2일부터 한화와 주말 원정 3연전에 나선다. 홈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연패에 빠진 KIA로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승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