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고우석, 롯데 최준용, KT 박영현, 두산 김택연(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끝판대장’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이 전성기 시절 던진 직구는 당시 KBO리그 최고의 공으로 통했다. 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0년대 초반에는 윤석민(전 KIA 타이거즈)의 슬라이더,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체인지업처럼 시대를 풍미한 공도 많았다. 그러나 오승환의 직구는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분당 회전수가 평균 2600회 수준에 이를 정도였으니 타자가 체감하는 구위도 살벌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돌직구’라고 부른 이 공은 야구 꿈나무들의 꿈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 매개가 되기도 했다.

●오승환 키즈

세대교체가 절실한 한국야구에도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고 등장하는 포지션이 있다면 마무리투수일 것이다. 오승환을 보고 큰 이른바 ‘오승환 키즈’ 덕분이다. LG 트윈스 시절이던 2022년 오승환을 넘어 최연소 40세이브 고지에 오른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돌직구’의 영향을 받았다. 이에 평균 150㎞대의 빠른 직구를 주무기로 삼던 그는 오승환의 발자취를 따라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해외 무대에 도전하기도 했다.

최준용(23·롯데 자이언츠)의 등장도 심상치 않았다. 최준용은 분당 회전수 2500회에 이른 구위를 앞세워 2021년 데뷔 첫 20홀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20홀드를 달성한 날 최고 2800회를 넘긴 공도 있었다”며 놀라기도 했다. 이에 경남고 동기 전의산(SSG 랜더스)은 “(최)준용이의 직구가 다들 최고라고 하지 않나. 고교 시절 포수로 직접 받아도 봤지만, 어떻게 달라졌을지 한번 쳐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곤 서울시리즈에서 미국의 강타자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를 직구로만 잡아낸 뒤 찬사를 듣기도 했다. 현재 어깨 관절 수술로 쉼표를 찍게 됐지만, 구단은 복귀 후 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젊은 마무리

올 시즌 마무리투수로 거듭난 박영현(21·KT 위즈)과 신인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의 활약도 예사롭지 않다. 또 다른 ‘오승환 키즈’인 박영현은 지난달 11경기에서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고 2승무패8세이브로 펄펄 날기도 했다. 그의 최고 무기도 단연 직구다. 평균 구속은 145.5㎞로 아주 높진 않지만 2674.1회의 높은 분당 회전수가 강점이다. 솟아오르는 듯한 구질도 더해져 타자가 체감하는 구위가 위력적이다.

신인왕 유력 후보로 꼽히는 김택연도 147.9㎞와 2491.9회의 뛰어난 직구 구위를 앞세운다. 이에 역대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16개) 기록도 넘어설 태세다. 김택연은 “(양)의지 선배가 ‘네 직구가 최고’라고 말해주셔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