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비장의 무기가 '쾅쾅'...'호된 신고식' 라우어, '5피안타 2피홈런' 커터 어쩌나
[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우승 청부사'의 첫 경기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다. 메이저리그(MLB) 36승 출신의 에릭 라우어(29)가 KBO리그 데뷔전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라우어는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7피안타 2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KIA는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성에 4-5로 패했다.
경기 전 가장 화제를 모은 소식은 선두 KIA가 '우승 청부사'로 데려온 라우어의 첫 등판이었다. 5일 KIA는 윌 크로우와 캠 알드레드를 동시에 방출한 뒤, 다음 날 총액 35만 달러(약 4억 8천만 원)에 라우어 영입 소식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MLB 통산 36승, 2022년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9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라우어의 국내 무대 입성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500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라우어는 1회 초를 삼자범퇴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지찬을 중견수 뜬공, 김헌곤을 투수 땅볼로 처리한 뒤 구자욱을 다시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냈다. 공 12개로 1회를 끝낸 라우어는 1회 말 타선이 3점을 뽑아내 데뷔전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잘 나가던 라우어는 2회부터 급격하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강민호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9구째 140km/h 커터가 강민호 방망이에 걸리며 좌측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이후 김영웅을 삼진으로 잡으며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병호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주며 3-2 추격을 허용했다.
류지혁을 땅볼로 처리한 라우어는 2사 3루 동점 위기에서 커터를 적극 활용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성규에게 우익수 오른쪽 앞 안타, 김지찬에게 유격수 앞 내야 안타로 연달아 커터를 공략당하며 3-3 동점이 됐다. 김지찬 타구에서 유격수 송구 실책이 발생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견제사로 김지찬을 잡으며 간신히 2회를 마무리했지만 한 이닝에 투구수 37개를 기록하며 진땀을 뺐다.
3회 구자욱에게 커터로 내야 안타를 맞은 라우어는 4회 결정적인 실투로 피홈런 숫자가 더 늘어났다. 전 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한 박병호에게 가운데로 몰린 커터를 던져 좌익수 뒤 120m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류지혁을 2루타, 이성규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며 흔들린 끝에 결국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전 라우어는 18명의 타자를 상대로 투구수 75개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던진 공은 커터(32개)였는데 패스트볼(28개)보다 비중이 높았다.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151km/h를 기록할 만큼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주무기인 커터는 피홈런 2개 포함 피안타 7개 중 5개를 공략당하며 의문을 남겼다.
2023년 오른쪽 어깨 충돌 증후군 이후 패스트볼 구속이 저하된 라우어는 커터 비중을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19.8%에서 2023년 35.8%로 높아졌고, 올해 마이너리그에서도 22.8%의 비율로 커터를 던졌다. 다만 올 시즌 미국 무대에서 라우어의 커터는 피안타율 0.368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우려했던 지표는 데뷔전에서 그대로 현실이 됐다.
라우어는 좌완 파워 피쳐이면서 패스트볼과 커터 비중이 7할 이상인 점에서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와 비슷한 유형으로 꼽힌다. 엔스는 시즌 초반 커터가 통하지 않아 애를 먹다가, 팔 각도를 조정한 뒤부터 효과를 보면서 리그 정상급 투수로 변신했다. 라우어 역시 피칭 디자인 변화 등 KBO리그 무대 적응을 위해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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