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31살 동갑내기 배소현과 코글린이 부른 ‘희망가’

[카토커] 31살 동갑내기 배소현과 코글린이 부른 ‘희망가’

촐싹녀 0 22

무명 설움 씻고 올 시즌 나란히 2승
30대 선수들에게 희망 아이콘 돼
이번 주 생애 첫 메이저 우승 도전
지난 18일 막을 내린 KLPGA 더 헤븐 마스터즈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배소현. KLPGA

이립(而立). 서른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孔子)가 서른 살에 자립(自立)했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치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절정의 샷감을 과시하고 있는 2명의 여성 골퍼가 있다. 배소현(31·프로바이오)과 로런 코글린(미국)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지난주에 KLPGA투어와 LPGA투어서 동반 우승하며 나란히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배소현은 지난 18일 막을 내린 KLPGA투어 더 헤븐 마스터즈에서 서어진(23·DB손해보험), 황유민(21·롯데)과 연장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코글린은 같은 날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ISPS 한다 스코티시 여자오픈에서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에스더 헨젤라이트(독일)의 추격을 4타 차 2위로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둘은 서로 다른 듯 닮았다. 먼저 만 나이가 31살로 같다. 투어 데뷔는 배소현이 2017년으로 2018년에 데뷔한 코글린 보다 1년 빠르다. 생애 첫 우승도 배소현이 먼저 했다. 배소현은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KLPGA투어 8번째 시즌, 154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코글린은 이달 초에 열린 캐나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 CPKC 여자오픈에서 LPGA 7번째 시즌, 10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각각 신고했다.

두 번째 우승은 코글린이 먼저 한 셈이 됐다. 같은 날 나란히 우승했지만 첫 우승이 늦은 덕(?)을 봤다. 첫 우승까지 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던 코글린은 두 번째 우승까지는 3주, 생애 첫 우승까지 8년이 걸렸던 배소현은 3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배소현은 나란히 3승씩을 거두고 있는 이예원(21·KB금융그룹)과 박현경(23), 그리고 2승의 박지영(28·이상 한국토지신탁)과 함께 K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다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코글린은 넬리 코르다(미국·6승), 해나 그린(호주·2승)에 이어 올 시즌 LPGA투어 3번째 다승자로 등재됐다.

30대가 주축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달리 L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 30대 선수가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방증이다. 둘은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긴 시간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생존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을 것이다.

배소현은 2011년에 KLPGA에 입회했다. 선뜻 1부인 KLPGA투어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부와 2부를 거쳐 8년만인 2017년에서야 KLPGA투어에 입성할 수 있었다. 코글린은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작년에는 상금 순위 69위로 간신히 시드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

배소현과 코글린의 생존을 위한 첫 번째 솔루션은 20대 젊은 선수들에 결코 밀리지 않기 위해 장착한 ‘장타’라는 무기다. 배소현은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2.6야드(6위), 코글린은 262야드(59위)다. 거기다가 아이언의 정확도도 나쁘지 않다. 배소현의 그린적중률은 77.1%(9위), 코글린은 73.4%%(3위)로 둘 다 투어 정상급이다.

두 선수의 대기만성은 그 자체가 30대의 또래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루저’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특히 30대에 접어들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자신을 한물갔다고 치부한 선수들은 배소현과 코글린의 성공을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로린 코글린. LPGA 홈페이지

그런 점에서 우승 직후 가진 두 선수의 언론 인터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대기만성형 선수로 분류한 배소현은 “꾸준히 노력하며 조금씩 결과를 얻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골프는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소현은 여자 선수들이 남자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다는 주장에 대해 “골프는 남자냐, 여자냐가 아닌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길게 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일갈한 뒤 “나도 길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서 체력과 비거리 등 아쉬운 부분을 채워가며 노력하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코글린은 첫 우승을 거둔 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던 나를 일으켜 주었다. 믿고 응원해준 가족과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2승 달성 후에는 “비현실적이지만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선전을 펼친 자신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소현과 코글린은 이번 주에 나란히 생애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코글린은 23일 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 배소현은 같은 날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개막하는 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에 각각 출전한다.

‘늦깎이’의 대명사가 된 두 선수가 이번 주에 어떤 스토리를 써내려 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저 같은 선수도 있으니 모두 힘내시길 바란다”는 배소현의 응원 메시지가 한동안 귓전을 맴돌 것 같다. 두 선수의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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