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외인 없이, '토종' 자존심 지킨 김상우 삼성 감독..."신승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
"굉장히 어려운 경기였다. 신승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
김상우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5일 오후 7시 통영체육관에서 치른 우리카드와 2024 통영도드람컵프로배구대회 예선 B조 1차전에서 풀세트 혈투 끝에 3-2(25-23, 20-25, 25-22, 21-25, 15-13)로 이겼다. 외인 용병 없이 만든 결과다. 김정호, 이시몬, 김우진 삼각편대 활약이 특히 좋았다. 이들은 각 22점, 21점, 19점을 적어내며 삼지선다 공격 선택지로 우리카드 수비를 괴롭혔다. 우리카드의 아히도 혼자 28점을 올리며 분투했지만, 국내 선수 위주로 '짠물 수비'를 구현한 삼성화재를 넘진 못했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감독 중 '토종'은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과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이 유이하다. 지난 시즌 통합 4연패를 일군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대한항공 감독과, 준우승을 차지한 오기노 마사지(일본) OK저축은행 감독의 선전으로 외인 감독 붐이 크게 분 까닭이다. 단 한 시즌 만에 국내 지도자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 그만큼 이날 김상우 감독의 어깨는 무거웠다. 그런 상황 속 그가 이끄는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도 없이, 브라질 출신의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승리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풀 전력이 아니었던 만큼, 굉장히 어려운 경기였다. 그런 가운데 신승하게 돼 굉장히 기쁘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이날 삼성화재의 수비 조직력은 상당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카드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김 감독도 이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수비, 커버, 연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신경을 쓴 지가 꽤 오래됐다. 짧은 시간에 한 게 아니고, 무작정 연습을 많이 한다고 되는 부분도 아니다"며 미소 지었다.
이와 달리 경기 뒤 만난 패장 파에스 감독의 표정은 크게 굳어 있었다. 그는 "오늘 우리는 평소 훈련과 다른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경기 전에도 말했지만, 오늘 경기는 우리에게 좋은 실험실이었는데, 경기 자체에 기복이 많았던 것 같다. 삼성 같은 수준 높은 팀과 경기를 하는 데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했다.
선수들의 기대 이하 활약에 파에스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직 알리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정말 솔직히 얘길 하자면,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선수들 중에서는 알리만 기대만큼 했다. 다른 선수들은 기대보다는 조금 모자랐다. 알리는 공격뿐만 아니라 리시브, 반격 등 모든 면에서 굉장히 뛰어났다. 알리는 굉장히 젊고, 재능있고, 팀을 위해 싸울 줄 아는 선수다. 다만 나머지 팀원들은 오늘 부담이 조금 있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양팀 최다인 28점을 올린 아히에 대해서도 파에스 감독은 "기록만 보면 좋을 수도 있는데, 나는 숫자만 보지 않는다. 오늘 아히는 리시브라든지 다른 면에서 좀 더 팀을 위해 뛸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알리와 아히뿐만 아니라 우리는 다 같이 하는 배구를 지향하기 떄문에, 그런 점에서 다른 선수들도 같이 올라와줘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