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휘 합류한 도로공사, 다시 높은 곳 노린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⑥]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한 경기에 10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하고 20명 이상의 엔트리가 있는 야구, 축구 등과 달리 5~7명의 주전 선수가 출전하는 농구나 배구는 그만큼 주전 선수의 비중이 크다. 특히 팀을 이끄는 에이스 선수의 존재감이 매우 커서 에이스가 부상 등의 이유로 이탈하거나 타 팀으로 이적하면 그 팀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에이스가 FA자격을 얻으면 해당 구단에서 '에이스 지키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2022-2023 시즌 챔프전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지난 시즌 6위로 추락한 이유는 단순했다.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과 토종 에이스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이 동시에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캣벨의 자리는 반야 부키리치(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정대영의 자리는 김세빈으로 어느 정도 메웠지만 왼쪽 공격을 책임지던 박정아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다.
원인 분석을 마친 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신속하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올해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던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강소휘를 3년 총액 24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것이다. 적절하고 빠른 투자를 통해 단숨에 팀의 최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버린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의 부진과 아쉬움을 털어 버리고 이번 시즌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하려 한다.
주력 선수 대거 이탈... 6위로 추락
▲ 임명옥은 지난 5시즌 동안 리베로 부문 BEST7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리그 최고의 리베로다. |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
지난 시즌 6위에 그쳤고 2019-2020 시즌엔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도로공사는 최근 7번의 시즌 동안 두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꾸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팀이다. 2016년 도로공사에 부임해 V리그 최장수 사령탑이 된 김종민 감독을 중심으로 도로공사에서 10년 가까이 활약하고 있는 임명옥, 배유나, 문정원 등의 끈질긴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으로 좀처럼 쉽게 패하지 않는다.
도로공사의 끈질긴 팀 컬러가 가장 잘 드러났던 시즌은 바로 지난 2022-2023 시즌이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선두 경쟁 속에서 조용히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선수 교체 후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현대건설에게 연승을 거두며 챔프전에 진출했다. 물론 도로공사가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을 이긴다고 예상한 배구팬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에게 1, 2차전을 연속으로 내주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안방으로 돌아온 도로공사는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반격을 시작했고 결국 V리그 역대 최초로 챔프전에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도로공사가 V리그 역사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후 챔프전 MVP 캣벨과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FA자격을 얻은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 정대영이 GS칼텍스 KIXX로 팀을 옮겼다. 도로공사는 새 외국인 선수로 198cm의 장신 부키리치를 지명하고 보상선수 이고은(흥국생명)을 활용한 트레이드로 전체 1순위 신인 김세빈을 지명했지만 '백투백 우승'을 노리기에 한참 부족한 전력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이 부족했다는 팬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1라운드부터 1승5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시즌을 출발한 도로공사는 시즌 내내 별다른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12승24패 승점39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득점 3위(935점)에 오른 부키리치와 5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베스트 7에 선정된 임명옥 리베로, 신인왕 김세빈 정도를 제외하면 만족스런 시즌을 보낸 선수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강소휘 효과' 기대 속 변수 많은 유니
▲ 지난 시즌 박정아의 부재를 실감한 도로공사는 'FA 최대어' 강소휘(오른쪽)를 3년24억 원에 영입했다. |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
공수를 겸비한 아웃사이드히터의 필요성을 느낀 도로공사는 '통 큰 투자'를 통해 FA시장 최대어 강소휘를 영입했다. 여기에 정관장,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트레이드로 김세인과 하효림 세터, 미들블로커 김현정을 데려오면서 자유 신분선수로 6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빈자리를 메웠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년 연속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178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목포여상의 세터 김다은을 지명했다.
198cm의 최장신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불가리아 출신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메렐린 니콜로바를 지명했다. 183cm의 니콜로바는 로 7명의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신장이 작지만 컵대회에서 41.18%의 성공률로 71득점을 기록했고 세트당 0.38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는 야무진 활약을 선보여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김종민 감독이 FA로 영입한 강소휘의 왼쪽 파트너로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아시아쿼터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등록명 유니)다. 쿠바와 카자흐스탄 이중 국적을 가진 189cm의 아웃사이드히터 유니는 컵대회에서 불안한 서브 리시브와 함께 공격에서도 기복을 보였다. 만약 유니가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강소휘와 나머지 선수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리베로급 수비를 자랑하고 실제로 대표팀에서 리베로로 활약하기도 하는 문정원은 이번 시즌 강소휘와 유니의 합류로 팀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50% 이상의 리시브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문정원을 원포인트 서버나 후위의 수비전문 선수로만 활용하는 것은 문정원의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다. 김종민 감독이 도로공사의 2회 우승에 기여했던 문정원을 어땋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임명옥 리베로와 배유나가 15년 이상, 문정원도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이 됐지만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FA 최대어 강소휘를 영입하면서 리빌딩이 아닌 봄 배구와 우승을 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로공사는 기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시너지를 낸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가 높은 순위에 올라도 배구팬들이 크게 놀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