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김태형의 뉴 롯데, 10년 리드오프 찾았나… 공수 만능, 쑥쑥 크는 것도 재능이다
현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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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02:33
'우승 청부사'라는 큰 기대감 속에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은 지난 22일 열린 KBO 미디어데이 당시 "3년 안에 우승을 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우승권에 가까운 자리에 있었던 김 감독이라 다소 소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롯데를 둘러싼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매년 봄마다 큰 기대를 모으는 팀이지만, 정작 팀의 기초가 약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초가 약하니 약간의 센 바람에도 그냥 무너져 버린다. 그간 흐름이 계속 그랬다. 롯데가 김 감독에게 기대하는 것은 결국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장기적인 롱런의 바탕이다. 김 감독에게 3년의 계약 기간을 준 이유다. 물론 '성적'도 중요하고, 김 감독도 이를 외면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만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하나하나 잘 세워가야 한다. 그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외국인 선수까지 썼던 센터라인 고민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프리에이전트(FA)로 사온 유강남 노진혁이 확실한 처방전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다. 롯데가 그간 모아놨다고 자부한 유망주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선수가 있다. 바로 팀의 핵심으로 떠오른 윤동희(21)다.
윤동희는 23일과 2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중책을 맡았다. 팀의 리드오프이기도 했고, 팀의 중견수이기도 했다. 둘 다 중요한 자리다. 리드오프는 팀의 공격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중견수는 팀 외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난해까지 윤동희가 이 임무를 다 소화한 건 아니다. 윤동희는 지난해 1번 타순에 많이 배치되기는 했지만 붙박이까지는 아니었다. 수비 위치는 주로 우익수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윤동희가 두 가지 임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어찌 보면 실험이기도 한데, 윤동희는 개막 시리즈에서 두 가지를 모두 잘했다. 개막 2연패에서 발견한 하나의 수확이었다.
우선 타석에서는 2경기에서 타율 0.333(10타수 3안타), 출루율 0.600을 기록했다. 타율이야 표본이 적으니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눈여겨볼 만한 것은 차분함이 돋보이는 기운이었다. 2022년 입단한 윤동희는 이제 3년 차다. 그러나 공을 잘 골라내고 카운트를 자기 것으로 가져오는 모습은 마치 베테랑 같았다. 두 경기 동안 타석당 투구 수는 무려 5.5개였다. 리드오프에게 바라는 하나의 이상향이다. 김태형 감독도 "윤동희는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잘 치고 못 치고는 그날의 운이라고 보지만, 꾸준히 자기 것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고 있다"고 든든한 신뢰를 드러냈다.
더 미지수였던 중견수 수비에서도 24일 3회 조형우의 큰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면서까지 잡아내는 등 합격점을 받았다. 코너 외야와 중견수의 시야 및 타구의 구질이 다르기 마련인데 윤동희는 여기에도 잘 적응했다. 당초 빅터 레이예스의 중견수 기용도 고려했다가 윤동희를 중견수로 낙점했다고 밝힌 김 감독은 "레이예스보다는 윤동희가 중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리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한번 기용을 해봤는데 괜찮았다"고 첫 실험은 합격점을 줬다.
가파른 성장이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2년 롯데의 2차 3라운드(전체 24순위) 지명을 받은 윤동희는 사실 데뷔 시즌에는 1군의 벽을 뚫지 못했다. 잠재력은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유망주 티를 벗지 못한 선수였다. 2022년 시즌 뒤에는 입대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입대를 하지 못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윤동희는 지난해 전반기 55경기에서 타율 0.321을 기록하며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했다. 운도 따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 대체 선수로 발탁돼 국제 대회에 나갔고,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까지 손에 넣었다.
군 문제를 해결해 안정적인 여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다. 이는 롯데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상해야 할 공백기가 사라졌다. 팀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선수를 어디에 두고 어떤 경험을 먹일지 계산이 편해졌다. 그리고 김태형 체제의 첫 실험은 '리드오프 및 중견수'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쑥쑥 크는 것도 재능이다. 지금 현시점에서 볼 때, 윤동희는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