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5홀 세컨드샷은 드라이버로 … 올해 첫우승 향해 '닥공'

파5홀 세컨드샷은 드라이버로 … 올해 첫우승 향해 '닥공'

구미구미 0 12

24일 개막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 안병훈
투온 공략 위해 집중훈련
파4홀선 1번 아이언 티샷
낮은 탄도로 280야드 날려
올해 PGA 상금 81억 벌고
세계랭킹 36위로 韓에이스
"만족하지만 우승만 없어
올해 나에게 90점 주고파"


안병훈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의 활약을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임정우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4시즌을 앞두고 만났던 안병훈(33)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한국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랬던 안병훈이 사상 처음으로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금의환향했다.

24일 개막하는 DP월드투어·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만난 안병훈은 2019년 PGA 투어 더 CJ컵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팬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올해 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한국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다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내 실력을 100% 발휘해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 시즌 안병훈이 PGA 투어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엄청났다. 소니 오픈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5번 이름을 올린 그는 페덱스컵 랭킹 공동 21위를 차지했다. 꿈에 그리던 투어 챔피언십과 파리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그는 상금으로만 587만1643달러(약 81억1700만원)를 벌어들였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역시 지난 1월 60위에서 3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냉정한 것으로 유명한 안병훈도 올 시즌만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진다. 스스로에게 준 점수는 90점. 안병훈은 "아무리 못해도 100점 만점에 85점은 되는 것 같다. 아니 90점 이상을 줘도 될 만큼 충분히 잘했다"고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가 남겨놓은 10점은 '우승'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세웠던 페덱스컵 랭킹 30위 진입, 프레지던츠컵 출전 등 거의 모든 목표를 이뤘다"고 돌아본 안병훈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100점을 줄 수 없다. 내년엔 PGA 투어에서 처음 정상에 올라 100점짜리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아쉽게 이루지 못한 우승을 한국팬들 앞에서 하고 싶다는 안병훈. 쉴 틈 없이 지난 월요일부터 코스를 돌며 잔디, 바람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DP월드투어 2부 격인 챌린지 투어부터 PGA 투어까지 모두 겪은 베테랑답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맞춤 전략도 이미 세웠다.

안병훈은 "올해 출전하는 마지막 공식 대회이자 한국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면 좋겠다. PGA 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DP월드투어 정상에 오르면 올 시즌 점수가 99점까지는 올라갈 것"이라며 "한국팬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첫날부터 최선을 다해 치려고 한다. 그리고 우승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잡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안병훈은 3번홀 세컨드샷과 4번홀 티샷을 잘 보라고 귀띔했다. 전장이 593야드에 달하는 파5 3번홀에서 세컨드샷을 드라이버로 치는 '드라이버 오프 더 덱(Driver off the deck)'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바로 이어지는 4번홀(파4)에서는 안병훈의 비밀병기인 1번 아이언 티샷을 볼 수도 있다. 안병훈은 "공이 놓여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3번홀에서는 티샷이 페어웨이에 있을 경우 드라이버로 두 번째 샷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장이 긴 파5홀인 만큼 투온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를 잡아야 한다. 4번홀처럼 페어웨이를 지켜야 하는 홀에서는 1번 아이언을 선택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안병훈의 트레이드마크는 '대포알 장타'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317.1야드로 올 시즌 PGA 투어 4위다. 연습 라운드에서는 국내 톱랭커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한 김민규과 박상현은 "공이 똑바로 가는데, 날아가는 거리만 310야드 이상인 선수는 처음 봤다. 낮은 탄도로 280야드 넘게 날아가는 1번 아이언샷은 프로골퍼인 내가 봐도 입이 쩍 벌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안병훈은 장타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안병훈은 "PGA 투어에는 나보다 공을 멀리 똑바로 치는 선수가 정말 많다. 20대까지만 해도 거리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장타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똑바로 보내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스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안병훈은 "몇몇 선수들을 직접 만났는데 PGA 투어에서도 통할 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PGA 투어와 DP월드투어에 도전한다면 충분히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년 뒤에는 더 많은 한국 선수가 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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