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캡틴의 품격'인가...흔들리던 정관장, "내가 먼저 할게" 염혜선 한마디에 똘똘 뭉쳤다
"연결 같은 부분은 내가 먼저 해볼게. 리시브는 리시브, 공격은 공격에만 집중해서 잘해보자."
지난 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정관장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1라운드 맞대결(3-0·정관장 승). 정관장의 주전 세터이자 주장인 염혜선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주장이 중심을 잡아주자 이날 정관장의 코트에는 활기가 돌았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56.10%라는 높은 공격성공률과 함께 23점을 올렸고,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도 13점과 더불어 리시브효율 38.46%를 적어냈다. 또 정호영(10점·블로킹 3개)과 박은진(7점·블로킹 2개)도 중앙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직전 IBK기업은행전(3-2·IBK기업약은행 승)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관장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세트포인트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1세트 때 힘 한 번 제대로 못 쓰고 13-25로 진 장면이 이 경기의 요약본이라면 요약본.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를 앞에 두고는 펄펄 날았다. 특히 2세트 듀스 혈전 때는 승리를 향한 단순한 의지를 넘어 간절함까지 내비친 정관장이다. 경기가 끝난 뒤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의지가 많이 보였다. (염)혜선이가 특히 주장으로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크게 칭찬했다.
염혜선은 "어제(2일) 연습할 때 안 좋은 부분이 많이 나와서 찜찜한 분위기를 안고 있었다. 이겨야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연패에 빠지면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서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염혜선은 "'연결 같은 부분은 내가 먼저 해볼게. 리시브는 리시브, 공격은 공격에만 집중해서 해보자' 선수들이랑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한 게 오늘(3일) 경기를 잘 풀어나간 요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이날 맹활약을 펼친 메가도 염혜선을 향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메가는 "저번 경기(IBK기업은행전)에서 제가 많은 실수를 해서 팀에 도움이 못 됐다. 그 부분을 복구하려고 다시 열심히 연습했다. 과거는 잊고 앞으로의 경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팀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계속해서 메가는 "공격수는 (염)혜선 언니 없으면 안 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염혜선도 "제가 불 같은 성격이라면 메가는 자기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차분한 스타일이다. 한 번씩은 (메가가) 저를 다독이기도 한다"며 웃었다.
염혜선은 '원팀'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팀이다. 6명이 전부 같이 도와줘야만 잘할 수 있는 팀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게 지난해보다 더 좋아진 거 같다. 지고 있을 때도 서로 말을 더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오늘 듀스도 잘 버텨서 이겨냈다"고 이야기했다.
2024-25시즌의 정관장은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정관장은 2011-12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조금씩 내리막을 걸었다. 정관장이 1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려면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라는 큰산을 먼저 넘어야 한다.
정관장은 오는 8일부터 현대건설~흥국생명~현대건설~흥국생명으로 이어지는 4연전을 치른다. 올 시즌 정관장이 '우승의 자격'을 증명하는 첫 번째 시험대다.
염혜선은 "'우리 할 것만 잘하자', '우리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 말자' 이런 얘기를 선수들이랑 항상 한다. 우리가 우리 것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는데, 우리가 우리를 힘들게 하다 보면 상대도 원하는 플레이를 다 펼치다 보니 경기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우리가 우리 걸 똑바로 잘하다 보면,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