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혁 감독이 권순우를 선택한 이유, 다부짐과 절실함
[점프볼=대구/이재범 기자] “대학리그나 트라이아웃에서 플레이나 움직임을 보니 수비의 다부짐과 절실함이 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5일 열린 2024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손준(198.5cm), 17순위로 권순우(186.5cm)를 선발했다.
어쩌면 두 명 모두 의외의 선발이다. 손준은 대학뿐 아니라 고교 무대까지 살펴봐도 힘과 운동능력이 뛰어난 빅맨이 드물다. 미래에 더욱 가치를 발휘할 자원이다.
권순우는 군산고와 상명대 등 인원이 적은 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다재다능한 게 장점이지만, 반대로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군산고와 상명대 모두 인원이 적은 대신 강한 체력을 기본으로 삼고, 수비를 강조하는 팀이었다.
상명대가 비록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고 해도 지난해 고려대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수비 덕분이다.
고승진 상명대 감독은 권순우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힘이 있고, 수비를 할 줄 안다”라고 했다.
이번 시즌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킨 가스공사에 어울리는 조각이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권순우를 선발한 이유를 묻자 “우리는 김태훈이 좋은 선수라서 신경을 썼다. 차바위나 박지훈이 나이가 들어서 포워드를 생각했는데 결국 손준을 뽑았다”며 “대학리그나 트라이아웃에서 (권순우의) 플레이나 움직임을 보니 수비의 다부짐과 절실함이 있다. 데려와서 장점만 뽑아서 쓴다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슛도 나쁘지 않다. 분명 적응하고 성장하는 기간이 있겠지만, 이런 점을 봤다. 포워드로 수비가 나쁘지 않을 거 같다. 그래서 뽑았다”고 답했다.
권순우를 포워드로 활용하기에는 신장이 작은 면도 있다.
강혁 감독은 “저와 비슷하다. 187cm정도다. (뽑으려고 했던) 김태훈도 189cm였다. 1~2cm 정도 차이다”며 “김태훈도 훌륭하지만, 권순우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뽑았다. 절실하게 열심히 한다”고 했다.
팀 합류 후 18일 오전과 오후, 야간 훈련까지 마친 뒤 만난 권순우는 “긴장을 많이 했다. 시간을 빨리 갔는데 적응이 안 된 훈련을 해서 적응 중이라 힘든 부분이 있다”며 “팀의 수비를 어떻게 하는지 익히는 수비 훈련을 하고, 수비 방법도 알려주셨다. 우리 신인 선수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훈련이어서 많이 배웠다”고 첫 날 훈련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권순우는 드래프트 지명 당시를 언급하자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뽑힐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은 뒤 “이름이 불릴 때도 좋기는 했는데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농구를 시작한 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하며 매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한다.
권순우는 “학교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여기는 사회”라며 “학교에서는 나이 차이가 많아도 2~3살인데 여기는 띠동갑 이상 차이나는 형들도 있어서 180도 다르다”고 했다.
앞으로 삶의 터전이 될 대구에 17일 도착한 권순우는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고,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와서 형들에게 인사를 드렸더니 다들 너무 잘 해줬다”며 “분위기가 너무 좋다.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왜 상위권에 있는 팀인지 느껴진다.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열정적이시고, 형들도 자율적으로 나와서 훈련을 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권순우는 당장 기회를 받기 힘들다. 우선 D리그부터 뛰면서 팀에 적응하며 기량을 다져야 한다.
권순우는 출전 기회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강혁 감독님께서 슛 1000개씩 쏘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셨다”며 “감독님께서 시키신 것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슛부터 열심히 잡고, 훈련할 때 지적을 받으면 그걸 보완하기 위한 개인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권순우는 당분간 호텔에서 생활하며 입단 동기인 손준과 함께 체육관과 호텔을 오가야 한다.
권순우는 “형이라고 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낸다. 두 살 형인 건 모르고 준이라고 했는데 최근 두 살 많은 걸 알았다. 반말을 하다가 존댓말을 하는 것도 이상해서 반말을 쓴다”며 “착하고, 저랑 잘 맞고 한국 문화에도 잘 적응했다. 막내 일도 같이 하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제 프로 선수로 첫 발을 내민 권순우는 “열심히 해서 제가 꼭 필요한 선수라는 걸 보여주는 게 먼저”라며 “제가 잘 하려고 하기보다 형들과 외국선수들이 더 돋보일 수 있게 궂은일을 해서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꿈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