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21세 니콜로바, 당차게 V-리그 문을 두드리다

"저는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21세 니콜로바, 당차게 V-리그 문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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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불가리아의 아포짓 메렐린 니콜로바는 V-리그의 문을 당차게 두드렸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즐기는 니콜로바의 열정과 실력을 한국도로공사가 알아봤고, 그를 김천으로 불렀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을 상대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며 기대감을 부풀린 니콜로바는 컵대회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예열을 마쳤다. 새로운 도전을 손꼽아 기다려온 니콜로바가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했던 <더스파이크>는 그를 만나러 김천으로 향했다(인터뷰는 10월 9일에 진행됐다).

“배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요? 저는 처음부터 그랬죠!”



<더스파이크>와는 첫 만남입니다.
사진 촬영도, 인터뷰도 너무 좋습니다. 사진 촬영할 때 행복했어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하고 싶은 얘기가 더 생길 것 같은데, 나중에 말할래요(웃음).

먼저 배구를 시작한 시기와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10살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어요. 엄마가 배구선수였기 때문에, 엄마를 따라서 배구 훈련장에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자연스럽게 저도 배구를 접하고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프로 선수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저는 그런 결심을 따로 하진 않았어요. 그냥 너무 당연하게 프로 선수의 길을 걷게 됐죠. 엄마도 프로 선수였고, 언니도 프로 선수니까요. 저한텐 자연스러운 길이었어요.

지금까지의 커리어 중 ‘배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나요?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요. 아마도 엄마의 영향이 아닐까요? 어릴 때 엄마와 골목을 함께 걸어 다닐 때도 서로 공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삶의 일부처럼 배구를 즐겼었는데, 선수가 된 이후에도 그런 기억들이 항상 함께 하고 있거든요.

불가리아 국가대표라는 영광 역시 니콜로바에게선 빼놓을 수 없는 훈장이죠. 니콜로바에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국가대표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오직 12~14명의 선수만이 나라를 대표할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제가 그런 선수라는 것은 정말 큰 자부심이고 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V-리그에 본격적으로 입성하기 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을 상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당시 경기는 어땠나요?
쉽지 않은 경기였죠. 5세트까지 갔고, 랠리도 정말 길었어요. 특히 한국의 수비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랠리가 계속 길어졌죠. 5세트 들어갈 때는 어떻게든 이 경기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 기억나네요. 이거 말고도 뭔가 더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있을 텐데, 제가 인터뷰만 하면 평소에 하던 생각들도 잘 생각이 안 나는 편이라서요(웃음).

그렇다면 배구선수 니콜로바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요?
티야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요. 그리고 이사벨 학(스웨덴)도요. 세계 최고의 아포짓들이잖아요. 가능하다면 그들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에요.



배구선수 니콜로바의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요?
역시 올림픽이죠. 일단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예요. 불가리아 여자대표팀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지가 좀 오래 됐거든요(불가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은 1980 모스크바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올림픽은 아직까지 불가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올림픽으로 남아 있다). 동료들과 함께 출전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물론 나가서 좋은 성적까지 거둘 수 있다면 정말 최고겠죠.

새로운 도전을 찾아, 처음으로 유럽 무대를 떠나다






V-리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에게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죠. 트라이아웃 현장에 도착하니까 4~50명 정도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그 중에 4~5명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 아직 어리니까 뽑히기 어렵겠구나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유럽을 떠나 다른 대륙에서 배구를 하기로 마음먹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 쉽지 않은 결심이었어요. 아시아는 유럽과 문화도, 언어도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유럽 리그로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어도,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는 언제 올지 알 수 없기에 도전을 마음먹었어요. 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늘 즐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게 도전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뽑힐 것이라고, 또 많은 팀 중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둘 다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웃음). 무엇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경쟁자들이 워낙 많았고, 그 중에는 저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도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를 계기로, 가끔은 제 자신을 더 믿어보자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합류한 뒤 치른 첫 공식전은 베트남에서 열린 VTV컵이었습니다. 과정과 결과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사실 성적이나 활약상에 대한 만족도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다만 대회가 아직 시즌 준비가 한창일 때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가 호흡을 맞추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봐야 했죠. 그 과정으로서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던 대회 같아요.

이후 통영에서 시즌의 전초전인 컵대회가 열렸죠.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팀 성적은 조금 아쉬웠지만, 니콜로바는 좋은 활약을 보여줬어요. 컵대회를 돌아보면 어떤가요?
사실 더 많은 경기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최종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모든 경기가 어렵고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더 중요한 리그가 다가오니까요. 최선을 다해서 리그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컵대회를 통해 팀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았고, 그 부분들을 보완한 것이 시즌 때 잘 드러났으면 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우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당연히 좋은 성적도 만들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남은 시간 동안도 계속 열심히 준비해서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팀적으로 좋은 리듬은 길게 유지하고, 나쁜 리듬은 빨리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한 팀이니까,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해내야 해요. 

니콜로바가 지치고 힘들 때, 힘을 주는 동료들!




한국도로공사의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와 엄청난 훈련량은 소문이 정말 자자합니다. 니콜로바가 직접 느낀 한국도로공사의 분위기와 훈련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의미심장한 웃음) 두 개 다 100% 사실입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훈련량이 조금 많긴 해요. 하지만 좋은 팀이 되기 위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동료들이 저를 정말 많이 도와줘요. 제가 잘 안 풀릴 때는 옆에 와서 좋은 이야기도 해주고, 힘도 불어 넣어줘요. 특히 저를 많이 도와주는 언니는 Moon(문정원) 언니에요. 언니는 제가 힘든 순간을 맞을 때마다 “괜찮아, 그냥 계속 하면 돼!” 하면서 격려를 해줘요.

한국도로공사하면 또 탄탄한 리시브와 수비가 전통의 팀 컬러이기도 해요. 니콜로바가 느끼는 한국도로공사의 리시브와 수비는 어떤가요?
우리의 수비와 리시브는 정말 좋죠. 이 부분을 훈련에서도 열심히 다듬고 있고요. 다만 컵대회에서는 이게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했어요. 시즌 때는 저도 수비적인 부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2003년생인 니콜로바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막내 라인’에 속하죠. 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중이던데요?
언니들은 정말 저를 많이 도와줘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제가 이해를 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시범도 보여줘요. 아까 Moon 언니 이야기를 했지만, (임)명옥 언니나 (배)유나 언니도 이런 부분에서 큰 힘이 돼주는 언니들이죠. 특히 유나 언니는 블로킹에 대해서 섬세한 피드백을 해주셔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요.

그렇다면 김종민 감독은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나요?
감독님은 감독님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되게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저를 도와주시려고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세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죠. 사실 제가 경험했던 몇몇 감독님들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시거나 화를 내시기도 하는데, 종민 감독님은 그런 분이 아닌 것 같아요. 선수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죠.

팀에 있는 친구-동생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우선 동생들과는 많은 대화도 나누고, 장난도 치려고 노력해요. 언어가 잘 통하지는 않지만, 저희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잘 소통하면서 지내고 있답니다(웃음). (김)세인이 같은 경우는 저랑 동갑내기 친구인데, 연습 때 맨투맨 파트너이기도 해요.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옆에서 도와주고 있는 유소연 통역과의 케미는 어떠신가요?
(소연 통역의 어깨를 움켜쥐며) She’s very nice! 사랑합니다(웃음). 소연은 사람으로서도, 통역으로서도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소연을 단순한 통역이 아닌, 제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시즌이 끝나고도 인생에 있어 좋은 친구로 계속 남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인터뷰라서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니고요(웃음)~ 사실 제가 같이 놀자고 맨날 얘기하는데, 소연에게도 가끔은 개인의 시간을 줘야 하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개인 시간도 존중해주려고 노력해요~ (언제 그랬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소연 통역) 아 진짜야(웃음).

니콜로바가 애타게 찾던, 가고 싶은 곳은 바로…!






니콜로바의 평소 취미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새롭게 생긴 취미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고뇌에 빠진 니콜로바) 저의 배구 시즌이 다 끝나면, 여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그게 저한텐 유일한 취미인 것 같아요. 어딜 나가는 것보다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해요. 그럴 수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으니까요. 시즌 중엔 별다른 취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 등번호로 13번을 골랐어요. 이전 소속팀에서는 19번이나 15번을 쓰기도 했는데, 선택의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가 13번이에요. 엄마랑 언니가 둘 다 13번을 달았고, 또 지금 달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이전까지는 13번을 다른 선수들이 달고 있거나, 13번이 쓸 수 없는 번호라서 쓰지 못했어요. 여기서는 13번을 쓸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에서의 생활과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은 수월한가요?
잘 적응하고 있어요. 우선 음식 같은 경우는 다 좋은데, 제가 채식주의자라서 못 먹어본 것들이 많은 게 좀 아쉽긴 해요. 하지만 먹어본 건 다 맛있었어요. 또 한국 사람들은 모두가 예의바르고 친절한 것 같아서 좋아요. 여행도 짧게 다녀왔었는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또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다리도 있고 산도 있고 그런 곳인데…직접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핸드폰을 가져오는 니콜로바) 와, 분명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 (갑자기 승부욕이 붙어 검색을 이어가며 말하는 니콜로바) 후, 꼭 찾고 싶은데…음, 우선 저는 경주 같은 곳도 가고 싶어요. 역사적인 장소들을 좋아하거든요. (마침내 찾은, 눈 덮인 산 속 정자를 보여주는 니콜로바) 이런 곳인데 어딘지 이름을 찾을 수가 없네요…(인터뷰를 마친 뒤 이미지 검색을 통해 니콜로바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가 ‘금오산 약사암’임을 확인했다).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도 궁금해요.
저 비빔밥 좋아해요(웃음). 불가리아 음식 중에서는 바니차(불가리아식 페이스트리)라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음악은 주로 팝송을 즐겨들어요. 불가리아 노래도 듣긴 듣는데, 팝송을 더 좋아해요.

캐릭터 ‘트위티’를 닮았다는 팬 여러분들의 반응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머리가 그렇게 큰가요(웃음)? 팬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트위티는 귀여우니까 좋습니다. 제 머리가 금발이라서 아마 더 그렇게 보셨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얘기네요(웃음). 정원 언니 방 앞에 무슨 토끼가 한 마리 붙어 있는데, 알고 보니 팬분들이 정원 언니를 토끼처럼 꾸며주신 거더라고요. 우리 팀에 토끼도 있고 트위티도 있고 좋네요(웃음).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이렇게 긴 인터뷰와 촬영이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정말 재밌었어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번 시즌 니콜로바와 한국도로공사를 응원해줄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해주세요!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은 늘 저를 기쁘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저와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희를 최선을 다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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